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지구는 없다 (2020) | 타일러 라쉬
독서의 시작은 용기이고, 독서의 끝은 실천입니다.
독서의 즐거움은 향기롭고, 독서 이후의 삶은 한 뼘 더 넓어집니다.
100권의 책을 읽으면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질까?
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인생이 달라질 독서 100선"
번째 이야기는 <두 번째 지구는 없다>입니다.
우리나라에 3가지 난제가 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기후 위기가 그것이죠. 회사의 단기 전략을 짜던 중에 이 3가지 난제가 문득문득 떠오르곤 했습니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할 수 없다지만, 내가 짜는 이 전략들이 지금 중요한가? 우리나라에 커다란 위기, 혹은 이 지구에 큰 위기가 덮쳐 내 딸 주은이의 아이가 100세까지 살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는 이 지구에서
아이를 낳은 엄마 입장에서 저출산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생각했지만
저출산은 단순하게 우리나라 경제 위기를 초래하는 것일 뿐, 우리나라 정책가, 정치인들이 어떻게든 해결하시면 될 것 같고... 진짜 문제는 기후 위기라는 생각이 들게 한 책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타일러가 겪었던 답답함을 내내 겪었습니다.
내가 텀블러를 쓰고, 분리수거를 잘하고, FSG 인증을 받은 A4 용지를 산다 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하는 무력감과 막상 미니멀을 추구하며 안 입는 옷 10벌을 버리고, 다시 1-2벌을 새로 사는 남편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타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하고 겁도 났습니다.
타일러는 제가 참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생각이 올바른데 똑똑하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유쾌하고 솔직합니다. 본성이 단단한 타일러는 자연이 가까운 동네에서 자랐다고 합니다. 할머니 밑에서 자란 아이, 형제자매가 3명 이상인 집은 분명히 따뜻함이 묻어난다는 저만의 좋은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자연과 함께 자라온 사람에게서 묻어나는 단단함이 그에게도 있었습니다.
지금 하는 이 노력들이 잠시뿐일까 봐 두렵기도 합니다.
다음 책으로 제로웨이스트 살림법을 읽고, 공대를 나온 나의 전공을 살려 기후 위기에 대해 더 공부해보고 싶어 졌습니다 (처음으로 내가 공대를 나온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지금은 모르지만 타일러는 당장 내가 해야 할, 나아가야 할 발자국, 방향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100만 원 월급을 벌면서 175만 원을 쓰는 사람들입니다. 매년 75만 원의 빚을 지고 탕감할 생각은커녕 매년 더 큰 빚을 지든지 말든지 상관없다며 돈을 씁니다. 버스 너무 힘들어서 택시를 타고, 구질구질한 옷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새로운 옷을 삽니다. 월급이 100만 원이면서 BMW를 덜컥 결제하고 누구나 그렇게 산다며 큰 집을 더 큰 대출을 받아 삽니다.
우리가 지구로부터 그렇게 빚을 지고 삽니다. 그 빚은 눈덩이가 되어 우리가 목숨으로 밖에 갚을 수 없는 그 길을 걸어서도 아니고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는 것. 그것이 현재의 우리입니다.
미안하지만 두 번째 지구는 없습니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중요한 내용 발췌
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설립된 UN 산하 국제기구)는 지난해 제51회 총회에서 '해양 및 빙권 특별보고서'를 채택하며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해수면 상승으로 2050년에는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극한상황을 겪게 되고, 2100년이면 해수면 상승이 1.10m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어쩌면 내가 죽기 전, 적어도 내 아이는 겪게 될 상황이다)
타일러의 꿈은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것이다. 누구도 듣고 싶어 하지 않지만 전문가도 아닌 타일러가 환경을 이야기하는 건, 누구라도 당장 말을 꺼내고 너나없이 당장 행동해야 할 만큼 지구의 상황이 절박해서이다.
우리는 한 해 동안 지구가 생산할 수 있는 자원의 양보다 훨씬 많이 소비하고 있다. 지구가 줄 수 있는 양이 1이라면 매년 1.75를 사용한다. 그 부족분은 지구로부터 앞당겨 빌리고 있던 셈이다. 슬픈 사실은 지구는 하나뿐이라는 것이다. 지구가 자원을 더 빌려줄 수 없다면, 우리는 그 어느 곳에서도 살아갈 수가 없다. 2000년이 되자 지구가 제공하는 생태용량을 10월이면 다 당겨 쓰게 되었고, 2019년에는 7월 말이면 지구 자원을 모두 탕진하게 되어 무려 1.75개의 지구를 사용한 꼴이 되었다. 지구에 빌린 것을 되돌려주지 않으면 어디로 쫓겨날 곳이 없어 목숨으로 갚게 될 것이다.
