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by 작가 안나


둘째를 낳아야 할까요?


라는 질문에 1초 만에 'yes'라고 말하지 못하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결혼 전부터 아이는 둘 낳아야지 라고 생각하던 사람이었는데도 말이죠. 다시 둘째를 낳으면 좋은가요? 라고 물어오면 '좋죠. 근데 상상 이상으로 힘들어요' 라고 답하며, 그럼 나는 왜 둘째를 낳았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이야 귀여운 세은이를 만나지 못했다면 얼마나 아쉬웠을까 싶지만, 당시에는 첫째에게 함께 할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20250501_154657.jpg 이런 모습을 상상했던 거죠.



제가 첫째를 키우면서 스스로 다짐한 것이 있습니다.

남들에게 세차게 혼나기 전에 '엄마인 내가 혼내자'


만약 아이가 지각을 한다면 이를 혼내는 건 저의 몫입니다. 커서 회사에서 지각을 밥 먹듯이 하는 딸, 그때 사회에서 받을 질책은 훨씬 매몰찰 테니까요. 혼나도 돌아올 곳이 있고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가정 안에서 혼이 나는 게 낫죠.


그런 의미에서 형제자매는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타인' 입니다.

한 없이 내어주는 엄마 아빠와 달리 마냥 내 편이 아닌 누군가인거죠.


그래서 둘째를 낳으면 '관계'를 배우고 셋째를 낳으면 '사회'를 배운다고 하더군요.

형제자매가 있으면 서로 물건도 빼앗겨 보고 양보도 해보고 살뜰히 챙겨도 보면서 두 아이는 '관계'와 그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을 배웁니다. 내 물건이 아닌 건 함부로 만지면 안 되고 아무 생각 없이 뱉은 말에 상대는 상처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죠. 사과하는 법과 비위를 맞춰 얻어 내는 법도 알게 됩니다.


20210416_174800.jpg 언니 : 머리 만지지 말라 했다


그렇게 때로는 나를 이르는 동생. 나를 억울하게 하고 부당하게 만드는 동생에게서 많은 감정과 경험을 쌓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 아이들을 연습시킵니다. 따뜻한 가정 안에서요.


그리고 좋은 토양에서 자란 나무처럼 비료를 조금, 햇살 몇 번 주지 않아도 보란 듯이 단단하게 커갑니다.


외동맘은 (계속 놀아주느라) 정신이 힘들고, 아이둘맘은 (두 팔로 두 아이 챙기느라) 몸이 힘듭니다. 누가 더 힘들다기보다 서로 다른 색깔의 힘듦이 있습니다.


50일도 안된 둘째를 먹이고 안고 첫째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며 '내가 오늘 제때 어린이집 버스를 태울 수 있을까?' 하는 위기가 수 없이 옵니다. 하루는 현관을 나서려는데 둘째가 응가를 하고 하루는 우는 둘째와 밥 안 먹는 첫째 사이에서 정신이 무너집니다.


20211109_194856.jpg 나는 오늘도 서럽습니다



둘째가 100일 되기 전까진 주말마다 남편이 첫째를 데리고 집을 나가야 했습니다. 좁은 집에서 첫째가 조금만 시끄럽게 하면 둘째가 낮잠을 잘 수 없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제 팔은 2개이지만 아이들은 저에게 4개의 팔을 당당히 요구합니다.

그래서 결혼도 출산도 둘째도 멋모를 때 해야 하나 봅니다. 다 알면 재미없을 테니 상상 그 이상 아이 둘 육아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기로 하죠. (저만 죽을 순 없단 심정으로 우리 모두 둘째를 낳아보아요 ^^)





안녕하세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처음 글을 쓰게 된 작가 <안나> 입니다.

아이를 낳을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육아란....' 평생 2급수 물만 먹고살지, 1급수도 먹어보면서 살지 결정하는 거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말을 덧붙이죠. 대신 4급수도 먹어야 한다고요.

우리가 뮤지컬이나 미술 전시회를 볼 때, 감동이 밀려오고 내 마음속 어딘가, 내 뇌의 구성 어딘가가 건드려지는 감동. 그걸 넘어 감탄이 지어질 때가 있습니다. 내가 그 작품을 보지 않았다면 평생 경험해보지 못할 그런 기분이죠. 육아도 비슷합니다.

저는 둘째가 두 돌이 되기 전까지 육아가 그리 녹록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들이 귀엽다고 생각하기보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까.. 하는 과업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정말 어느 순간 아이들이 저의 친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저를 사랑해 주는 팬이 되어 있었죠. 그러니 지금 조금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엄마들에게 누구나 그렇듯 '조금만 버티면 정말 좋은 날이 온다'라는 뻔한 말이 진짜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혹시, 너무 힘들어서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댓글을 달아주세요. 제가 있는 힘껏 이야기를 들어드리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아이와 웃고 울며 하루를 버텨내는 분들께 따뜻한 위로와 함께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럼 다음 연재 때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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