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판단하는 여러 말들은 진짜 '나' 일까?

데일리 일기#7

by 라온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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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친구 한 명이 나에게 '왜 맨날 네가 대장 하려고 해?'라고 말했다.

나는 충격받았다. 나는 내가 한 번도 대장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늘 소심하고 자신감 없어서 할 말 똑 부러지게 하는 아이들을 부러워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이 말을 들은 이후부터는 대장? 같이 나서는 역할을 더 안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중학생 때 나는 내가 나름 긍정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한 친구가 '너는 왜 이렇게 부정적이야?'라고 했었는데 그 순간부터 내 머릿속에 '아 나는 부정적인 사람이구나'를 인식하게 되었다. 내가 긍정적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타인으로부터 부정적이다 라는 말을 들으니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에서 미술심리 수업을 했다. 외부강사가 와서 진행한 수업이었는데, 잡지의 그림을 아무 데나 오려 붙이고 싶은 대로 붙이는 것이었다. 나는 그 시간이 참 좋았다. 그리고 심리 결과는 이후 미술 선생님의 입으로 듣게 되었다. 당시 우리 반은 약 30명 정도의 학우들이 함께 있었는데 선생님의 입에서 나온 사람은 딱 두 명이었다. 한 명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나머지 한 명은 고개 숙이며 뭔가를 하고 있던 나였다.

나는 선생님 입에서 내 이름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얼굴이 새빨개졌기 때문에 고개를 푹 숙이게 되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하신 말씀은 더욱 충격이었다. 내가 진짜 진짜 긍정적이라는 것이었다.

얼굴이 새빨개진 채 고개를 못 들고 있었는데 그때 선생님의 말씀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게 되었다.


사실 한동안은 선생님의 말씀에 의심을 가지고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사실은 내 결과가 눈에 띄게 부정적이게 나왔는데 선생님이 나 하나 살리자고 일부러 그렇게 말씀하셨던 건 아닐까?'하고.


물론 10대 시절은 타인의 말과 행동에 더욱 쉽게 영향을 받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스스로를 판단하는 것이 너무 매몰찰 때이기도 하다.


그때 선생님의 말씀에 진실이 담겼든 아니든 나는 이후 스스로를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게 되었다. 나는 더욱 긍정적인 사람이 되려고 애썼다.


나를 판단하는 수많은 말들이 나에게 영향을 주는데 그 속에서 흔들림 없이 나만의 신념대로 굳건하고 싶다.

나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

긍정적일 때도 있고 부정적일 때도 있다.

외로울 때도 있고 풍족할 때도 있다.

고집 센 나도 있고 여유로운 나도 있다.

자신감 넘치는 나도 있고 자존감 낮은 나도 있다.


'변하지 않는다'는 말 빼고는 모든 것이 변화하는 건데, 왜 우리는 너무 쉽게 판단하고 그 판단을 쉬이 믿어버리는 걸까.

타인이 자신에게 한 판단의 말에 휘둘려 자기 자신이 누군지, 어떤지를 모르는 것만큼 안타까운 게 없는 것 같다.


내가 그리고 이 글을 보는 당신이 수많은 타인의 판단 속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 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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