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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술꾼 Feb 28. 2023

도라지 위스키와 낭만

바에 홀로 앉아 낭만을 즐기다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우리 세대는 이해하기 조금 힘든 낭만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듣고 있으면 한 잔 술에 떠나버린 세월의 아쉬움을 담아 털어 넣으며 추억을  안주 삼아 쓰린 속을 달래는 노신사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그 노신사는 기억 속 한편에 머물고 있는 첫사랑 소녀를 떠올린다. 청춘의 미련이야 없지만 그래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을 아련하게 추억하는 그때, 뱃고동 소리와 파도소리 그리고 도라지 위스키가 노신사의 곁을 지킨다. 


낭만은 사치라고 여기기 쉽다. 특히 가정을 가진 40대의 중년이라면 말이다. 부모님과 아이, 부부간의 문제와 직장생활 등 걱정해야 할 것이 많은 나이이다. 적당히 취미생활을 즐길 수는 있지만 '이 돈이면 딸에게 더 좋은 것을 줄 수 있는데'하며 망설이게 된다. 

그럼에도 술장을 한가득 채웠다. 불효자가 된 것 같고 못난 아비, 불량 남편이 된 것 같아 떳떳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좋아하는데. 하루종일 회사에만 머무르고 퇴근하고는 저녁 먹고 설거지하기에 급급한 하루. 간신히 좋아하는 술 한잔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너무 좋은데 어쩌겠는가.

변명을 계속 늘어놓지만 여전히 떳떳하지는 못하다. 


그럼에도 낭만을 가지고 싶어 늦은 밤 술잔을 기울인다. 취하기보다 즐기기 위해서. 술 한잔에 하루의 피곤함도 담는다. 때론 지나간 세월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추억도 되짚어 본다. 아내와 딸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직장에서 못 다했던 말들을 정리해 본다. 



집에서 마시는 위스키도 매력적이지만 가끔은 바에 홀로 앉아 위스키를 즐기는 것도 좋다. 가정이 있는 남성은 이런 호사를 누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온전히 나를 위해 시간을 쓰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한다.  너무 비싸 병째 구입하는 것이 부담이 되었던 술을 한잔 주문하고 느긋하게 술의 향과 맛을 즐기며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갖는다.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어지면 아무런 말이나 바텐더에게 건넨다. 제대로 된 바라면 손님의 대화를 편안하게 받아치는 바텐더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손님을 응대하기 위해 바텐더가 자리를 떠나면 옆사람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 보기도 한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주제에 관해 신나게 떠들어대는 목소리가 가끔 거슬리기도 하지만 간혹 관심 가는 주제를 만날 수도 있다. 마치 라디오를 듣는 그런 기분이 든다. 그 사람의 이야기에 반응할 필요도 없다. 관심이 없으면 다른 이야기에 집중하면 된다. 그마저도 흥미가 없으면 나에게 집중하면 된다.  

홀로 바에 앉아 있을 때 당신은 선택할 수 있다. 외롭거나, 외롭지 않거나


우리는 회사를 위해 시간을 쓰고 가족을 위해 시간을 쓴다. 나를 위해서는 어떤 시간을 쓰고 있을까? 늦은 시간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를 보며 고작 1시간 정도, 그것도 잠을 줄여가며 내야 하는 그런 시간은 조금 슬프지 않은가. 꼭 술을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길 권한다. 가족이나 직장은 생각하지 말고, 온전히 나만을 위해 쓰는 시간. 그렇게 쓰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달콤한지 꼭 경험해 보길 바란다. 


낭만을 포기하고 살아가기에 당신의 시간은 너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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