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권 시장을 타겟으로 해외 마케팅 하기
Reddit(레딧) 이라는 플랫폼에 대해서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로고가 너무 큼지막하게 붙어있지만 광고성 글이 아님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Reddit(레딧)은 세상에 존재하는 특정한 것에 관심이 있는 유저들이 모여서 큰 커뮤니티를 형성한 웹사이트입니다. Reddit(레딧) 안에 몇 천 개가 넘는 Subreddit 이라는 소 카테고리가 굉장히 많이 있어요. 상상을 초월하는 별의 별 주제가 있습니다.
유저들은 자신이 관심있는 카테고리, 즉 Subreddit에 가입을 해서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작성하며 지식을 교환합니다. 일종의 인터넷 지식 포럼 같은 곳이죠. 마치 한국인들은 궁금한 것이 생기면 네이버 지식인에 질문 글을 올려서 조언을 구하듯이, 미국인들도 Reddit(레딧)에 글을 올려서 서로 정보 교환을 하는 곳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한국에서 비슷한 형태의 웹사이트로는 디시인사이드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인들이 객관적으로 판단하기에 디시인사이드가 별로 좋지 않은 게시판인가요? 젊잖지 못한 게시글이 많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혹은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한 스팀잇 정도가 있겠네요. 사실 스팀잇의 웹사이트 모델은 레딧에서 가져온 거라 해도 무방해 보입니다.
한 번 레딧에 들어가보셔서 어떻게 구성된 웹사이트인지 확인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레딧은 미국에서 제일 많이 접속한 웹사이트 중 7위에 올라있고, 전세계를 기준으로는 17위에 올라있습니다. 더욱 눈여겨 볼 부분은 아마존 Alexa의 집계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접속 시간은 평균 9:34 분이지만, Reddit(레딧)은 11:29 분을 기록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더이상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아직까지 전세계 1위 소셜 미디어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저도 페이스북에다가 포스팅을 쓰지는 않지만 메세지 체크, 혹은 주기적으로라도 피드를 '눈팅'하는 횟수가 꽤나 많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 1위인 페이스북을 제치고, Reddit(레딧)에 접속 하는 사람들의 체류 시간이 더 길다니, 꽤나 놀랍죠. 이 쯤 되면 마케터들이 주목할 만한 마케팅 niche 마켓이 어디에 있는지도 감이 오실 텐데요.
위에 제가 걸어드린 링크에서 확인 하셨겠지만, Reddit(레딧) 은 인스타그램, 틱톡과는 성격이 약간 다른 플랫폼입니다. 뭐랄까, 영미권 특유의 냉소적인 조크가 남발하는 곳입니다. 잘못 건들었다가는 망신 당할 수도 있답니다........ Reddit(레딧) 조크는 가끔가다가 미국인들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는데요. 예를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요런 소소한 일상의 것들을 공유하는 지역별 게시판은 약과죠. 아주아주 일반적인 편에 속합니다. 한국 커뮤니티에서도 이런 재미난 짤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 아래에 보시는 화면은 CatsStandingUp이라는 제목의 서브레딧인데요, 이 게시판에서는 무조건 고양이가 서있는 자세를 취한 사진만 올려야되고, 제목도 Cat, 댓글도 Cat 이라고만 달아야 합니다. 이게 룰...입니다.
대체 이 사람들은 왜 이런 게시판을 만들었을까요?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시는 것이 심신에 편할 것 같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룰을 이 게시판에서 지키지 않으면 사람들의 무시와, 따가운 시선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잘못 걸렸다가는 조롱을 당하기 꽤나 쉬운 곳인데요.
이렇게 장난스런 SubReddit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빌게이츠, 제인구달 같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큰 업적을 이룬 사람들이 레딧에서 질문을 받고, 댓글을 달며 소통의 장을 열어가는 플랫폼이기도 해요.
빌게이츠......도 레딧을 하세요. 이렇게 레딧이 영미권 문화 내에서 파급력이 큰 커뮤니티라는 것, 감이 오시죠.
그렇다면 대체 이런 게시판에서 글을 쓰고 컨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이들은 누군가? 하고 봤더니.
