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함에서 상자를 꺼내면 먹먹함이 나온다

-시같지도 않은 시같은

by moonb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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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날 슬프게 한 적 없다

내 기대만이 날 울게 했다


그저 바람이 불었을 뿐

바람에 펄럭였던 건 내

빈 수레같은 시끄러운 마음


시도(시의 길)를 알 수 없다

내가 가지고 노는 낱말의 길이므로


시를 쓰려는 시도는

현대인에게 비웃음당한다


젊은이들은 시도하지 않는다

시도는 거미줄을 쳤다


실패하면 실패자가 되는 길밖에 없다

실패해보지 못한 자는 시를 쓸 수 없어서 다행이다


자살시도만이 성황이다


세상은 날 존재케 했다, 아마도

세상이 날 버렸다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세상 그 어느 것보다

날 품지 못한 것은

세상이 품고 있는 내 자신밖에 없다


이런 것도 시가 될 수 있을까


그냥 오늘도 시도해본다

내 시가 가는 길을

막막하게 바라본다


막막함에서 먹먹함을 꺼내려면

상자를 몇 개 열어야 할지 모른다


막막함을 열고 또 열고 또 열고 또 열어본다


막막함을 망망대해를 떠도는 거대한 배

먹먹함을 인양하러 항해한다


시도 없으면

시라도 없으면


시도 시라 시도 시라도

음악도 없고

실패도 없고

먹먹함도 없다


한 밤 중 어딘가 좌초되어 있는 먹먹함의 선장에게

조명탄을 쏘려고 불을


그러나 연기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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