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엄마가 행복해야 합니다.
행복한 엄마가 있어야 행복한 가정도 있습니다.
회사에서 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왜 이제 왔냐며' '오늘 하루 종일 너무 힘들었다며' 눈치를 줍니다. 남편은 아내 심기를 건드릴까 봐 온종일 긴장하죠. 짜증을 내는 제 모습에 더 화가 나고 내가 이렇게 된 건 남편 때문이라며, 아이 때문이라며 어디에 화살을 쏠지 눈에 불을 켭니다.
하루 종일 지루함과 비루함에 휩싸인 엄마가 종종 가족에게 보내는 공포의 시그널이죠. 저도 그런 제가 싫지만 힘든 걸 어떡하나요. 남편밖에 이야기할 사람이 없는걸요. 그렇다고 남편이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매일 반복되는 육아가 앞으로 좋아질 거라고 위로해 줄 수도 '오늘 힘들었지' 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도 하루이틀입니다.
행복한 엄마가 있어야 행복한 가정도 있습니다.
그리고 내 안에 행복은 아이나 남편이 찾아주는 것이 아니기에, 엄마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내 인생인걸요.
하루는 남편이 8살인 첫째를 데리고 1박 2일 여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8살인 첫째보다 6살인 둘째가 육아 난이도가 높기에 하루 종일 둘째와 있는 게 쉽지 않았죠. 육아 경력 8년 차인 저조차 남편과 첫째가 집에 돌아오자 혼자 너무 힘들었다며 힘든 속내를 내비쳤습니다.
그때 마음을 고쳐 먹었죠. 안 되겠다. 내가 더 재미있게 놀아야지. 다음번엔 둘째와 경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남편과 첫째가 부러워할 만큼 맛있는 것도 먹고 추억 여행을 떠났죠. 같은 1박 2일인데 어떻게 계획하느냐에 따라 향기와 색깔이 다른 시간이었습니다.
아이가 돌 되기 전까지 1년은 잘 버텨야 하고, 힘들고도 힘든 시간입니다.
유아 휴게실이 있는 백화점도 좋고, 마트도 좋고, 날씨가 선선하다면 아이 재울 겸 아기띠 하고 산책도 좋아요. 불행히도 제 아이들은 유모차를 싫어해서 저는 허리가 부서져라 아기띠를 메고 다녔지만, 그렇게 매일 새로운 하루를 만들어보세요.
아이 옷은 좀 얻어 입혀도 되고, 책 전집도 중고로 들여도 됩니다. 아이 이유식은 한우 말고 호주산 소고기로 해도 되어요. 대신에 엄마가 홈트레이닝을 하고 싶다면 시원하게 유료 결제 하세요. 아이가 돌 되기 전까지 1년은 잘 버텨야 하고, 힘들고도 힘든 시간입니다. 그러니 잘 버텨내는데 쓰는 돈은 조금 내어 놓도록 해요. 분명 아빠도 환영할 겁니다.
좋아하는 걸 잘 찾아보세요.
평소에 가지기 어려운 1년 휴가라고 마음을 고쳐 먹고 넷플릭스를 좋아하는 엄마라면 좋아하는 감독도 찾아보고, 그 감독의 모든 영화를 모두 독파해 본다던지, 영어 공부를 하고 싶었던 분이라면 하루에 영어 애니메이션 20분짜리를 매일 보세요. 아이에게 영어 노출 시켜준다고 위로하면서 보면 그 시간이 쌓이고 쌓여 1년이면 뭐든 해낼 수 있는 시간입니다.
꼭 생산적인 일이 아니어도 좋아요. 일기를 써도 좋고, 컬러링북을 사서 끄적여도 좋고, 적어도 어제와 조금 다른 하루를 꾸며보는 거예요. 남편보다 더 행복해져야지. 라고 슬기롭게 생각해 보는 거죠.
꼭 뭘 해야 하나요? 육아하기도 힘든데요. 라고 말할 수 있지만 육아는 지루함과 비루함의 연속이기에 그걸 이겨내려면 나만의 성취감이 필요해요. 남편은 모르는 성취와 남편은 모르는 아이와 나만의 외출 계획도 만들고요. 그렇게 하루가 기대되도록 새로운 하루를 만들어보세요.
아이는 알 거예요. 엄마가 행복해 보이는 것을요.
'아이 덕분에 나는 회사에서 힘들게 일하는 남편보다 더 재미 있는 하루를 보내야지' 라고
발칙한 계획을 세워보기로 해요.
안녕하세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처음 글을 쓰게 된 작가 <안나> 입니다.
저는 육아를 하면서 처음으로 집에서 라디오라는 걸 들었어요. 운전할 때 말고는 들어본 적 없던 라디오였는데 말 못 하는 아이와 있다 보니 DJ 어른들의 말소리가 정겹게 들리더군요. 아직도 6시 라디오 오프닝송이 들리면 남편이 곧 온다며 기뻐했던 기분이 새록새록합니다.
하루는 육아 동지 언니와 하루 종일 영상통화를 틀어둔 적도 있어요. 3시간마다 분유를 먹이고 또 이유식을 먹이고 한 것도 없이 지루하게 지나는 일상을 함께 보내고 있는 육아 동지의 달그락 거리는 소리만 들어도 외롭지 않더군요.
행복이 뭐 있나요. 아기 엄마들에겐 그저 오늘 하루 무사히 지나가는 것이 행복이죠.
365일 중에 하루의 달력을 넘기며 앞으로 며칠만 있으면 100일이다. 며칠만 있으면 돌이다. 라고 생각하며 오늘 하루를 버텨내는 분들께 따뜻한 위로와 함께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럼 다음 연재 때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