고학력, 남성, 그리고 젊은 층에 속하는 유저들이 전반적으로 많은 편입니다. 레딧에서 왜 그렇게 열띤 토론을 벌이고 냉소적인 조크를 남발하는지 감이 오시나요? 토론하고 의견 나누기 좋아하는 영미권 문화에서, 더욱 더 열띤 논쟁과 토론을 벌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그래서 이 곳에서 잘못 글을 썼다가는 Downvote ('싫어요' 버튼과 비슷한 기능 담당)을 당하고 강퇴되다시피 하기 굉장히 쉽습니다.
* 참고로 레딧에 포스팅을 작성하면 내용의 퀄리티와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유저들이 Downvote 혹은 Upvote 을 포스팅에 매길 수 있는데요. 여기서 Downvote은 글을 굉장히 못 썼거나, 레딧의 커뮤니티 문화에 위배되는 글일 경우에 많이들 매겨집니다. Downvote을 여러 번 먹으면 먹을 수록 글이 페이지 맨 하단 쪽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노출 빈도가 확연히 적어져서 글을 쓴 의미가 없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까다로운데도 왜 레딧에서 마케팅을 하려는 시도들이 있을까요?
바로 몇 천개에 달하는 서브레딧에 가입되어 있는 유저들 때문입니다. 서브레딧에서는 세상의 거의 모든 관심사를 다 갖다 모아놓았는데, 우리가 판매하려고 하는 제품에도 관심을 보이는 유저 층이 당연히 있습니다. 없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페이스북보다 체류 시간이 긴 플랫폼이라니, 아주 매력적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다만 마케팅을 하려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격이 잘 맞는 서브레딧을 찾는 일이 큰 관건이겠죠. 그 곳에 속한 유저들이 환영을 해줘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성향이 잘 맞는 서브레딧을 찾아서 그 곳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유저들을 만족시키고 소통하기가 얼마나 어렵나면은요. 아래의 엑셀 시트 파일 스크린 샷에서 볼 수 있듯이, 어떤 단어로 포스팅 글을 시작 해야 유저들의 클릭수와 반응률을 높일 수 있는지 마케팅 회사들이 심도있는 분석까지 진행할 정도 입니다.
도출된 데이터를 가지고 바 그래프까지 만들 정도로 레딧 커뮤니티의 중요성이 화두되고 있습니다.
레딧을 몇 년 지켜본 결과 아직까지 한국 브랜드들이 이 플랫폼에서 마케팅을 한 흔적은 크게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문화가 너무도 다르니까 레딧만큼은 쉽사리 접근 하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웬만한 플랫폼은 누군가 항상 자리를 꿰차고 있었는데, 레딧은 아직 마케팅 청정 지역이라고 볼 수 있으니 듣던중 반가운 소식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한국 제품과 서비스가 레딧에서 은근한 넛지 마케팅을 할 수 있을지 알아볼까요?!
(넛지 nudge 마케팅: 강요에 의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선택을 이끎으로서 소비자의 자발적인 행동을 이끄는 것을 일컫습니다. 이거 사!!!우리는 여기서 물건 홍보하고 있어!!라고 절대 티 내지 않고 은근한 마케팅을 하는 것이죠)
저희는 한국 국적을 가졌으니까 한국에 관한 것을 기본적으로 먼저 검색해보았는데요. 한국과 관련한 서브레딧은, 뷰티, 음식이 제일 규모가 큽니다.
한국의 케이 뷰티 서브레딧은 무려 35,188명이 가입되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서브레딧에 올라오는 포스팅이나 질문의 내용도 굉장히 구체적이고, 다들 뷰티 시장에서 한가닥 하는 유저들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심지어 제가 모르는 한국의 소규모 브랜드의 제품에 대한 리뷰도 올라오더라고요. 영미권 뷰티 시장을 공략하고 싶으시면 여기가 직통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음식에 대한 서브레딧도 만만치 않게 특이한 제품/음식에 대한 글들이 올라옵니다. 집에서 김치를 담궈서 먹는 사람들이 올린 질문 글이나, 아시안 마트에서 새로 발견한 제품에 대한 정보성 포스팅 등 한국 음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너무도 유용하게 사용할 정보들로 넘쳐납니다. 이 서브레딧에는 41200명 정도의 유저들이 활동을 하고 있네요. 대형 서브레딧은 아니지만 충분히 많은 어디언스가 있기 때문에 이 곳도 충분한 승산이 있습니다.
