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이가 여니에게
작년 이맘때였습니다. 샌드위치 휴일, 휴가 시즌의 마지막 연휴라지만 특별한 것이 없는 하루였습니다. SNS에는 휴가며 휴일을 보내는 일상이 펼쳐졌습니다. 그 특별할 것 없는 타인의 일상은 눈물 나게 부럽기만 했습니다. (대문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쫓겨 가듯 또 숙소를 옮겼습니다.
고마운 분이 보내준 쿠폰으로 롤케이크 한 조각과 인스턴트커피를 머그컵 가득 마셨지만, 저녁이 되니 기력이 떨어졌습니다. 기력 저하가 기분의 저하를 가져다주는 듯했습니다. 돌이켜 보니, 아마 이때 몸속의 암세포가 아우성치고 있었던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편의점으로 나서 보았습니다. 매대에 남은 삼각김밥 하나와 아내가 좋아하는 우유 한 팩을 선택했더니 2,400원이 찍혔습니다. 속도 없이 웃고 있는 알바 청년에게 기계적으로 인사를 건넸습니다.
"장마철에 수고가 많네요. 늘 건강하세요"
그냥 괜찮은 아저씨 노릇을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랬더니 청년은 내게 물었습니다.
"음식 좀 더 가져가실래요?"
봉투에 모아둔 기한임박 제품 중 제육김밥을 내밀었습니다. '유통기한'만 만료되고 식품 가치는 유효한 상품이었습니다. 자칫 부끄러울 수 있는 순간에 이상하게도 별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그냥 기분 좋은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연식이 되어 그렇지 나름 '조지도 알만하니' 브랜드 티셔츠를 걸치고 갔는데, 그 친구는 어찌 내 맘을 알았을까요. 내 등뒤에 그림자를 보았을까요. 덥수룩한 중년의 아저씨가 애처로웠을까요. 아니면, 그저 뜻하지 않은 빈말스러운 인사가 좋았던 것일까요.
그 이유를 알지 못하지만, 알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고마웠으니까요.
어제 병원 일정을 마치고 방에 돌아와 아내와 소소한 저녁을 먹다 보니, 작년 이맘때의 편의점 청년과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생각이 났습니다.
하루 5분의 행복감이 버겁고 거대한 인생이라는 과대망상을 버티는 힘이라는 것을 새삼 체감하는 요즘입니다. 그 일상의 힘으로 인생의 해방을 꿈꾸어 봅니다.
https://brunch.co.kr/@parkchulwoo/950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는 이런저런 면에서 이상한 드라마다. 성공보다는 실패가, 행복보다는 불행이, 번쩍이는 순간보다는 무채색 나른함이 더 용납되곤 한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입에 늘 달고 살았던 인생관과 닮아 있었다. 비루하고 참담하며 고단한 한 사람의 보잘것없는 평범한 일상이 겨우 겨우 버티고 있는 것은, 하루에 5분도 되지 않을 반짝 거리는 설렘과 행복감의 거대한 과대망상, 바로 인생이라는 놈을 지탱하는 것일 테니까.
미정이 구 씨에게 건넨 이야기처럼 하루의 5분의 행복으로 살아지는 것이 삶이 아닐까?
편의점 문을 대신 잡아 주는 학생에게 7초 설레고, 일요일인 줄 알았는데 토요일 아침이라 5초 설레고, 잘못 걸린 잔화에 기다린 소식인가 싶어 3초 설레고, 펼쳐 든 오늘의 운세에 10초 정도 설레는 행복. 그것이 모여 하루에 5분 행복해하는 삶.
-일전 끄적인 <나의 해방일지> 리뷰 중-
-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 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