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거 6일차 : 물질의 고리-48번 진키] 2023/11/24 금요일
올해 봄여름에 ‘코리안드림 유라시아 평화원정대’ 소속으로 대륙 횡단 여행을 중학생 딸과 함께 값지게 했던 지인을 모처럼 만났다. 귀국 후 노장철학의 대가인 최진석 교수가 상임대표로 동참한 제3당 창당 작업에 헌신해온 그와 근황을나눴다.
그를 통해 근자에 최진석 교수가 신당의 상임대표직을 사퇴했다는 걸 알았다. 정치판을 떠나 함평의 ‘호접몽가’로 돌아간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사직하고 새말새몸짓 기본학교로 돌아간다. 기본학교로 돌아가는 것이 내 ‘기본’을 더 잘 지키고, 우리의 ‘기본’을 더 잘 닦는 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 교수가 정치판의 ‘부적절함’을 자각하고, 그간 쌓아온 인문학적 ‘자원의 풍부함’을 바탕으로 후학들에게 ‘지혜’를 두루 나눠주는 행보에 주력하는 듯하여 내심 기뻤다.
얼마 전에 오랜만에 만난 친구도 기본학교 4기에 합격해서 매주 토요일마다 함평에 내려가 최 교수를 만난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동안 물질적 자원의 풍부함에만 치우쳐온 그가 기본을 더 잘 닦는 원시반본原始返本의 행보를 시의적절하게 이어가길 응원했더랬다.
‘공의의 운동장’ 구축에 일조하는 ‘선한’ 보살이 되겠노라 다짐한 마당에,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새삼 떠올렸다. 으뜸이 되는 선은 물과 같다. 겸허謙虛와 부쟁不爭의 물 덕성에 더하여, 물이 드러내는 48번째 시디 ‘지혜’를 가슴 깊이 되새긴다.
물은 지혜의 본질을 드러내는 가장 위대한 상징이다. 본질이 역설적이기 때문이다. 물은 비어 있으면서 꽉 차 있고, 약하면서 강하며, 저항하면서 항복한다. 물은 자신이 담긴 그릇의 모양에 맞추고, 그릇이 사라져도 계속 존재한다. 진정 현명한 사람은 이런 물과 같다.
전체의 70%가 물로 채워진 몸 또한 지혜의 발현이다. 인간에게서 물리적인 몸보다 더 현명한 것은 없다. 우리가 비밀을 발견할 때 보편적인 지혜의 근원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지혜는 우리의 몸에 대한 완전한 신뢰에 뿌리를 두고 있다. 몸이 하는 일은 결코 잘못될 수 없다. 몸이 따르는 어떤 경험을 통해서든, 우리의 행동과 생각과 움직임은 전체로부터 나타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정신적 불안 또한 우리의 욕망, 환상, 분노, 모욕, 욕망과 마찬가지로 육체적 지혜의 한 측면이다. 모든 것은 몸으로 시작하여 몸으로 끝난다. 모든 감각을 완전히 허용하고 신뢰 속에서 누리게 되면, 우리네 두려움의 깊은 내적 진동은 결국 흐지부지된다.
두려움은 실제로 두려움에 대한 두려움이며, 그것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다른 모든 두려움은 단지 계속해서 일어났다 다시 사라지는 신체감각으로 축소된다. 몸은 단순히 자신의 지혜를 따르며, 이 지혜는 감각을 해체시킨다. 진정한 지혜의 표현은 오직 ‘완전한 평범함’일 뿐이며, 48번째 시디가 남겨놓는 것은 절대적으로 평범한 인간이다.
한동석 선생님도 <우주 변화의 원리>를 통해 ‘정신이 기혈에서 생성된다’고 일깨운 바 있다. 기혈이 맑아야 정신이 밝아진다. 지혜의 기본인 몸을 나날이 더 잘 닦아, 절대적으로 평범한 인간으로 우뚝 서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