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다낭 여행을 계획하면서 호텔 예약은 아들이 맡기로 했다. 다낭 여행 유경험자인 아들은 4박 일정의 중간 2일을 호캉스 콘셉트로 잡아 퓨전 *** 다낭이라는 호텔을 호** 닷컴을 통해 예약한 후 입금까지 완료했다. 호텔 자체의 프로그램이 패키지로 포함되어 있어 꽤 비싼 요금을 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런데 출발 이틀 전 아들에게서 예약을 확인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 호텔 측에 이메일을 보내 문의를 해봐도 '예약이 없다'라는 대답만 반복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끙'하는 신음이 흘러나왔고, 머릿속에는 한 단어가 떠올랐다.
"viet nam!".
이 나라에서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약속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그들은 어깨를 으쓱이고 양팔을 들어 보이며 그렇게 말한다. 여기는 한국이 아니라 베트남이다. 그러니 너희가 이해해라. 해석하자면 뭐 이런 뜻이다.
여행사를 하는 한국 사람 지인에게 확인을 부탁했다. 잠시 후 그로부터 '예약이 있다'라고 답이 왔고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다. 내가 과민 반응을 했구나. 그런데 손바닥에 박힌 가시처럼 여전히 개운치가 않았다. 경험상 이럴 때는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
이번에는 베트남 직원에게 부탁했다. 그런데 자리로 돌아가 전화 통화를 하는 직원의 말이 길다. 그러면 이상한 거다. 정리하자면, 그런 예약이 있었는데 컨펌 과정에서 응답이 없어서 캔슬되었으니 예약했던 호** 닷컴에 문의해 보라는 것이었다. 설마 하던 일이 터졌다. 아니 예약이 있다던 여행사 지인은 도대체 어디에다 문의해 본 거야?
호** 닷컴 측의 입장은 더 애매했다. 자신들은 분명히 예약을 완료했는데 호텔 측의 착오가 있는 것 같다. 확인해 볼 테니 기다려라.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호텔에서 전화를 받지 않는단다. 세상에 이런 핑계가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이쯤 되면 결론은 뻔하다. 더는 싸워봤자 힘만 빠진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해결해 주지도 않을 것이며 결국 예약한 당사자들만 피해를 보게 되는 흔한 결말이 될 것이다.
분노와 혼란에 빠진 아들은 한국에서 수습에 나섰고, 나는 이곳에서 다른 호텔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는 변명을 늘어놓는 호** 닷컴의 대처 능력을 확인한 아들은 결국 취소 및 환불을 했다. 그래도 환불이라도 제대로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처음에 '예약이 있다'라고 확인해 준 여행사 지인에게 괜찮은 호텔 있으면 예약해 달라고 한번 더 부탁했다. 여행사니까 좋은 대안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친구는 찾아보고 있는데 룸이 거의 풀이라며 난색을 보였다. 검색 몇 번으로 취소한 호텔과 유사한 급의 호텔을 여러 개 체크할 수 있는데 정작 여행사를 하는 전문가는 왜 없다고 하는 거지?
인바운드 여행사니까 혹시 자신들이 거래하는 호텔의 범주에서만 알아보는 걸까? 그렇다면 역시 여행사를 온전히 믿어서는 안 된다. 결국 내가 검색한 4개의 선택지를 아들에게 보냈고, 아들은 한 개를 골라서 예약을 마쳤다.
다음 날, 그러니까 가족들이 출발하기 하루 전, 최종적으로 한 번 더 예약 확인을 하고자 베트남 직원에게 예약자인 아들 이름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룸이 1개만 예약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건 또 무슨 일이야.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해야 하나? 베트남 직원이 전해준 호텔 직원과의 통화 내역을 다시 하나씩 떠올려 보았다. '다른 이름으로 예약한 룸이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그것이 힌트였다.
룸 하나는 아들 이름으로, 다른 룸 하나는 내 이름으로 부킹이 되어 있었다. 호텔 측에서 1실 1 예약이 원칙이라면서 실제로 묵을 각각 이름으로 부킹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객실 재판매를 방지하려는 생뚱맞은 정책인듯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 사람이 동시에 예약을 진행했고 비용을 결제한 사람 또한 한 사람인데 그걸 융통성 있게 처리해 주지 못하고 없다고 딱 잘라 버리다니. 아니다. 힌트라도 줬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우여곡절 끝에 4박의 호텔 예약이 모두 정리되었다. 한 달 전에 시작한 호텔 예약이 하루 전에 비로소 끝난 것이다. 하마터면 가족들이 베트남 다낭 거리를 헤맬 뻔했다는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객실 예약은 비교적 간단한 일인데도 생각같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요한 것은 최대한 사전에 거듭 확인을 해야 한다. 일이 터지고 나서 현장에서 아무리 항의해 봐야 소용이 없다. 행여나 일이 꼬였을 때는 시시비비를 가리기 전에 가능한 대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 그래야 소중한 여행을 시작부터 망치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