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나가는 것과 육아 중에 뭐가 더 쉽나요?
누군가 저에게 물어보면 단연코 회사라고 말합니다. 적어도 회사 상사는 제가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있을 때 문을 벌컥 열진 않으니까요. 말 못 하는 아이와 까꿍 놀이를 한참 했는데도 겨우 30분. 아직도 오전 11시입니다. 회사에서는 커피 한잔 마시고 회의 1개 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날 시간인데요.
남의 아이는 참 빨리 큰다 하지만 내 아이와의 하루는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흘러갑니다. 그럴싸한 옷을 입고 출근하는 남편을 보며 '오늘 하루는 또 뭘 해야 하나' 라며 내심 남편이 부럽습니다.
TV를 틀면 시간이 금방 갈 텐데 아이 정서에 안 좋을까 봐 엄두도 못 내죠. 일단 국민육아템인 타이니모빌 노래를 틀고 책 한 두 권을 읽어주다가 퍼즐도 했다가 블록도 했는데 겨우 1시간 지났습니다.
저는 육아를 '지루함과 비루함과의 싸움'이라고 자주 말합니다.
시간은 느리게 가고 아이로 인해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나' 싶은 비루함이 몰려오죠.
지루함을 이겨낼 팁이 몇 가지 있긴 합니다. 아이는 집에 하루 종일 있으면 짜증이 늘어나기에 유모차를 끌고 일단 나가야 합니다. 아이들은 경치 구경, 사람 구경을 하고 엄마도 유모차 안에 쏙 들어간 아이가 내 시선에서 벗어난 것에 한숨 돌립니다. 이러다 아이가 잠들기라도 하면 오늘은 운이 아주 좋은 날이죠.
싱글이던 시절 점심시간이 좀 넘어 백화점에 유모차가 참 많은 것을 보고 감히 그들이 한가롭다 생각했습니다.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고 이유식을 먹어야 하는 아이와 엄마들이 갈 곳이 생각보다 없었던 걸 몰랐던 거죠. 이제는 백화점이나 카페에서 아기 엄마들을 보면 '울어도 괜찮아요. 마음 졸이지 말아요' 라고 내적 응원을 보냅니다.
이유식을 시작하면 이제 덜 자란 사람인지 진화한 동물인지 헷갈리는 아이와 자존심 싸움을 벌입니다. 단숨에 꿀떡꿀떡 먹어주면 오늘 하루 가장 기쁜 날이 되고, 온갖 비행기 흉내와 동요를 부르는 연예인이 되어주어도 받아먹지 않는 아이 앞에서는 30살 넘은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죠.
그냥 좀 먹어주지. 협박도 해보고 어떤 날은 너무 속상해서 울어도 보고. 내가 직접 만들어서 이유식을 안 먹는 건가, 마법 같은 비결이 있을까 봐 그날 저녁은 맘까페에서 “이유식 잘 먹이는 법”을 검색합니다.
엄마의 마음속엔 항상 '엄마는 이러면 안 돼' '아이 정서에 나쁜 영향을 끼치면 안 돼'라는 마음의 족쇄가 있습니다. 꾹꾹 눌러둔 마음이 한 번에 폭발해 아이에게 퍼붓고는 그날 저녁 자는 아이를 보며 죄책감에 마음을 쓸어냅니다. 태어나서 우유를 빨아먹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아가에게 엄마는 얼마나 신 같은 존재인지요.
그렇게 엄마들은 지루함과 비루함, 또 초조함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육아는 지루함과 비루함의 싸움이자 엄마의 행복과 아이의 행복이 5:5로 잘 밸런싱 되어야 하는 작업이라고 해요. 그러니 아이에게 너무 많은 행복을 빼앗기지 마세요. 잘 생각해 보면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고 말하는 드라마 속 엄마들에게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그런 걸 바란 건 아니었어"니까요.
그러니 오늘 하루 동요 말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오늘 하루 아무 것도 안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아이 낮잠 잘 때 푹 자고, 아이가 운 좋게 유모차에서 잠들면 좋아하는 커피나 예쁜 음식 먹으며 오늘 하루 잘 버텨보기로 해요.
안녕하세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처음 글을 쓰게 된 작가 <안나> 입니다.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 하나 깨달은 것이 있는데 '아이는 언젠간 큰다'는 거였어요. 저도 참 고민이 많았는데 언젠가 밥 안 먹는 아이를 보며 "스무 살 되어도 밥 안 먹겠어..." 라고 내려놓게 되더군요.
영양이 부족할까, 밥을 안 먹어서 감기에 자주 걸리나, 다 나 때문인 것 같지만 아이의 기질과 아이의 시간을 엄마가 거스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 조금 내려놓아요.
예를 들면, 아이들은 발달 과정에 따라 갑자기 숟가락을 던지는 데 꽂히거든요. 갑자기 저걸 왜 던지나 이유를 찾고 해결책을 찾으려고 해도 결국 답은 "크느라 그렇다"이더군요. 그 고민들이 3-4주가 지나면 사라지는 경험을 종종 했습니다. 어른들이 말하는 "시간이 해결해 준다"라는 말이 그 말인가 봅니다.
오늘도 아이 때문에 웃고 울며 하루를 버텨내는 분들께
따뜻한 위로와 함께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럼 다음 연재 때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