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에 퇴근하고, 10시에 다시 일하기

육아와 일을 자-알 병행하는 법

by 작가 안나

저는 매주 월, 수 아침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집 앞 카페에서 글을 씁니다. 집에 바로 가면 아이들이 어질러 놓고 간 방, 급하게 쌓아둔 설거지 거리가 눈앞에 아른거리기 때문이죠.


하루의 시작을 카페에서 글을 쓰며 하는 것과 집안일로 시작하는 건 향기부터 다릅니다. 두 아이 등원, 등교시키느라 진을 빼고 나서 다시 집안일을 마주하면 힘부터 빠지고 진도도 안 나가죠. 글의 초안을 써둔 후, 요가까지 하고 나면 금세 힘이 채워져 더 건강한 음식을 해먹을 힘도 생기고, 집안도 10분이면 후다닥 치울 수 생깁니다.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느냐, 일의 순서를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엄마의 하루 '효율'이 달라집니다.

화면 캡처 2025-09-22 092836.png 모닝 드링킹 & 모닝 오이


워킹맘으로 일하기 전 가장 두려움이 앞섰던 건 팀장으로서 야근을 할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회사 일을 하다 보면 야근을 해야 할 때가 있는데 팀원에게 일을 주면서 정작 저는 아이 때문에 6시에 퇴근해야 하는 상황이 여간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워킹맘에겐 '시간관리'가 핵심입니다. (오히려 저는 아이를 낳기 전보다 일을 낳은 후 업무 성과가 더 좋았으니, 저를 믿고 한번 읽어봐 주세요)


저에겐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조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것인가. 시터를 쓸 것인가. 조부모님의 도움을 받는다면 저만의 육아 스타일을 고집할 수 없을 테고, 시터 또한 좋은 분을 만나는 것이 어려운지라 안정적인 학원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대신에 아이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학원을 마음껏 보내줄 돈을 벌어보자며 정신승리 했달까요.



화면 캡처 2025-09-22 093938.png 아빠는 머리를 묶어줄 수 없다며 잘라버린 머리


등원은 아빠가, 하원은 제가 해야 하는 상황. 남편은 10시에 늦게 출근하고 저는 조금 이른 퇴근을 합니다. 아이들은 4시에 태권도를 5시 20분에 미술학원을 갔다가 6시 20분에 저를 만나죠. 다행히 태권도와 미술학원이 같은 건물이고 워킹맘의 은인이신 태권도 사범님이 아이들 하교도, 미술학원으로 가는 것도 데려다주십니다.


회사는 차로 20분 거리. 퇴근 후 늦지 않게 아이들을 만나면 나름 밝은 얼굴로 오늘 그린 그림을 자랑하며 저녁을 시작합니다. 오늘도 밝게 커줘서 참 고마운 아이들입니다.


아이들 저녁을 먹이고, 저는 설거지하는 사이에 남편은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합니다. 날씨가 좋을 때면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하며 살 것도 없으면서 괜히 다이소도 들렀다 옵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책을 3권 읽은 후에 잠이 듭니다. TV도 없고, 장난감도 없는 집이지만 우리만의 소소한 루틴으로 채워갑니다.


화면 캡처 2025-09-10 224517.png 걸을 줄 알지만, 아기띠에 타고 싶은 아가


그리고 아이들이 잠들면 다시 노트북을 켭니다. 팀원들이 확인해 달라고 했던 문서들, 메시지들, 이메일을 점검하고 내일 아침 9시에 볼 수 있도록 예약 댓글을 걸어둡니다. 집중해서 해야 하는 기획업무를 딱 2시간만 집중에서 하고 12시에서 1시 사이에 잠이 듭니다. 어찌 되었든 남들보다 2-3시간을 매일 더 일하는 셈이니 업무량에 대해선 떳떳하다며 위로합니다.


아이가 없을 때는 브레이크 없이 일을 했습니다. 저녁 6시가 되면 당연히 회사에서 저녁을 먹고 7시쯤 복귀한 후 최소 9시까지 일을 했죠. 사실 생각해 보면 하루 종일 일했던 공간에서 머리가 꽉 막힌 채로 다시 효율을 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들하고 놀고 걷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회사 생각이 강제로 잊혀집니다. 그리고 저녁 10시에 다시 노트북을 켜면 머리가 리셋되죠. 안 나던 아이디어도 다시 생각나고 꽉 막힌 머리도 뚫려 있습니다. 아이랑 놀고 나니 왜 더 효율이 좋지? 그동안 왜 그렇게 일했었지? 하는 생각을 해봤는데 아마 일을 할 때 쓰는 뇌와 아이들과 놀아줄 때의 뇌가 조금 다른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봤습니다. 일을 하던 뇌가 잠시 Off 되어서 휴식을 취했던 거죠.


화면 캡처 2025-09-22 093527.png 2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


그리고 저는 아이들 덕분에(?) 조금 더 효율 좋은 2-3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역으로 아침에 아이들과 부대끼느라 지친 마음을 회사에 가서 정돈하죠. 적어도 회사 사람들은 밥 먹으라고 잔소리는 안 해도 되니까요.


그렇게 저는 5시에 퇴근하고 10시에 다시 일하는 워킹맘이 되어 있었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살 구멍을 찾고, 생각을 달리하니 육아도 조금씩 수월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어느새 단단하게 커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처음 글을 쓰게 된 작가 <안나> 입니다.

일을 과하게 좋아하는 저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공감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럼에도 회사를 다니며 "어떻게 일과 육아를 그렇게 잘하세요?" "하나도 안 힘들어 보이세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고, 제가 육아와 일을 함께 하면 얻게 된 인사이트를 언젠가 나눠보고 싶단 생각에 용기를 냈죠.

모두에게 적용되는 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조부모님 도움 없이 육아하는 것, 6시 이후에 아이들을 하원하면서 살아가는 삶이 그리 회색빛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엄마가 단단하게 서면 아이들도 단단해질 테니까요.

하루에 1시간 남짓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도 너희들 덕분에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맑음과 밝음으로 씻어내네' '고마워' 하는 마음으로 아이들 눈망울과 뽀송한 살결을 만지며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삶 아닐까요?

그럼 오늘도 아이와 웃고 울며 하루를 버텨내는 분들께 따뜻한 위로와 함께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럼 다음 연재 때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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