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동시에 회사를 쉬기로 했습니다.

워킹맘 퇴사하다.

by 작가 안나
첫째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기 전. 10년간 함께 했던 회사를 퇴사했습니다.


10년을 함께 한 회사를 떠난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정들었던 사무실, 정들었던 멤버들. 평생 이 회사를 다닐 것 같은 제가 돌연 퇴사라니요. 1학년 아이와 시간을 보내려 한다는 좋은 핑계가 있었지만 육아 휴직이 아닌 퇴사를 선택한 저를 보며 많은 이들이 놀라워했습니다.


한 때는 새로운 회사, 성장, 도전에 대한 갈망이었고 또 한 때는 40대가 되기 전 인생을 돌아보고 싶은 시간이 필요해서였고 또 한 때는 남편과 다시는 가지지 못할 꿈같은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였죠.


그럼에도 저에게 '왜 굳이 퇴사했어?' 라고 물어본다면 너무 복합적이라,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아직은 도전과 낭만을 품고 있는 30대입니다



서른아홉. 나이 때문에 이직 어려워. 나이 때문에 도전이 두려워. 라는 꼬리표가 달리지 않을 마지막 나이.

두려움과 설렘을 함께 안고 퇴사를 단행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 남편과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휴가를 보내고 싶다 주은이의 초등학교 생활을 안정적으로 받아내고 싶다 이 3가지가 모이자 '결정하고 싶은 용기'가 생기더군요.


저의 30대는 결혼, 육아, 일까지. 해야 하는 것들을 해야 했던 시절이라면 저의 40대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일은 어딜 가든 한가하고, 저희는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그렇게 6개월 간 남편이라는 친구와 신나게 놀았습니다.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 가보지 못했던 관광명소. 배우고 싶었던 운동.

그 시간들이 크리스마스처럼 설레고 즐거웠죠.


무슨 배짱으로 이 어려운 시기에 회사를 관두는지, 재취업에 실패하면 어쩌려고.. 라는 세간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한 달에 50만 원만 벌어도 일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거야. 라는 생각을 가진 저이기에 그 결과를 책임질 자신이 있었습니다.


노는 것이 지겹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무색하게 가장 잘 맞는 친구였던 남편과 매일 2만보를 걸으며 봄부터 여름까지 태어나 처음으로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6개월을 보냈습니다.


아이들 등교시킨 후,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무려 4시간을 찬찬히 구경했습니다.



6개월 간 가장 많이 간 곳은 도서관이었고 가장 크게 쓴 돈은 뮤지컬 <위키드> 티켓이었습니다. 인생에 가장 비싼 휴가를 쓰는 6개월이기에, 가계부 쓰는 것을 중단하고 마음 가는 대로 살았습니다. 바람처럼 6개월이 지나고 남편이 복직하던 8월. 저는 9월부터 새로운 일터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처음 글을 쓰게 된 작가 <안나> 입니다.

6개월의 휴가를 준비하며 남편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무려 6개월간 수입이 없을 텐데, 김치에 밥만 먹고살 수 있겠어?"
최악의 상황을 같이 감당할 용의가 있는지 물어본 것이죠.
Yes라고 답한 남편에게 다행히 6개월 간 벌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여유 자금이 있다고 말해주었지만요.

그렇게 우리만의 방식대로 쓰고, 즐기다 지금은 다시 용돈제로 돌아가
"이 소비를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냐"며 묻고 또 묻는 짠내 나는 패턴으로 돌아왔습니다.

어쩌면, 지난 10년간 많이 아꼈고,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았기에
우리 부부 6개월의 시간을 충분히 누려도 괜찮다고 토닥토닥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하루를 버텨내는 엄마 아빠들에게 '행복할 용기'를 냈던 이야기로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는 마음을 전하며, 다음 연재 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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