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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윤 Aug 12. 2019

나만 두려운 건 아니겠지?

파트1_몸과 마음의 근육



유난히 바쁜 아침입니다. 유독 회의도 많이 잡혀 있고 연이은 야근에 몸은 축축 늘어지고 좀비 마냥 눈은 반쯤 감은 채로 흐느적거리며 사무실을 누비고 다닙니다. 오늘 따라 왜 이리 찾는 사람이 많은지 막상 내 업무를 처리할 시간이 부족해요. 갑작스럽게 소집된 회의에서는 어제까지 열심히 작업한 작업물에 대해 쓴 소리를 왕창 듣게 됩니다. 거기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


하필 평소에 친한 김대리와 비교를 하는 통에 기분이 몹시 좋지 않았지요.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어디 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어요. 아니, 김대리 이 녀석은 왜 또 눈치 없이 싱글거리지요? 동료가 욕을 듣거나 말거나 칭찬에 입꼬리가 쓰윽 올라간 녀석 꼴이 왜 이리 밉살스러운지요. 


누렇게 뜬 얼굴로 회의실을 빠져나옵니다. 다시 자리에 풀썩 앉아서는 허리도 곧추 펴지 못한 채로 흐느적대며 일을 합니다. 출근하면서 챙겨온 주전부리를 책상 한 켠에 펼쳐 놓고서는 초콜릿을 우걱우걱 씹어가며 당 충전을 해보지만 기운도 나지 않고 기분도 썩 나아지지 않아요. 연신 아메리카노를 벌컥입니다. 음미라기 보다 복용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보통 이럴 때는 동료들이랑 잠깐 회사 옥상에 올라가서 콧구멍에 바람이라도 좀 넣어 줘야 숨통이 트여요. 하지만 말을 하다가는 상처가 덧날 것 같은 날이 있습니다.


“퇴근하고 술이나 한잔하자.” 


보통 날과 사뭇 다른 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친한 동료가 지나가며 말을 건넵니다.


“고마워. 근데 다음에 하자. 나 오늘 수영장 갈거야.”


동료는 선뜻 이해가지 않는 듯 하지만 그런 나를 긴말 없이 보내 줍니다.




일이나 사람 문제로 골이 지끈거릴 때가 있습니다. 굳은 살이 박힐 만한 데도 유난히 마음이 요동치며 머리 속에서 자동 필터링이 되지 않아요. 앉아서 마음을 달래고 정신을 가다듬어 봐도 잘 되지 않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싶을 때, 내 마음이 내 뜻대로 조절되지 않을 때 운동을 합니다. 입수를 하고 최대한 몸에 힘을 빼며 물에 몸을 맡겨 봅니다. 물 속에서 움직이는 내 동작들에 집중합니다. 그렇게 한 바퀴, 두 바퀴 수영을 하기 시작하면 어느새 별일 아닌 실수에도 조금씩 웃으며 힘을 내고 있는 내가 보입니다. 그리고는 맛있는 음식으로 나를 대접합니다. 큰 위로가 됩니다.


마이클 펠프스. 그가 유능한 수영 선수이고 어린 시절 과잉행동장애(ADHD)를 진단받았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겁니다. 처음에는 약물 치료를 시작했고 이후에는 그의 넘치는 에너지를 조절하기 위해 수영을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소리를 지르고 수경을 집어 던질 정도로 수영을 싫어했다고 하죠. 결국은 얼굴이 물에 닿지 않는 배영부터 접하도록 도움을 받으며 천천히 수영을 배워 갔습니다. 시간이 흘러 펠프스는 약물을 중단합니다. 수영을 하면서 집중력을 기르는 법을 훈련했으며 몸에 집중하면서 정신을 집중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나중에 그는 자서전에서 수영을 함으로써 자유를 찾았다고 이야기합니다.


머리, 마음, 몸은 함께 맞물려 작동합니다. 하나가 오작동하기 시작하면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생각에 따라 마음이 변하고 마음이 움직이면 몸이 움직입니다. 반대로 몸에서 마음, 머리로도 이동하겠지요. 마음이 지치면 몸이 지치고 머리도 혼란스러워 합니다. 


힘이 드는 날은 몸까지 축 쳐지기에 그냥 바닥에 드러눕고만 싶습니다. 몸이 처지면 마음이 더욱 처지고 정신적으로도 몽롱해지기 시작합니다. 악순환의 시작이에요. 


생각이 막히고 마음이 통 말을 듣지 않는다면 몸을 움직여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좋은 음식을 먹고 몸을 써서 운동을 해 봅니다.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몸이 변화하고 동시에 마음과 머리도 반응합니다. 몸이 건강해지면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정돈됩니다. 긍정적인 순환은 다시 몸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 줍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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