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나를 찾고 싶어요"

일상일기

by 라온제나



지하철역으로 내려오는 길에 벽 한편에 붙은 수많은 포스트잇들을 보았다. 내년의 소망을 적은 듯하다. 얼핏 지나가다 봐서 자세히 읽어보진 못했지만 한 가지 내용이 뚜렷이 기억난다. "내년에는 나를 찾고 싶어요"

나를 찾는다는 말은 무슨 말일까? 재작년까지도 내가 꿈꿨던 것과 같은 이 말에 과거의 나를 떠올렸다.


나를 찾고 싶다고 하는 말은 지금은 나를 발견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들린다. 나는 지금 여기 있는데, 왜 나를 찾으려고 하는 것일까, 그 말의 깊은 속내에는 어떤 마음이 담겨있는 걸까?



돌이켜보면 내가 그런 말을 할 때의 심정은 이랬다. 나 스스로를 사랑하고 싶다, 진정으로 나의 가치를 잘 알아봐 줘서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당당하고 자신 있게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 스스로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이해하는 과정을 겪고 싶었다.

지금의 나는 나를 찾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나를 찾는 과정은 평생을 해야 하는 우리 모두의 역할과 의무라고 생각한다. 장기여행을 가서 나를 찾겠다, 명상을 하며 나를 찾겠다는 생각들은 모두 뭔가를 빨리 이루고 싶어 하는 조급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수단을 통해 나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수많은 경험들과 수단을 통해서 나를 찾아가고 싶다.

사실 나를 찾는다는 말보다는 나를 만들어 가고 싶다는 말이 더 적절하게 들린다. 내가 선택하는 것에 따라 나의 인생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명상을 하며 얻은 가장 중요한 배움은 '모든 것은 내 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생각하는 것도, 우울해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모두가 나를 통해 이루어진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고, 내가 우울해하고 싶으니까 우울함이 따라오는 것일지 모른다. 이전에는 그것들이 먼저이고 나는 그 생각과 감정에 딸려간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무의식이 그것들을 선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럴 때마다 의식으로 돌아와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이 모든 것이 나를 찾는 과정이다.

세계여행을 가면, 요가를 하면, 명상을 하면, 책을 읽으면, 강연을 들으면 나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랬다. 물론 아주 좋은 도구들이다. 그러나 결국 모든 문제의 키는 내 손안에 있다는 사실 내가 세상의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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