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아침 생각] 오르막길

웅이가 여니에게

by 박 스테파노
두 갈래의 똑같이 험하고 가파른 길이
봉우리에 이를 수 있었다.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듯이 사는 거나,
금방 죽을 것 같은 기분으로 사는 것은
어쩌면 똑같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스인 조르바] 중-


그리스 문인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대표작 <그리스인 조르바>는 생각보다 잔잔 담담 심심한 이야기입니다. 작가의 내면에는 늘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크레타인이라 스스로 믿고 싶었던 소망의 모습과 그저 관조하고 현실에 정착한 오늘의 자아가 등을 맞대고 있습니다. 그 소망과 자아가 잘 드러난 작품이 <그리스인 조르바>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 안소니 퀸 주연


문학 작품을 읽고 얻어가는 보물은 저마다의 모습이듯, 예전 <희랍인 조르바>라 부르던 소설에서 '행복'이라는 말을 찾아듭니다. 진정한 행복이란 야망의 달성이 아니라, 인생이 편의 동화가 되었다고 깨닫는 순간이라는 것이지요.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사랑할 수 있고, 별밤을 이고 잠에 들며, 한편에는 물을 다른 편에는 뭍을 끼고 산책하는 순간 불현듯 찾아든 비현실감이 행복이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카잔차키스의 내면에는 '메토이소노'라는 가치가 핵심을 이룹니다. 우리말로 하자면 '거룩하게 되기' 됩니다. 기독교 신앙으로 해석하자면 포도가 포도즙이 되는 것은 물리적 변화이고, 포도즙이 포도주가 되는 것은 화학적 변화이며, 포도주가 거룩한 성혈이 되는 것이 바로 '메토이소노'라는 것이지요. 인생 중 찾아오는 깨우침으로 이루는 거룩한 변모는 결국 내면의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가져다줍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나,

죽음 따윈 없이 무감하게 사는 것이나,

험하고 가파르긴 매 한 가지입니다.

죽을 둥 말 둥 힘겨워하는 것보다

아무렇지 않은 듯 자갈길 걷는

자기 자신이 더 무서운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어디를 선택하든지 평지는 아니라는 것.

그리고 언제고 저 봉우리엔 다다른다는 것.

그래서 알고 보면,

인생 삶의 모든 날은 휴일일지도 모릅니다.

힘들어도 털썩 앉아 쉼표 찍으며,

그렇게 살아갈 수 있으니 말입니다.

결국 만나... 오른다면 (사진=2015년 메모)

곰탱이 남편의 사랑하는 아내와 나누는 아침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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