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마주친다, 너를. 잊었다고 방심했을 때

by moonbow

난 외로움을 많이 느꼈던 사람이었다. 하긴 모든 감정에 대한 증폭기가 심장에 있는 듯 느끼곤 했으니까 외로움도 마찬가지였겠지만. 그렇지만 최근엔 외로움을 그다지 많이 느끼지 않았다.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아마도 고양이를 키우고 나서였을 수도 있고 가족과의 연대를 다시 느껴서 였을 수도 있으리라. 게다가 이제는 인간은 외로울 수밖에 없다는 걸 자연히 깨달을 나이여서 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외로움을 덜 느끼는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 잘 모르겠었다. 내가 성장한 것인지 그저 무기력해져서 무감각해진 건지도 모르겠고. 그저 나의 인간관계 그 자체를 그대로 인정해버려서 인지, 점점 사람과 사회에 시달려가며 사람에게 더 이상 기대를 안해서인지도. 결국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그리고 날씨가 좋아지고 바람이 상쾌하고 즐거운 마음이 조금씩 싹트자 여러 감각들이 다시 겨울잠을 깬 듯 무기력에서 조금씩 깨어났다.


움직임이 늘었고 청소를 더 자주했고 외출이 늘었다. 그래도 이상하게 외롭지는 않았다. 누구나 다 그렇다지만 주로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나에게 연락하는 사람이 없다. 연애 중이 아닌 다음에야.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핸드폰을 보며 카톡을 하고 게임을 하고 전화를 한다. 나는 대신 멍을 때리고 트위터를 보고 핸드폰을 하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대학 주변에는 유독 커플이 많은데 나의 거주지가 대학 주변이었으므로 어리고 젊은 커플을 볼 때가 많다. 집에 오는 길에 습도가 높아 끈적거리는 날씨에도 꼭 껴안고 예뻐죽겠다는 듯이 여자친구의 정수리에 키스를 해대는 어린 남자를 본다. 저런 다정함이 세상에 존재하는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연애를 한다고 외롭지 않은 건 아니다. 연애를 할 때 더 외로웠을 때도 있었다. 사람들이 주변에 많고 왁자지껄한 맥주 파티를 할 때,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을 때 간혹 더 저미는 외로움이 날 찾아오기도 했다.


여태까지 나는 '쓸쓸해 보이고 외로워 보이는' 데 재능이 있다고 할만큼 그런 분위기를 지닌 사람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무미건조할 정도로 외로움마저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다. 외로움이 항상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닌다고 생각했는데 그 그림자도 이젠 내 일부가 되었는지, 아님 이제 더 이상 내가 외롭지 않으려고 노력하지 않아서 인지 외롭지 않다.


하지만 며칠 뒤 집에 오는 길에 긴 그림자가 작은 골목길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목을 가다듬고 자길 소개했다. 외로움이라고.

난 그저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그래. 왔구나. 너. 거기 있었구나.' 라고 손을 잡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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