3도가 오른 지구는 되먹임 현상, 피드백 루프 (기후위기로 인한 결과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현상. 예를 들어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으로 산림과 해양의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지고,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한 산불로 탄소가 발생해 기후위기를 촉진하는 것) 때문에 인류가 위기를 해결할 능력을 상실하고, 제어 불능 상태에서 산발적으로 거대한 산불이 일어난다. 이때부터는 우리 손을 떠난 것이다. 지구가 무너지는 순간에 눈을 뜨고 있는 게 두렵다.
사람들은 불편한 진실은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그러니 "나는 분리수거도 잘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잘 분리배출하니까 괜찮아" 식으로 핑계를 대고 싶어 한다. 분리수거, 분리배출, 전기를 아껴 쓰는 것, 기본이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것이 어떤 시스템 속에 있는 것인지 확인하고, 그 시스템이 지속가능한 구조인가를 따져야 한다.
한국은 무려 3.7개의 지구를 사용한다.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 (Earth overshook day) 인류가 지구 자원을 사용한 양과 배출한 폐기물 규모가 지구의 생산 능력과 자정 능력을 초과하는 날이다.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인류가 그해에 주어진 생태 자원을 그날까지 모두 사용했다는 걸, 이후부터 연말까지는 미래 세대가 사용할 몫을 쓰는 셈이라는 것을 뜻한다. 한국은 2019년 기준으로 생태용량 초과의 날이 4월 10일로 다른 나라의 수준을 훨씬 웃돈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한국 사람들처럼 먹고, 입고,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1년 동안 3.7개의 지구를 사용하게 되는 셈이다. 전 세계 평균이 1.75개로 이것은 곧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환경 파괴에 참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구를 파괴하는 정책, 기업, 시스템에 우리는 분노를 가져야 한다.
텀블러 쓰기, 대중교통 타기, 불 끄고 나가기, 분리수거하기 많은 사람이 이런 방법을 생각하겠지만 그런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해결책은 분노에 있다. 누군가의 사익을 위해서 우리의 미래가 희생되었다. 그들이 우리에게서 은퇴 후 살아갈 땅, 침수 위험 없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땅을 빼앗아 갔다. 고의적으로. 몇몇 기업, 몇몇 국가들이 기후위기 안에서 수익을 창출해 놓고 본인들을 위한 유리한 입장을 차린 것이다. 그걸 깨달아야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호구로 살아왔다는 것을.
그다음 발로 투표해야 한다. 분노를 느끼고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지 말아야 한다. 정치인을 뽑을 때도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기후위기를 인식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뽑지 말아야 한다.
기업의 제품을 고를 때도 친환경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FSC 인증종이나 재생 종이를 쓰고 있는지, 어획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팜유를 쓰고 있는지, 쓴다면 어떻게 가져오고 있는지 이런 걸 따져야 한다. 따질 수 없다면 따질 수 있도록 새로운 제도나 도구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우리 미래에 관해 여전히 방관한다면, 그저 밟히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먼저 요구해야 한다. 정부나 국회가 충분할 정도로 움직이지 않는 건, 우리가 그만큼을 요구하지 않아서이다. 화가 나서 요구해야 바꿀 수가 있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가 오늘, 내일, 모레, 글피에 살아갈 곳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분리배출한 플라스틱, 14%만 재활용된다.
우리가 분리배출한 플라스틱이 사실 그렇게 많이 재활용되는 게 아니라는 것도 불편한 진실이다. 우리가 분리배출한 플라스틱 포장재 중 14%만 재활용을 위해 수거된다고 한다. 게다가 플라스틱의 재활용 횟수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그리 많지 않다. (재활용보다 안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바다, 정말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공기가 숲에서 만들어진다고 말하는데, 사실 가장 많은 산소가 만들어지는 곳은 바다이다.
바다에서 작은 플랑크톤이 번식하며 산소를 배출하는데, 그게 우리가 숨 쉬는 산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흡수하는 것도 바다이다. 바다는 지구 수면의 75%가량 차지하고 있어 가장 규모가 크고 흡수력이 대단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지 않고, 기후위기가 계속되면 플랑크톤, 조개, 갑각류가 사라지고 그 동물을 먹는 물고기들이 죽어간다. 남는 것은 캄브리아기 이전까지 바다를 지배했던 해파리뿐이다.
바다의 수온 상승은 태풍 피해를 키운다.
