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일기 #6
"살고 싶지 않아"
무의식 중에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다.
정확히 어떤 심정에 나온 말인지 이제는 너무 흐릿해져서 기억이 가물가물 한데, 그 말에 당황하며 오히려 상처를 받았다고 그런 말을 하면 나는 뭐가 되냐고 반문했던 그의 표정은 선명히 기억난다.
내 마음 추스릴 새도 없이 상처받았다는 그를 안심시키려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방금 한 말은 생각 없이 한 말이라고 얼버무렸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부터 였던 것 같다. 껍데기만 있는 하루 하루를 살아가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기에 나는 항상 밝고 착한 이미지였다. 그래서 나 스스로도 나는 역경과 고난 없이 자라온 긍정적인 아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리고 꽤 큰 심적 타격을 받았음에도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힘들지만, 이건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힘든 것도 아니야.'라고.
그렇게 가면을 쓰고 있으면 편했다. 아무도 나의 치부를 모를 테니 안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꽤 오래 하늘을 쳐다보지 못했다.
그 옛날 김삿갓 선생이 왜 삿갓을 쓰고 다니셨는지 감히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이라고 표현했던 윤동주 시인도 왜 하늘을 언급했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일상생활을 하며 나를 스치는 많은 사람들은 내 표정만 보고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모른다. 아무도 내 마음을 모르는데 눈물이 났다. 하늘을 올려다 보려고 하는데 갑자기 고개를 들 수 가 없었다. 햇빛이 자꾸 나를 향해 비추는 것 같아 모자도 없는데 작은 손으로 하늘을 가려보려 애썼다.
손은 너무 작은데 가리고 싶은 내 마음은 너무나 컸다.
길을 걸을때면 고개를 푹 숙이고 최대한 빨리 길을 걸었다. 그리고 반지하인 내 원룸방에 쑥 들어가 문을 닫고 불도 키지 않고 웅크리고 있었다. 그 작고 어두운 공간에 웅크려 하염없이 울었다. 반지하라 빛이 잘 들어오지도 않았건만 그럼에도 더운 여름 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하늘이 빛을 시켜 좁은 창문 사이로 들어가 나를 찾아 보라고 한 것만 같아서.
그 시절 나는 어떻게든 숨고 싶었다. 어디든 파묻혀 버리고 싶었다. 죽을 용기는 없지만 살고 싶지도 않았다.
육체를 죽일 수는 없었지만 돌이켜 보면 내 영혼은 그 때 한 번 죽었던 게 아닌가 싶다.
사실 하늘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여전히 푸르게 존재한다.
내 마음이 그랬던 것을, 그때는 몰랐다.
시간이 꽤 흐르고 이제는 과거의 내 마음을 이렇게 담담하게 쓸 수 있게 된 지금,
한편으로는 부끄러움을 알고 하늘을 감히 쳐다보지 못했던 자신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