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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bow Jul 11. 2021

등장인물과 함께-스카이캐슬의 김주영

전적으로 믿으셔야합니다


한국 드라마를 잘 보지 않지만 몇몇 드라마는 밤을 지새우고 
근육과 취침과 그 다음 날을 위한 체력을 반납하며 달리게 되는데 
최대한 참을 수 있을 정도까지 참은 후에 결론을 금방 볼 수 있을 때 본다. 

스카이캐슬은 한국의 교육 문제, 그들만의 리그 , 인간군상 등 여러 면모를 볼 수 있었던 
드라마였다. 한국 드라마 답게 마지막엔 몇몇은 지극히 착하게 돌변하여  마무리를 볼 수 
있었는데 드라마 전개 상  그 마지막이 비극으로 밖에 치달을 수밖에 없는 단 한 사람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김주영 선생. 
그녀는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라는 대사로 히트 쳤다. 
그리고 완벽하게 목표를 성취시키는 대단한 선생이었다. 
그렇게 되기 까지는 과거의 아픔이 있었는데 
천재적인 자질을 보이는 딸을 숨쉬지 못 할 정도로 
공부의 방으로 밀어 넣어 결국 
자신 안에 자기를 가둔 k라는 비극을 만들어 낸 '엄마'다. 

대체 '공부'가 뭐길래.
 한국은 유대인과 열정의 측면에서는 비슷할 정도로 교육열이 높은 나라였다.(지금도 그렇겠지만 
'돈'이 최고니까 공부를 잘 해도 엄청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면도 있는 것같고 
아니면 진즉에 포기해버리는-경제적 효율성이라는 측면으로- 경우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여전하겠지. 대치동도 그러하고, 나는 어찌하다보니 과외를 하고 있는데 1대1이 맞기도 하고 
내가 20대 시절처럼 외고 출신이어야만 과외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게 되었다. 

운이 좋게 좋은 학생도 만났고 좋은 학부모도 만났고 또 그렇지 않은 몇 몇 케이스도 있었다. 
가르치다보면 과외를 시킨다고 다가 아니고 학습 환경이나 본인의 자질이나 학부모의 생각 등이 
큰 차이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아무래도 방문 과외다 보니 더더욱 그러한데 
그래서 김주영 선생이 집을 방문해보고 학부모의 직업과 돈과 등등을 꼼꼼히 따져 자기가 
만들지 못했던 k(그녀의 딸이자, 그녀의 잘못된 신념으로 불운하게 되어 버린..)를 만들려고 한다. 


잘못된 신념이 강하면 얼마나 종국에는 불행해져버리는지, 결국 그 '마지막'이 아주 
늦게 찾아온다 할 지라도 말이다.  그니까 아주 떵떵 거리고 부러움을 받고 살다가
은퇴를 하여 평생 잘 못 산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요양보호사인 
어머니께서 말씀해 주신 적이 있다. 


김주영 선생은 다른 것말고 자신의 엔진이 될 만한 목표를 찾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실패한 딸을 죽이려 카레에 약을 타고 끝내는 카레를 엎어 버리는 슬픈 장면을 만든다. 
의지와 신념이 잘못된 방식으로 바뀌는 방법은 아주 교묘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더 빨리, 더 나아가도록, 더 나아져야 한다, 쟤보다는 더, 등등의 조바심과 시기심이 파고든다. 
그리고 그 방식으로, 아니면 더더욱 부조리한 방식으로 괜찮게 살고 아니, 그 보다 더 성공적인 
인생으로 사는 타인들을 볼 때 그 경계는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괴물을 만들고, 비극을 만든다. 







김주영 선생은 그런 회색지대의 세상, 아니 그녀가 봤던 세상은 전쟁같았고 유일한 무기는 
공부 밖에 없었고 자신의 꿈은 너무나 빠르게 쉽게 좌절되었고 그래서 그녀의 높은 이상을 
완성시켜줄 수 있는 인생의 유일한 엔진이 k였던 것이다. 







김주영이라는 인물이 가진 비극성은 그녀를 악녀로만 만들지 않아서 더 두드러진다. 
그녀가 괴물이 되게 된 상황과 세상의 굴곡. 그래서 더 기억에 머무르는, 
그리고 그런 그녀가 듣던 슈베르트의 '마왕'이 생각이 더 나는 밤이다. 

내 앞에 할 수 있는 것은 '공부'밖에 없었고 또 그 '공부' 안에서 숱하게 좌절하고 
김주영 선생이 지시하는 것과 같은 환경이 내게는 너무도 없다고 불평으로 가득찰 때, 
환경 탓 하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라며, 이러 저런 무식한 방법으로 나를 몰아 갔을 때, 
결국 대학에 합격하고 나서 짧은 축하 이후 바로 서울에서 펼쳐질 빈부격차의 충격을 미리 
주겠다며 이런 저런 말들에 공포에 질렸고 대학에 가고 한 학기 만에 
나는 그저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세속적인 가치 안에 순위를 매기고, 출신을 따지고, 지역을 따지고, 부모의 직업을 따지며
그들 안에서 순위를 매기고 그들의 자존감을 위해 나락으로 떨어졌던(굳이 안 떨어져도 되는데 거기에 타격을 크게 받았고 못되고 교묘하고 영리한 사람들 속에서 나는 항상 바보 천치처럼 굴었던...) 순간들이 
울컥 울컥 토악질처럼 올라오기도 한다. 

지금은 너무도 핫한 곳이 되어 버린 강원도 양양 출신인데, 나는 선후배들이 가득 모여 있는 20명은 됐나, 그런 
식사 자리에서 양양 출신이라는 것을 밝히자 마자 '농어촌특례입학'을 했다며 바로 '함경도 특례', 북한 사람(?), 등등의 야유를 받았고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부끄러운 분위기가 아닌 분위기에서 모두가 날 쳐다봤던 그런 기억이 
있는데, 누군가는 농어촌 특례니 그들보다 수능점수가 낮아서 학점으로 승부를 봐서 동등해지면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나름 공부의 어려움이 많았다. ㅎㅎㅎㅎㅎ. 

그런 영악하고 빠르고 공부를 잘하고 성실하며 머리도 좋았으며 노력까지 열심히 한 그들은 어떻게 사는 지 모르지만 분명 흔히들 말하는 어느 정도의 대학, 대기업, 등등의 루트를 밟으며 살아가는 것을 종종 듣는다. 이제는 과거 
그들과 나를 한참이나 비교하며 못난 나에 대해 집중하는 그 시간을 지났고, 딱히 지금도 그 무엇하나 자랑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즐거운 인생'의 잔재미들을 찾아가는 지금이 나는 괜찮다. 

김주영 선생의 그런 집착이 한 켠으로는 설득력이 있고, 오히려 흑과 대비되는 실력으로만 자신만의 성을 만든 
사람들이 오히려 내겐 '천사?' 아님 '천상계'의 사람들처럼 실제 존재했으면 좋겠지만 자주 목도는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던것 같다. 

슈베르트의 '마왕'을 들으며 어두운 기억은 저 편으로 넘겨 버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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