태풍은 수증기가 많고, 수온이 27도 이상인 환경에서 만들어진다.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면서 따뜻한 물이 올라와 태풍의 에너지원인 수증기가 된다. 태풍이 오히려 막강해지는 것이다. 육지를 강타한 태풍이 바다에서 다시 힘을 얻고 또다시 육지를 강타하는 패턴이 이어지면서 막대한 피해를 준다.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수질오염의 20%, 바다에 유입된 미세 플라스틱이 20~35%, 온실가스 배출량의 최소 6% 이상이 패션 산업에 의한 것이다. 청바지 한 장을 만드는 데에는 물 7,000L와 다량의 화학 약품이 사용된다. 오염이 가격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소비자 가격만으로 판단해 '더 저렴한' 옷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속임수다. 몇 번 입고 버리는 옷은 그만큼 더 환경을 오염시키며, 우리에게 더 비싼 대가를 요구한다.
그래서 소비의 기준치를 올려야 한다. 음식을 먹을 때는 이게 건강에 좋은지, 옷은 오래 입을 수 있는 좋은 품질의 옷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어떤 일이 유발하는 환경오염과 그것을 회복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우리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 이것이 환경 문제의 핵심이다. 원자력 에너지가 값싸다는 이유로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다. 훗날 원자력 발전소를 닫는 데 들어가는 최소 수십 년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 방사능 유출과 그로 인한 땅과 바다의 오염, 오염 때문에 발생하는 치명적인 질병과 막대한 치료비는 우리가 말하는 '경제' 안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
'값'이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은, 틀린 '가격'이 우리에게 비싼 값으로 돌아오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해 우리가 치러야 할 값
앞으로 기후위기가 계속되면 빙하와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그 안에 있던 박테리아가 노출될 것이고, 부패가 지연되거나 멈춰있던 동식물 사체의 부패가 진행될 것이다. 그러면 사체 안에 동결되었던 수백 년, 수천 년 전의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밖으로 나오며 또 다른 전염병을 불러올 수 있다. 시공간으로 단절된 서로 다른 생태계가 갑자기 부딪치고 충돌하는 것이다.
키리바시공화국 정부는 2014년 피지의 한 섬을 한화 약 88억 원을 주고 사들였다. 이유는 하나, 해수면 상승으로 살 곳을 잃은 국민들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침수는 우리에게 친숙한 대도시에도 예견된 일이다. 지구 기온이 2도 오르면 마이애미, 상하이, 보스턴 등 도시 상당 부분이 물에 잠긴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지구 기온은 이미 1도 올랐고 남은 1도가 도시의 운명을 좌우한다. 해수면이 오른다는 건 단순히 바닷물 수면이 높아진다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지하수도 해당한다. 해안 지역 도시의 지하 시설이 침수되거나 지하수가 오염될 가능성도 높다.
하버드대학교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인류가 지금과 같이 자원을 소비한다면 금세기 말 생물종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온실가스의 주범은 축산업이다.
세계식량기구 FAO에서 2006년 펴낸 '축산업의 긴 그림자' 보고서에 따르면 축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18%를 차지한다. 축산업이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높은 이유는 산림을 없애 농장을 만들고 가축을 키우면서 자연이 가진 탄소흡수원을 없애기 때문이다. 양과 소는 소화 과정에서 메탄을 배출하는 반추동물로,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5배 강력한 온실가스이다.
인류가 음식물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이면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이 11일 뒤로 늦춰진다고 한다. 또 고기를 먹더라도 온실가스를 많이 발생시키는 양고기, 소고기 대신에 돼지고기, 닭고기 등을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게 목소리를 내지 못할 이유가 될 수 없다.
그 마음으로 작은 용기를 낸다.
- 타일러 라쉬 -
우연히 타일러의 강연을 보았다. 서울대학교 박사 학위를 가진 그의 박식함에서 나온 주제는 의외로 <환경>이었다. 환경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유니세프나 그린피스의 모델으로서 잠깐 얼굴을 비출 것 같은 그에게서 꽤나 진지한, 그리고 정말 간절한 이야기를 들었다.
수십 년 후에 노후 준비를 하는 사람들에게 그 노후 준비를 할 땅이 물에 잠겨 있을 거라는 경고. 그리고 그가 환경과 관련된 책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게 언 3년 전쯤의 일이다. 언젠가 꼭 그 책을 읽어야지. 하다가 드디어 그날이 왔다. 생각보다 얇은 책. 글을 수려하게, 다양한 단어를 쓰는 사람의 유려한 문단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기쁨과 내가 좋아하는 타일러라는 사람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어 언젠가 이 사람 꼭 만나고 싶어. 정말로!라는 기분이 들게 한 책
두려움과 무력감이 밀려오지만, 나로 인해 단 하루라도 건강한 지구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는 결론이 지어지며 텀블러와 FSG 용지로 만든 A4용지, 대나무 휴지를 검색하고 제로웨이스트 살림법 책을 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