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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영 Jun 26. 2016

헝가리에서 본 서울의 모습

Day 11 헝가리 - 부다페스트(2)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조금씩 거세지기 시작하더니 - 

우리가 영웅광장에 도착할 때쯤에는 우산이 없으면 순식간에 홀딱 젖어버릴 정도로 비가 내렸다. 먹구름이 잔뜩 낀 영웅 광장의 가브리엘 동상은 천사가 아니라 천둥번개를 몰고 올 악마나 마법사처럼 보인다. 


이곳엔 그냥 비를 맞고 다니는 쿨남들이 많다. 


광장에는 공사가 한창이라 영웅들의 얼굴도 가까이에서 보지 못했고, 우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옆에 보이는 미술관으로 뛰어들다시피 들어갔다. 무작정 들어간 그곳에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릴 겸 전시를 보기로 했다. 정말 멋지고 잘 찍은 사진들이 많아서 한참을 재미있게 보고 있던 중, 어딘가 불편해지는 전시물을 맞닥드리게 되었다. 


작품 제목 : 서울(Seoul)


빔 프로젝터가 하얀 스크린에 '서울 사람들의 모습'을 끊임없이 쏘아댄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어폰을 끼거나 핸드폰을 응시하며 힘 없이 걸어가고 있고 소리가 들리진 않지만 간혹 한숨을 쉬는 사람들도 보인다. 설정인지도 모르겠으나, 얼굴엔 근심이 가득하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파란 눈동자의 꼬마 아이가 이 전시물을 보고 엄마에게 뭔가를 물었다. 엄마한테 대답을 들은 그 아이는 나와 잠깐 눈이 마주쳤고, 이내 엄마의 손을 잡고 다음 전시실로 이동했다.

그 아이는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전시물 하나에 마음이 불편하고 속상해진다.




영웅광장 옆 Kunsthalle 미술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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