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속의 외침

웅이가 여니에게

by 박 스테파노

이젠 폐지된 장수 프로그램 <가족 오락관>에 ‘고요 속의 외침’이라는 인기 코너가 있었습니다.


각자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는 헤드폰을 쓰고 제일 먼저 주어진 단어를 연이어 입모양을 보고 릴레이로 전달하는 게임이었습니다.


게임의 요체와 핵심은 ‘확증편향’과 ‘왜곡’에 있었습니다. 상대가 말하는 입모양만으로 단어를 유추하기 위해 입모양을 유심히 관찰하지만, 결국 단어의 결정은 자신이 가진 ‘나만의 사전’에서 꺼내기 십상이었습니다. 청상과부 - 정상가수 - 청산가리 - 성냥개비가 되어 버리는 어이없는 변질과 왜곡에 참가자는 물론 시청자들은 배꼽을 잡고 웃고 마는 것이지요.


이 오류와 왜곡의 시작은 ‘난 알아’라는 편향에서 시작합니다. 첫음절에 확신이 있을 때 더욱 그러합니다. 이런 것이 어디 TV속 게임뿐일까요? 우리의 일상에서도 다반사입니다.


상대방의 이야기 중 내가 아는 대목이 나오거나, 나의 확신과 부합하는 단어가 튀어나오면, 그 순간부터 경청 따위는 책장 속의 책제목일 뿐입니다. 자신 인지로 확증하는 순간 머릿속엔 이미 자신만의 연산 작용으로 결론 및 정산 완료합니다. 나머지 이야기는 필요 없습니다. 더 중요하고 반전의 이야기가 뒤에 있더라도 말입니다.


대통령이 주무 장관에게 엄중하게 현안에 대해 확고한 처리를 주문합니다. 그러면 장관은 각 차관에게, 차관은 실, 국장들에게 실국장은 과장들에게 과장은 각 팀장들에게 팀장은 각 파트담당관에게 담당관은 실무 주무관들에게... 위계 체계에 따라 전달에 전달하며 중요 사안의 처리의 주문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각자의 이해관계와 관심사, 이해의 정도에 따라 의제는 재설정될 수도 있고 뉘앙스도 변이 될 것이며, 어쩌면 진위가 포장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의사소통 체계에선 청산과부가 성냥개비로 둔갑하는 경우는 허다합니다. 지난 정부의 숫자 나열만 가득한 4차 산업 혁신방안이 그러하였고, 미세먼지 대책으로 초대형 공기청정기가 등장한 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번 정부는 어떤가요? 실수인지 오류인지 알 수 없지만 노동시간 유연화 같은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향식 의사전달이 이러한데 상향식 민원과 청원은 어떠할지요... 이런 연유로 한 조직의 ‘장’인 리더의 인사이트와 핵심 역량은 무엇보다 중요해집니다. 국가기관에선 장관이 그런 자리입니다.


화장실 들고 날 때가 다르고, 자리에 가면 본전생각이 넘쳐 ‘공공의 위용’을 누리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일지라도, 그래선 안될 일이지요.


정부라는 큰 조직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늘 '자리'는 '교만'을 부릅니다.


가족오락관 (출처=KBS)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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