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그 이상. 출산의 시작

아이 낳으면 이렇게 힘들다고 왜 아무도 말 안 해줬나요.

by 작가 안나


"혈압이 너무 높아요. 임신성 고혈압입니다. 지금 바로 아이를 낳아야 해요"


출산휴가 첫날, 그대로 앰뷸런스를 타고 대학 병원으로 이동한 후 유도 분만으로 아이를 낳았습니다. 출산할 때 어떻게 호흡해야 하는지 공부도 못했는데 이게 왠 날벼락일까요. 간호사 선생님을 주님으로 생각하며 시키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난생처음 '내진'이라는 뜬금없고 소스라치게 아픈 절차를 1시간에 몇 번씩 당하며 속으로 계속 외쳤습니다. "출산이 이렇게 끔찍한 과정인 걸 왜 아무도 말 안 해준 거야!"


겨우 3시간 만에 아이를 낳아서 다른 엄마들에 비하면 진통의 'ㅈ'자도 경험해보지 못한 저였지만 미리 계획하고 준비되어야 마음이 편했던 계획형 인간에게 '출산을 위한 3시간'은 느닷없고 당혹스러운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이제는 알지만 담당 교수님(의사 선생님)이 분만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는 정말 힘 3번만 주면 낳는 거더군요. 둘째 때는 그걸 알아서 교수님 얼굴이 예수님처럼 보였습니다. 드디어 끝났다 싶었던 거죠.


출산을 한 이후에도 온몸이 불편하고 드레싱이라는 이름으로 다리를 벌려서 소독하고, 한 번은 아랫배가 묵직해서 간호사 선생님을 불렀더니 침대 위에 누운 채로 자궁에서 온갖 오물들이 아래로 쏟아져 나오도록 긁어주시기도 했죠. 인체의 신비였습니다.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커피 마시고 비슷한 시간에 야근하고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던 안정된 생활에서 매분 매시간 세상에서 처음 해보는 일들 투성이인 산부인과의 생활은 저를 한 없이 초라하게 만들었습니다.


출산 이후에는 쉴 시간도 없이 출생 신고를 하고, 분유를 알아보고, 젖병을 알아보고 해야 할 것은 또 얼마나 많던지요. 미리 준비 안 한 제 탓이겠지만 엄마는 정말 많은 것들을 알아보고 결정해야 하는 자리였습니다.


회사에서 팀장일 때도 많은 의사결정을 해왔지만 엄마의 결정에는 아이의 생명과 미래가 달려 있다는 생각에 뭐 하나 허투루 하기가 어려웠죠. 예전 같았으면 함께 사는 가족들이 아이는 원래 얼굴이 빨간 거야. 덥게 키우면 안 돼. 라던지 미역국 많이 먹고 노폐물을 배출하라던지. 이모, 고모, 할머니, 증조할머니들이 넘어 넘어 도와줬겠죠?


저는 친구 한 명 없이 맘까페 검색에 의존하며 이럴 때는 대체 왜 이런가요.. 라는 질문을 적고, 나와 비슷하게 당황하고 있는 엄마들의 댓글에 위로를 받으며 그 시간을 보냈습니다. 미리 준비하고 알아본다고 뭐 쉬워질까요. 출산은 생각했던 것보다 원초적이었고, 내가 알던 세상이 다가 아니구나.. 싶은 신세계를 맛보게 해 준 사건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처음 글을 쓰게 된 작가 <안나> 입니다.

태어난 지 일주일도 안된 아이를 꼭 안고 조리원에서 수유를 하다 아기 침대 머리맡에 '쿵'하고 아이 머리가 부딪쳤던 기억이 납니다. 카스테라처럼 보드라운 아이 머리와 뇌가 다친 건 아닌지 '미안해, 미안해' 하며 무서운 마음에 엉엉 울며 또 맘까페를 검색했었죠.

처음 모유가 가슴에 차던 날 밤에는 젖이 팅팅 불어 '너무 아파요' 하며 타이레놀을 먹으며 울며 잠들었던 기억도 납니다. 계속해서 제 머릿속엔 '이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이상한 일들이 펼쳐져.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 거야' 라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었어요.

그러니 엘리베이터에서 아기 엄마들을 만나면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라는 말에 서로 헛웃음을 짓습니다. 지금에서야 "이렇게 좋을 줄 몰랐어요" 할만한 아이들이지만요.

오늘도 아이 때문에 웃고 울며 하루를 버텨내는 분들께
따뜻한 위로와 함께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럼 다음 연재 때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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