위에서 제가 소개해드린 서브레딧 뿐만 아니라 더욱 더 깊게 파고들면 나타나는 niche 서브레딧이 즐비합니다. 미처 찾지 못한 서브레딧도 분명 있을 것이고요. 이 부분은 이 시장에서 홍보를 하려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성에 따라서 서치를 해야 하는 분야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음, 여기까지 읽으면 레딧은 굉장히 까다로운 플랫폼이라고 느끼실 텐데요. 확실히 다른 플랫폼과는 상이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마치 다른 플랫폼은 개 같다면(욕 아닙니다 ㅎㅎ) 레딧은 고양이 같아요. 너무 적극적이면 싫어하고, 은근하게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골라서 제공해야 그나마 조금 좋아하고. 좋고 싫음이 확실한 커뮤니티라 어떤 것을 타겟 어디언스 층이 좋아할 지 매우 고민하며 글을 작성해야겠죠.
그렇지만 진실되고, 레딧의 joke에 맞게끔 유저들에게 다가가면 진심이 통할 거라고 확신 합니다. 그렇다면 레딧에서 글은 어떻게 작성하면 좋을까요?
사진이나 GIF, 동영상을 첨부함으로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할 수도 있지만, 레딧은 결국에는 텍스트 중심의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글을 설득력있고 유머러스하게 잘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먼저 다짜고짜 장사꾼 티 팍팍 내면서 제품부터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댓글을 열심히 다는 것에서 시작을 하면 좋습니다. 서브레딧이라는 커뮤니티 안에서 존재감을 쌓아서 신뢰도를 높이는 작업이죠. 여기서 만큼은 마음을 비우고 '브랜드'로서의 접근 방식은 지양해야 해요. 읽는 사람들에게 기업이 아니라 개인이 글을 작성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도록 머리를 잘 굴려서 작성하기! 생산자의 입장이 아니라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글을 쓰기.
"It's fine to be a redditor with a website, but it's not okay to be a website with a reddit account". - Reddit Admins
레딧 운영자들도 대놓고 광고쟁이들은 사절! 이라고 못 박아 놓았습니다. 그래서 이 곳에서 만큼은 전문 마케터라도 그 타이틀은 잠시 내려놓고 자신의 개인 아이디로 활동을 합니다. 사람들 간에 좀 더 평등해진다고 해야할까요.
위에서 언급했던 빌게이츠나 제인구달도 이용하는 플랫폼을, 우리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레딧이 선사하는 평등함의 기쁨을 누려보네요. 이런 묘한 소속감 때문인지 서브레딧에 속한 유저들은 그 커뮤니티를 굉장히 아끼기 때문에 섣불리 광고 느낌이 조금이라도 나는 포스팅은 재빨리 Downvote을 해버립니다. 그러면 그 문제의 포스팅은 저~기 아래로 내려가 버리죠. 게다가 광고성 글이 진하게 나는 포스팅을 올리다보면 정말 무섭게도 유저들이 그 글쓴이의 히스토리를 찾아봐서 오목조목 다 따집니다. 온라인에서 매장 당할 수 있다는 말이 이 부분에서 실감이 나네요.
그리고 또 짚고 넘어갈 부분은 Karma points를 일정 량 이상 보유해야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서브레딧이 있습니다.
* Karma points는 두가지 종류가 있는데요, 포스트 Karma points는 포스팅을 해서 Upvote가 많이 일어나면 일어날 수록 받는 것이고, 커멘트 Karma points는 작성한 댓글의 Upvote을 많이 받으면 주어지는 포인트입니다.
그러니까 인기가 많거나 진입 장벽이 높은 서브레딧 = 황금 고객들이 많이 포진해있음 이라는 공식을 기억해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레딧에 관해서 대략적으로 알아보았는데요, 깐깐한 소비자들 입맞에 맞추기 정말 어려운 플랫폼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 곳에서 niche 마켓을 잘 찾아서 유저들과 장기적인 관계를 맺는다면, 누구보다 더 큰 서포트를 해줄 소비자층인 것임은 틀림 없습니다. 아주 탄탄한 팬 베이스가 생기다니! 생각만 해도 든든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