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기분이 다운될 때

by moonbow

여성 창작자를 위한 슬럼프, 악플 등의 대처법이나 마음가짐 등등을 다루는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봤다.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또 동시에 거기에 가서 나처럼 맨 살을 다 드러내는 사람이 괜히 상처만 받고 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현실적 여건이 되지 않았다. 시간도 그렇고 이사를 앞두고 있는 입장에서, 또 현금이 없었기에 등록할 수 없었다.


그 다음에는 에세이 쓰기에 대한 여성만의 글쓰기 수업을 알게 되었다. 아주 큰 돈은 아니었지만 우리집에서 매우 먼 서쪽 끝 마포, 그런 곳이었고 또 역시나 시간과 돈이 문제였다. 이 강좌는 한달에 한 번 계속 열리기에 이사하고 좀 자리 잡히면 갈 수 있겠지, 하고 위로했다.


그리고 병원에 가서 상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시간당 7만원이라고 했다. 그게 아니라하더라도 의사선생님은 자기랑도 간단하게 정리해서 기분이 곤두박질 칠 때 드는 생각들을 자세히 잘 정리해서 먼저 이메일을 보내면 이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두 번 기분이 다운되고 나도 모르게 기분이 나빠지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아, 맞다, 메모해야지, 하고 기분이 나빠지는 순간에 내가 하는 생각들을 적어보았다.


대부분 추측성의 생각들이었다. 그리고 인간불신에 대한 내용이었고 남이 날 어떻게 생각하면 어쩌지, 라고 하는 걱정이었다. 실제로 학창시절에 갑자기 이간질을 당해서 오해받고 미움받았던 경험도 있고 질투를 많이 받아서 그랬는지, 친구에 있어서 좋은 경험이 없다. 그리고 지금도 주변에 사람이 없고 일상을 나누는 친구는 잘 없다. 친구를 찾으면 나도 모르게 내가 가진 마음의 이슈나 삶의 이슈를 꺼내놓는데 그런 무거운 이야기들이 부담스럽다고 하고 멀어진 친구도 있었다. 내가 멀어졌든지. 그리고 자꾸 그들에게 징징거리려는 내 마음도 이번에 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눈에 보이는 성취감이나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나 인정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 나도 모르게 슬픈 얼굴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젠 이럴 굳이 말로 하지 않는다. 말로 할 수 있는 사람도 현저히 줄었을 뿐더러 다들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며 나라는 사람 자체를 신뢰하지 않으며 그런 징징거리는 소리를 했을 때 이를 들어줄 여유도 마음도 나에 대한 애정도 있는 사람을 그닥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이런 사실을 그렇게 비극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왠만한 모든 사람들은 남들이 징징거리는 것을 듣기 싫어한다. 삶의 여유가 없고 또 너만 힘든거 아니야, 라고 말하고 싶고 나보다 내가 더 힘들어, 라며 불행으로 순위를 매기려고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 성격 자체가 어린 애처럼 그냥 징징거림을 들어주기만 하면 되는데, 겉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기때문에 차라리 침묵을 택하는 편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아주 운이 좋아서 마음이 넓고 깊은 파트너를 만난다면 옹기종기 나긋나긋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리고 내가 너무도 핵심에 이르려고 모든 감정과 불쾌한 것들의 원인을 파악하려고 대화를 하는 경향이 있기에 좀더 내 일상에 충실해 지기로 했다.


말만이렇지, 집과 몸은 엉망진창이다.


갑자기 기분이 곤두박질 칠 때 하게 되는 생각의 굴레들. 그것들을 말풍선으로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아무것도 해결이 되지않았지만 정리가 된 기분도 든다.


우울증이든 조울증이든 원인을 모두 다 알아야 나을 수 있는 병은 아니다.

의사도 그 원인을 백퍼센트 깔끔하게 결론내릴 수 없다. 유전, 환경, 성향, 체질 등 많은 것들이 이 병의 원인이 된다. 나도 내가 겪었던 첫 번째 트리거와 에피소드, 삽화를 찾으려 과거를 곱씹고 다시 곱씹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해보고 이해받으려 노력한 적도 있었지만 그것이 병을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때론 더 큰 상처가 되어 돌아오는 대화가 되어버렸다.


내 감정을 똑같은 진흙탕으로 던져버리는 순간과 생각.

때론 그 생각들이 증식하여 생각이 생각을 먹고 또 결국 내 자신이 다 먹혀버리는 그런 시간이 많았다. 이젠 조금 한 발짝 멀리서 그 생각을 말풍선안에 넣으며 그렇다고 그런 생각을 하는 나를 미워하지도 않으며 내가 나를 좀 더 이해해주려고 한다.


이런 생각이 충분히 들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지.

내가 가진 모순이 이거구나.

이런 생각을 왜 할까.

아, 그때 그런 일 때문일까.


계속 나는 작업중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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