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일상 이야기
“쌍둥이가 쌍둥이를 만나 연애하고 그러다 결혼해 함께 살고 있어요 “
이런 말을 들은 많은 사람들의 반응은 이랬다.
“각자 살아야지 그럼 아기는 어떻게 낳아?”
“빨리 돈 벌어서 각자 독립해야 됩니다”
“넷이서 한 집에 사는 게 좀.. 이상한데? 나만 이상한 생각 해?”
5년 전, 세계여행을 가기로 결정했을 때에도 나와 언니는 서로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각자 독립을 위해 따로 여행을 떠났었다.
그때도 생각해 보면 어릴 때부터 들어왔던 수많은 사람들의 반응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언제까지 같이 살려고 그래? 너네 커서 결혼하면 그렇게 같이 못 있어 지금부터 연습해야지”
그래서 우리의 무의식에는 ‘아, 쌍둥이는 언젠가 떨어져 살아야 하는구나’라는 강박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함께 있는 것이 편하고 좋았고, 익숙했다.
지금 우리 넷이서 살고 있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도 자연스럽고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쌍둥이의 삶이 어떤지, 쌍둥이와 쌍둥이가 만나 함께 사는 삶이 어떤지 전혀 상상하지 못할 테니까.
이사를 가면서 우리 또한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우리 이제 커플끼리 따로 떨어져 살아야 하지 않을까? 집을 따로 찾아봐야겠어 “
그렇지만 여전히 상상만 해도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은 삶이었다.
게다가 사실 네 명이서 살면 가성비가 좋다.
집세도 관리비도, 집안일도 기타 등등에서 장점이 참 많다.
우리같이 특이한 케이스가 아니더라도 사이좋은 부부들끼리 함께 살며 살아가는 것도 정말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우리가 함께 산지 벌써 2년 하고도 반이 지나간다.
함께 살면서 어떤 점들이 좋은지 한번 생각해 봤다.
쌍둥이끼리 넷이서 함께 살면 좋은 점
1. 경제적으로 저렴하다
사실 정말 현실적으로 경제적으로 부담이 적게 든다. 오히려!
가전제품이나 가구들도 하나씩만 사면 되니 오히려 가성비가 좋다. 게다가 네 명이서 사니 큰 공간이 필요해서 넓고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다.
둘둘이서 따로 살았다면 집도 더 작아져야 했을 테고, 가구들도 두배로 샀어야 되니 사실 엄청난 손실이다.
생활비 측면에서도 좋다. 집에 들어가는 비용들이 2인이서 나누는 게 아닌 4인으로 나누니 1인당 부담하는 금액도 적어진다.
현재 방 3개에 화장실 2개의 꽤 넓고 햇살이 잘 들어오는 집에 살고 있는데, 매달 집에 들어가는 금액은 예전 반지하 원룸에 살던 때랑 비슷한 정도다. (나와 언니 둘이서 살던 때)
2. 재미있다
사실 나와 남편 둘이서 있을 때도 너무 재미있지만, 넷이서 있을때의 재미만큼은 못 따라가는 것 같다.
넷이서 한 공간에 있으면 농담도 네배, 즐거운 에너지도 네배가 된다.
두명이서만 살았다면 이렇게 재미있는 생활은 못 누렸을걸 생각하면 이 선택에 후회가 전혀 없다.
슬픔이 있어도 네명이서 나누게 되고, 즐거움이 있으면 곱하기 네배가 되니, 함께 사는 즐거움에 충만하다.
매주 파티를 여는데 둘이서였다면 이렇게 재밌었을까? 네명이다 보니 서로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
3. 안전하다
나는 정말 정말 겁이 많은 사람이다. 언니와 둘이 원룸에 살때도 혼자서 화장실에 가려면 불을 켜고 갔을 정도다.
혼자서 살았을 때는 불을 못 꺼서 매일 불면증에 들었었다.
지금은 나와 남편 방에서 자도 저 옆방에 누군가들이 자고 있다고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안심이 된다.
두명보다 네명이라 더 든든한 마음이 든다.
4. 네 개의 관점 배우기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 4개의 의견이 오간다. 처음에는 자매끼리 형제끼리 서로의 의견이 비슷해서 약간 서로가 편을 드는 것처럼 느껴질때도 있었다. 나와 제프가 부부이지만 제프는 멧과 의견이 비슷할때가 많았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 비슷해보이는 의견도 더 들여다보려고 노력한다.
그럼 네 개의 서로 다른 의견들이 보인다.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 세계가 확장되는 것 같다.
한 가지 의견만 생각하며 살 때 내가 맞다고 내가 옳다고 여기기가 쉬웠다.
그런데 둘도 아닌 넷의 의견을 듣고 말하다 보니 타인에 대한 수용력과 이해력이 증진되는 것 같다.
세상을 더 다채롭게 바라보게 되는 것이 좋다.
5. 각자의 시간과 공간도 있다
네 명이서 살면 각자의 공간이 별로 없잖아?라는 편견을 스스로도 많이 가졌었다.
그런데 큰 공간으로 이사를 와서 그런가, 우리는 각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아침에 혼자서 글 쓰고 명상하고 요가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있다.
네 명 모두 각자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각자의 공간에서
지금 사는 집보다 좁은 곳에 살았을 때도 그랬다. 조금 결핍은 있었지만, 각자 어떻게든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6. 외롭지 않다
항상 사람이 네 명이니 공간에 에너지가 늘 차 있는 느낌이다. 공허하고 외롭고 그런 느낌은 오래도록 못 느꼈다.
그래서 간혹 혼자 조용히 있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다들 나갔을 때 혼자 집에 있어보니 조금 우울해졌다. 외롭고 무섭고 난 누군가들과 함께 사는 게 잘 맞는다는 걸 느꼈다.
넷이서 사는 게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가 요 몇 년간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거의 못 느낀 것 같다.
7. 어쩌면 우리 삶의 방식이 인류에게 적합한 시스템?
멧이 오늘 아침 말했다. 우리 네 명이서 사는 것이 인류의 역사에서 봤을 때 오히려 적합한 방식이라고.
우리 선조들은 늘 공동체 사회를 살았다. 서양인도 동양인도 이전 사람들은 늘 대가족을 이루고 이웃과 친척들과 모여 함께 살았다.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해도 그렇다. 아니 우리 어릴 적만 해도 그랬다. 엄마가 늦게 오시면 이웃 아주머니가 저녁을 챙겨주셨고, 서로 돕고 서로 부대끼며 살아갔다.
요즘에 아이를 낳는 것이 더 어려워진 것이 핵가족화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아이를 낳아 육아를 한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온 가족 온 마을이 돌봐야 하는 일이었던 것을 지금은 한 명, 두 명이 그 모든 걸 감당해야 하니 너무 힘에 부칠지도 모른다. 게다가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하고.
우리는 아직 아이를 낳을 생각이 있지는 않지만, 만약 그렇게 되면 그것도 훨씬 좋을 것 같다. 서로 돌보고 같이 키우고.
넷이서 함께 살면서 만족감이 크다. 그리고 점점 더 커진다.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다.
이렇게 살 수 있어서, 이런 관계를 맺고 살아갈 수 있어서 그저 감사하다.
* 인스타그램 : @soo. twins
* 유튜브 : 한미 쌍둥이커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