brunch

매거진 일상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양이과인간 Feb 07. 2022

우리 안에는 과잉을 걱정할 만큼의 감성이 이미 없습니다

스터디 카페에 가려고 하다가, 오늘은 그냥 집에서 글을 써보기로 했다. 평일에 스카에 굳이굳이 가는 이유는 하루종일 컴퓨터를 보면서 일하다 일이 끝나면 도저히 다시 컴퓨터를 켜서 글을 쓸 힘이 없어서가 가장 큰데, 오늘은 주말이라 오전 내내 놀았기 때문에 조금 힘이 있다.


최근에 알게 된 유튜버 드로우앤드류라는 사람이 있다. 자기계발 영상을 주로 올리는 유튜버인데, 영상을 보다 보니 뭔가 ‘나도 할 수 있어!’ 이렇게 뿜뿜하는 마음과 ‘얼른 해야 하는데!’하는 조급한 마음이 겹쳐진다. 그래서 오히려 머릿속이 더 어지러운 것 같다. 자기계발류의 영상이나 책은 모두 그렇다. 잘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 같지만 부작용으로 자기혐오를 심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일단은 뭐라도 쓰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 그런데 뭘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 소설을 너무 쓰고 싶은데... 이미 감성 같은 건 하늘나라로 간 지 오래다.     


요즘 카피를 잘 쓰고 싶어서 <누구나 카피라이터>라는 책을 읽고 있다. 그런데 정작 카피 쓰는 법은 대충 보고 넘겼으면서 다른 문장에 꽂혔다.     



“술이 감성 과잉을 낳는다지만 우린 그런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 안에는 과잉을 걱정할 만큼의 감성이 이미 없으니까요. 이성만 득실득실.”     



저 문장이 뭐라고, 너무 좋아서 하이라이트 포스트잇을 쫙쫙 붙여 두었다. 어느새 정말 감성은 사라진지 오래고, 이성만 남아 있는 느낌이다. 그러니 어릴 때는 그렇게 쉽게 느껴졌던 소설 한 문장도 쓰지를 못하지.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역시 카피라이터라 그런가 문장이 좋다. 이성만 '득실득실'이라니. 나는 언제 저렇게 좋은 표현을 써보나. 좋은 표현이든 뭐든 쓰려면 글을 써야지. 아 역시 글을 써야겠어. 다시 강박의 시작이다.


어쨌든 오늘분의 주저리를 마친다. 이 다음에 부디 컴퓨터를 끄지 않고 글을 쓰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글 쓰는 건 좋은데, 글 쓰는 게 싫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