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보다는 커피와 함께 오는 것을 즐깁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커피를 자주 마시게 되었다. 대학생 때 정장에 사원증을 목에 걸고 커피를 손에 들고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며 오피스가를 거닐 것이라는 로망이 있었다. 실제로 점심시간에 커피를 사서 동료들과 덕수궁 주변을 걷기도 했다. 겉모습은 상상하던 로망과 비슷했으나 실상은 정반대였다. 늘 바쁘고 치이는 신입사원이니깐..
학생이 커피 마시면 머리 나빠진다
어린 시절 이 말을 철썩 같이 믿었다. 진위여부는 아직도 모른다. 하지만 멋진 커피잔에 커피, 프림, 설탕을 타서 마시는 커피는 어른들만의 음식이었다. 고3이 되어서야 친구들의 유혹에 처음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와 캔커피를 마셨다. 나는 세상에 그렇게 입에 쫙 달라붙는 음료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렇게 맛있는 것을 20살이 다 되어서야 알았다는 게 억울했다.
하루에 5~6잔, 커피 전성기
대학생이 되어서 자판기 커피와 캔커피를 즐겨마셨다. 주로 학교 내 자판기를 이용했다. 시험기간이면 자판기 앞에서 친구들과 담소 나누며 마시는 커피는 정말 꿀맛이었다.
군 복무를 하면서 장교였던 덕분에 더 자주 커피를 마셨다.
"커피 한잔 드십시오"
라고 하며 작전과, 인사과, 군수과 등 사무실에서 주는 커피를 거절하지 않고 마셨다. 믹스커피 5~6잔은 기본이었다.
아메리카노? 그 맛없는 것?
아메리카노를 접한 것은 20대 초반 연애를 하면서였다. 당시에 외국에 자주 다녀오던 부유한 여자 친구가 있었다. 만나면 대부분 별다방에 갔는데 꼭 아메리카노를 큰 머그컵에 시켜먹었다.
"나도 같은 걸로"
하루는 오기가 생겨서 한번 시켜보았다. 그리고 한 모금 마시고 다 버렸다. 믹스커피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무슨 구정물이나 탕약 같은 아메리카노가 너무 맛이 없었다. 그 이후로도 한동안 마키아토 같은 달달한 음료만 먹었다.
직장인의 습관적인 커피 섭취
세 번째 직장. 젊은 여성들이 주를 이루던 회사. 점심시간이면 식사 후 항상 커피를 사서 마셨다. 마시고 싶은지 아닌지도 모른 채 관성처럼 발걸음은 커피점으로 향했다. 아무 생각 없이 매일 그렇게 아메리카노 1~2잔을 마셨다. 그러다 보니 보리차처럼 익숙해져 버렸다. 식사를 마치면 깔끔한 아메리카노의 맛이 간절해지기도 했다. 습관처럼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요~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잔요~를 외친다. 한 달에 커피값만 20~30만 원씩 나가던 시기이기도 하다.
커피 맛을 아냐고?
아니. 아직 나는 커피맛을 잘 모른다. 싸구려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든, 고급 커피점의 8000원짜리 이름이 긴 커피든 상관없다. 맛을 구분할 수는 있지만 딱히 선호하는 것은 없다. 특정 커피점 커피만 마시지도 않는다. 커피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대화를 위한 수단이라고 하는 편이 가깝다. 술을 마시지 않는 덕분에 대화가 필요할 때 자주 말하곤 한다.
"커피 한잔 하실래요?"
좋아하는 커피숍
커피숍을 좋아한다. 프랜차이즈도 괜찮지만 개인 카페를 더 좋다. 새로 만든 카페나 내부 인테리어가 예쁘거나 주변 경관이 멋진 곳이 좋다. 혼자 가기보다는 가족들과 같이 가는 것이 좋다. 아내는 커피도 좋아하고 커피숍도 좋아한다. 예쁘고 멋진 곳을 발견하면 꼭 데리고 간다. 가족과 함께 새로운 카페를 찾아다니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다.
※ 글을 쓰는 작가님들이 커피를 연료 삼아서 글을 썼다는 말이 재밌기도 하고, 공감이 되기도 합니다. 저도 글쓰기에 최적의 장소는 적절한 소음이 있는 카페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