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옹 옆 마틸다가 아닌 그냥 마틸다!!!
19/100 등장인물과 함께 하는 여담 - 마틸다 의 마틸다
어린 아이가 주인공인 이야기인 경우 유치함을 넘어선 위트가 존재한다.
아이가 주인공인 세계를 만약에 그리거나 만들거나 한다면 어른들 얘기보단
어 쉽겠지, 이렇게 하면 애들은 다 좋아하겠지, 라는 어마무시한 생각으로
접근하면 안된다. 만약 그런 이야기를 어린 아이들이 좋아한다면 그거 말고
다른 건 본 적이 없어서 봐주는 것이지 진짜 재밌어서 재밌다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만약 어린 시절 재밌게 보았던 소설이나 영화나 뮤지컬을 지금 다시
본다면 또 다른 의미로 읽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야기는 정말 좋은
이야기다. 진짜 나이가 어린 아이들을 현혹시켜 코 묻은 돈을 뺏어 가는 이야기
가 아닌 이미 쓴맛, 단맛 다 본 어른들을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만드는 시간
여행을 하게 하는 셈이니 말이다.
어른보다 훨씬 똑똑하지만 실제 세상에 선택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친부모이지만
책을 뭣하러 읽느냐, 등등 천재인 ‘마틸다’의 존재 가치를 못 알아본다. 이런 마틸다가
다니는 학교는 엄청난 투포환 선수였던 교장이 악의 근원이다. 강압적이고 아이들은
멍청하고 필요없고 더럽다고 생각한다. 다소 동화적인 설정이니 이걸 유치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정말로 유치한게 아니라 취향일 것이다. (그렇다고 우기고 싶다.)
이런 작은 소녀인 마틸다는 많은걸 간파하지만 현실적인 힘이 없다. 가령 학교를 선택
하거나 좋아하는 선생님을 괴롭히는 교장선생님을 바꾼다거나 부모를 바꾼다거나 하는.
자신의 삶의 환경을 선택할 힘. 이런 ‘마틸다’에게 초능력(염력)이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이걸 가지고 유치하다면 …...이제는 할 말이 없다.) 이 초능력이 어린이다운
상상이기 때문에 교장선생님을 하늘에서 빙빙 돌려 창문 밖으로 내던지거나 교장의
집을 놀이 동산의 귀신의 집 정도로 만들어 버릴 뿐이지만 그 정도라서 매우 귀엽고
균형을 잘 이뤘다고 생각한다. 같은 이름인 ‘마틸다’가 온 가족이 살해 당하고 옆 집 남자에게
문을 두드려 복수에 성공하는 ‘레옹’보다는 말이다. 어린 여자 아이가 다소 멍청해 보이는
아버지 뻘의 남자 앞에서 마돈나 등등을 재롱 잔치를 피우는 것은 학예회를 넘어 위험하다.
그 때는 스팅의 음악과 함께 느와르적인 매력을 뿜뿜했고 나도 어린 시절 재밌게 봤지만
알 수 없는 어떤 약간의 불편한 느낌, 여자 주인공의 되바라짐과 초커 목걸이가 불안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내가 영화를 선택할 힘을 가지고 있는 지금, 다시 어렸을 때 우연히 봤던
영화를 다시 골라(내 힘으로) 본다면 ‘마틸다의 마틸다’에는 두 손들어 찬성할 것이고 뮤지컬
<마틸다>를 보러 영국으로 가고 싶다. (이건 어른이 되어도 쉽게 가지지 못 한 현실적 힘이다.
아, 자본이여…..)
여튼 하려는 말은 어린 아이는 어린 아이만의 힘이 있다. 진실을 말하고 자신은 인지 하지 못하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무력화시키는 지도 알지 못하지만 알고 있다. 나도
뭔가 염력 비슷한 힘이 있었는데(감이 좋아서 그런지 우연인지 집에 걸려 오는 전화벨만듣고
누굴 찾는 전화일지 맞췄고 윷놀이를 할 때는 옆에서 ‘뭐가 나와라.’하는 신부님의 주문에
백퍼센트 다 맞는 염력을...발휘한 적도 있다. 진짜다. 아빠한테 물어봐라.) 근데 중학교에 가고
어른의 세계에 들어갈 준비를 나도 모르게 하게 되면서 그 염력은 없어졌다. 20 대 땐 도를
잘 아시는 분들만이 자주 알아봐주시곤 했다. 그 분들도 좀 도를 다 닦지는 못했던것일까, 내가
우리 집안을 일으킨다고 했었는데 지금으로선 요원한 일이다.
마틸다는 ‘아이’라서 어른의 힘은 없지만 어른들이 다 알고 지배할 수 있다고 한 현실 세계를
‘초능력’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무기로 자신의 세계를 쟁취한다. 친 부모에게 자기를 입양시켜
달라고 당당히 요구하고 여리고 착한 어른인 선생님에게 집을 되찾아 준다.
아이의 마음으로 초능력을 얻게 된다면 어떤 현실의 환경을 바꾸고 싶은가?
이미 로또라든지 로또라든지, 돈이라든지 등등을 생각했다면… 당신은 나와 통했다…
초능력은 상상하면 상상만으로는 행복해지고 너무 오래 상상하면 현실에 짜증이 날 테니 10초만 상상해보시길 빈다. ( 사실 가끔 아이들도 ‘돈 많은 백수’가 꿈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
아, 계속 살아남아서 운이 좋게 형편이 나아지고 지금의 역경도 온 세계가 이겨낸다면 영국에
가서 뮤지컬 ‘마틸다’ 를 보고 싶다. ……. 그 때가 오면 뮤지컬에 대한 애증도 지금 이 상황의
역경도 ‘그럴 때가 있었다.’라고 흘려 보낼 수 있겠지. 이 희망이 너무 큰 것이라면 지금 이 순간이라도 영화 <마틸다>를 보며 신나게 춤추며 노는 마틸다의 깜찍한 모습을 볼 수 있고 이 장면을 찍기 위해 약간 겸연쩍었던 마틸다를 위해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모든 스태프와 감독이 춤추며 파티를 열어 마틸다의진짜 즐기는 모습을 찍을 수 있었다던 뒷 이야기를 떠올리며 잔잔하지만 흡족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오늘 자기 전 틀어 놓을 영화는 마틸다,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