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빠는 무엇보다 한 편이어야 합니다.
으레 이야기하는 육아 원칙들이 있죠. 상대가 훈육을 할 때는 끼어들지 말 것. 저는 잘 지키지 못하는 편입니다만 그래도 저희 부부는 성격이 잘 맞는 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서로 다름을 잘 인정하는 편입니다.
결혼을 하고 2년 간은 참 많이 다퉜지요. 좁은 집 때문인지, 육아가 너무 힘들었던 건지 충분히 좋은 사람을 만났음에도 서로가 가진 모난 부분을 들춰내기 바빴습니다.
화가 나면 '평생 남편이 이러겠지' 라는 생각의 굴레에 빠져 싸움을 키워갔고, 남편은 화가 나면 말을 안 하는 성향으로 싸움을 연장시켰습니다. 그뿐인가요. 치약 뚜껑을 잘 안 닫는 저와 치약은 반드시 뒤에서부터 차근차근 짜야하는 깔끔한 남편. 어딜 가든 척척 결단을 내리는 저와 오늘 뭘 먹을지 결정하기 어려워하는 남편.
30년을 다른 세상에서 살아온 만큼 서로 참 다른 면이 많았습니다. 두 아이를 낳으면 한 명은 엄마를 조금 더 닮고, 한 명은 아빠를 조금 더 닮습니다. 내가 사랑해서 결혼한 남편이기에 남편을 닮은 둘째는 나와 참 달라서 이해하기 어렵지만 내가 사랑하는 남편의 유쾌함도 가지고 태어났지요.
그렇게 서로 다른 면을 가진 남편이지만 육아에서 만큼은 한 편이어야 합니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방식을 살펴보면, 남편은 가만히 앉아 아이들과 레고를 즐겨하고, 5살 아이에게 두 발 자전거를 가르쳐줄 수 있는 무한한 인내심을 가졌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조곤조곤 이야기하며 책을 읽어줄 줄 아는 표현력. 아이들 짜증에도 화내지 않고 밥을 먹일 수 있는 무던함을 가졌죠.
반대로 이야기하면 남편은 책을 재미있게 읽어줄 줄 모르고, 저는 지루해서 레고나 퍼즐은 같이 잘 못해줍니다. 도대체 이걸 왜 하는 거지 이해하기 어려워서 놀이터 가서 뛰어놀자고 회유하죠.
달리 보면 서로 다른 남편과 아내이기에 아이들에게는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습니다. 인생의 모험심과 정리 정돈을 잘하는 좋은 습관은 아빠에게, 다정하고 따뜻한 말투는 엄마에게서 배웁니다. 같은 수영장을 가도 아빠는 하늘 높이 아이를 던져 주고, 엄마는 유유자적 튜브에 떠서 하늘 보는 법을 알려주죠.
그렇게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약점이 아닌 강점의 합을 배워 나갑니다.
집안일도 강점에 따라 나눠볼 수 있습니다. 각자 성향에 따라 나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 남편에게는 그리 힘들지 않고, 남편에겐 너무 힘든 요리가 저에게는 취미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서로 다른 강점과 약점을 적절하게 고민해서 일을 배분하면 1+1이 4가 되는 마법이 펼쳐집니다.
남편이 깔끔하고 꼼꼼한 성향이라면 아이들 준비물 준비를 과감하게 넘겨보세요. 키즈노트를 계정을 넘겨버리는 거죠. 남편이 곰처럼 무던한 편이라면 한 달에 1-2번 아이들을 오롯이 봐달라고 부탁해 보세요. 아내는 힐링할 시간을 확보하고 남편은 생각보다 그 시간을 그리 힘들어하지 않을 겁니다.
남편은 요리를 하지 않지만 다 먹은 그릇을 애벌 해서 식기세척기에 넣는 건 참 잘합니다. 주은이와 세은이 옷을 구별할 줄 모르지만 아이들 장난감은 항상 아빠가 사 오죠. 그렇게 우리는 한 편이 되어 육아와 집안일이라는 미션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처음 글을 쓰게 된 작가 <안나> 입니다.
한 때는 남편이 잘하는 것을 저는 왜 못할까. 하며 자책한 적이 있습니다. 남편이 덜렁거리는 저를 이해하지 못할까 봐 조마조마한 적도 많았죠. 육아와 집안일을 남편에게 나눌 줄 몰라 괜히 도와주지 않는 남편을 원망하고 아이들에겐 화풀이를 하고 있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안나의 날'이라며 혼자 카페에 가서 3시간 쉬다 오는 시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제가 육아로 업무로 과부하가 걸려 집에서 누구 하나 잡아먹을 듯 씩씩 거릴 때면, '안나의 날 좀 하고 올게' 라고 양해를 구한 후 집 앞 카페로 피신을 갑니다.
처음엔 너무 이기적인 게 아닌가. 남편에게 독박 육아를 시키고 혼자서 쉬러가다니. 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남편은 저 없이 아이들과 평화롭게 퍼즐을 하고 놀이터에서 놀고 있더군요. 오히려 '잘 쉬고 왔어?'라며 한껏 기분이 산뜻해진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저는 '고마워' '덕분에 정말 힐링했어' 하곤 웃으며 아이들을 다시 안아줍니다. 그렇게 가장 가까운 내편인 남편에게 도움을 청하고 기대기 시작하니 육아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아내 여러분, 남편 여러분. 배우자의 좋은 점들을 잘 찾아서 잘 이용(?)해보세요. 남편은 다시 아내를 도와줄 수 있음에, 가정에 평화가 오는 것에 보람을 느낄 겁니다. 고맙다는 말은 공짜이니 절대 아끼지 마시고요.
그럼 오늘도 아이와 웃고 울며 하루를 버텨내는 엄마 아빠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는 마음을 전하며, 다음 연재 때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