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의 2020년 9월 15일 이후의 미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을 미국에서 금지하겠다는 발표를 2020년 7월 31일에 했습니다.
틱톡은 미국에서 월 최대 8000만 명이 이용하고 있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른 소셜미디어 앱의 유저 접속 시간을 상회하는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 덕분에 사람들이 집콕을 하느라 소셜 미디어에 접속하는 시간이 훨씬 더 많아져서 미국 내에서 틱톡이 더욱더 활성화될 수 있었는데요. 틱톡의 입장에서 미국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코로나 전과 후로 나뉠 수 있습니다.
ByteDance 회사 자체는 $75 billion 미국 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Uber의 기업 가치를 훨씬 더 상회하는 금액이라니. 그래서인지 요즈음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ByteDance가 중국의 대기업과 비슷한 레벨로 대우받고 있습니다. 저의 중국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는데 취업 준비생의 입장에서 알리바바, 텐센트 등 몸집이 큰 기업들과 비슷하게 중국에서 들어가기 힘든 회사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이런 앱이 하루아침에 금지당한다니요.
아시겠지만 틱톡을 둘러싼 안보 우려가 전 세계적으로 나온 지 오래입니다. 중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틱톡의 모회사 ByteDance가 사용자의 개인 정보 일부를 자동 복사해서 중국 관할의 데이터 센터에서 접근가능하다고 알려져 논란이 됐었죠. 그래서 미국 정부는 안보 위협을 이유로 지난해 12월 31일, 육군 병사들에게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미 인도네시아와 인도에서는 틱톡이 'Vulgar content"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금지당했습니다. 이어서 한국도 틱톡에 대해서 행정처분을 검토하고 있다는데, 어떻게 될는지요.
틱톡 측에서는 미국에서 접속한 유저의 정보는 미국 내에서만 저장이 되고, 싱가폴에 위치한 서버에 백업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니 땐 불에 연기 난다고, 괜히 이런 개인 정보 유출 관련 이슈가 계속해서 터지는 것이 아니겠죠. 저도 초반에는 개인정보 유출 관련 이슈 때문에 틱톡을 의식적으로 멀리하려고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다들 틱톡이 너무 중독성 있고 재밌다고 해서 인스타그램을 잇는 마케팅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 같아서 적극적으로 애용하기 시작했죠.
미국 내에서 이런 위기가 있는 와중에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미국의 테크 기업들이 틱톡 인수를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의 Zhang Yiming이라는 사람이 ByteDance라는 회사를 만들었는데, 그가 만든 것 중에 하나가 틱톡, 혹은 중국에서 Douyin이라고 불리는 그 앱입니다. 그가 ByteDance를 창업하기 전에 잠시 마이크로 소프트에서 일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가 틱톡을 산다고 하니, 인생이란 정말 알 수 없네요.
인수에 관한 최종적인 사항은 9월 15일까지 정해진다고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틱톡의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법인을 인수하고, 이 지역의 앱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테크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내로라할 만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딱히 없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번 기회로 시장 영향력을 크게 증폭시켜줄 수 있을 만한 좋은 기회임은 틀림없는 것 같아요. 링크드인 LinkedIn을 소유하고 있지만, 이건 너무 커리어 포커스드 된 소셜미디어이기 때문에 한정적이죠. 흥미가 아닌, 필요에 의해서 하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만큼, 유저들의 관여도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저만 해도 인스타그램/틱톡은 매일 접속하는 반면, 링크드인은 일주일에 많아야 3번 정도 접속을 하거든요. 매일 들어가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것은 맞습니다. 링크드인에 접속하면 업무, 커리어 포커스드 된 글만 보이니까 업무의 연장선이 되어버린 느낌을 공감하실 것입니다.
틱톡과 링크드인, 그 둘의 연관성은 지금으로서는 딱히 보이지 않지만, 만약에 마이크로소프트가 틱톡을 인수한다면 두 플랫폼을 가지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전략을 짤 수도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는 이번 딜이 회사의 미래를 뒤흔들 큰 건이 되겠습니다. 부디 길을 잘 찾길 바라며.
사실 미국 유저 입장에서는 틱톡이 금지된다면 인스타그램에서 제공될 Reels를 이용하기 시작하면 됩니다. 미국인들은 페이스북의 창업자 Mark Zuckerberg의 성에서 따와서 zuck이라는 영어 단어 동사를 재미의 목적으로 새로 만들었습니다. 페이스북은 경쟁자들을 사버리거나, 아니면 그대로 똑같이 카피를 해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그래서 페이스북이 경쟁자의 서비스를 그대로 카피하는 것을 zucking이라고 합니다. 이번에도 틱톡을 zucking 해버렸네요. 아직 인스타그램의 Reels가 미국 지역 인스타그램에서 서비스되고 있지는 않지만 발 빠른 페이스북이 운영하는 만큼, 곧 서비스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미 틱톡에서 많은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틱톡커들은 9월 15일이 되기 전에 그 팔로워들을 인스타그램 혹은 유튜브로 전환시키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더라고요. 만일 협상이 결렬돼서 진짜 9월 15일부터 틱톡이 막힐 수도 있다면.......... 그들은 하루아침에 많은 팔로워들이 증발해 버리는 거니까요. 애써 모은 팔로워들일 텐데 정말 아까울 것 같습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를 해소하는 것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트럼프의 심기를 최대한 덜 건드리는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 정부 눈에 안 거슬리려고 노력을 정말 많이 하는 포인트는 하단의 마이크로소프트 공식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마이크로소프트가 틱톡 인수를 성공한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인수 대금의 일부는 미국 재무부로 들어와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아무리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검증 절차 과정에서 수수료 성격의 돈을 받기는 한다지만, 트럼프의 이런 발언은 여론도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정말 자본주의의 끝판왕을 달리는 대통령이네요.
앞으로 미국에서 틱톡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이번 연도에만 해도 미국 내 인력을 3배로 늘려서 미국 시장 확장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개인정보 이슈가 터진 이후부터도 미국 시장 로비 자금도 많이 늘렸더라고요. 그리고 틱톡은 향후 3년간 미국 내 일자리를 약 1만 개 더 늘리겠다는 발표를 했고, 활발히 활동하는 틱톡 컨텐츠 크리에이터들에게도 크리에이터 펀드를 통해서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제가 틱톡에서 클라이언트의 광고 등록을 하느라 TikTok for business 사이트를 자주 들락거렸는데, 최대 $2300 달러에 달하는 광고 크레딧을 무료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인스타그램/페이스북 과는 달리 너무 후한 인심이라서 내심 놀랐었어요.
이렇게 틱톡이 미국에서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각종 노력을 하는데 말이죠.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합니다. 9월 15일 이전에 발표가 나면 좋겠지만, 참을성을 가지고 기다려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