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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로운 Jul 13. 2023

화산재가 날리는 꿈을 꾸었다

어젯밤 꿈 이야기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여긴 이탈리아다. 서유럽 패키지 여행으로 번개같이 스치고 지나간 장소였지만, 꼭 한번 제대로 여행하고 싶은 곳이라고 늘 생각했다. 해가 지는 하늘과 초록초록한 땅, 이국적인 건물들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모습이 장관을 이루었다. 늘 그렇듯 나는 남자친구와 같이 있었다. 둘이서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는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감탄을 하고 있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 사진을 남겨야겠다. 뒤를 돌아서 가방을 뒤져보는 순간, 하늘에서 무시무시한 것이 떨어졌다. 


불덩이. 쿵, 하고 떨어졌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던 중에 누군가가 화산이 폭발했다고 말했다. 화산은 내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연기가 보였다. 흘러내리는 용암도 내 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어디선가 용암이 흘러오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 폭발한 화산에서 갑작스럽게 불덩이가 터져나와서는 근처에 떨어졌다. 두려움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먼저였다. 하필 이렇게 좋을 때 이럴게 뭐람. 우리는 아름다웠던 뷰를 뒤로 하고 걸음을 재촉해 자전거를 거치해둔 정거장에 도착했다. 빨리 이 곳을 벗어나자, 했는데 세상이 이미 잿빛이었다. 화산재가 날리는구나. 금방 화산재가 비처럼 쏟아졌다. 나는 자전거 정거장의 지붕 밑에서 회색으로 내리는 재들을 보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그 순간 잠에서 깼다. 일곱시 45분이었다. 




재택근무일이라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었는데, 출근준비하는 시간에 깨버리고 말았다. 다른 때보다 일찍 노트북을 열었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는 모든것이 착착 진행될만큼 아주 평온했는데, 오늘은 날벼락같은 일들만 가득했다. 노트북을 열자마자 어제 오후 문의한 내용이 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인볼브된 이슈로 이-만큼 커져있었다. 오전 내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신없이 시간을 썼다. 평소에는 있을까 말까한 컴플레인이 여럿 터졌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건이거나, 우리 비용으로 해결하지않으면 도저히 답이 없는 건들이었다. 원래 해야 할일들도 많았지만 그 중 하나를 시작해도 한 번에 제대로 끝낼 수 없을 정도로 급박한 일들이 중간에 계속해서 들이닥쳤다. 평소에는 연락이 없던 사람에게 연락이 와서는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까지 떠맡았다. 


도대체 오늘 왜이러지? 생각해보니 아, 흉몽을 꿨구나. 그제서야 생각했다. 




어떤 기분나쁜 꿈들을 꾸고 나면 그 날은 어김없이 힘들다. 꼭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연관을 지을 수 밖에 없는 일련의 사건들이 생긴다. 몇년 전까지는 오래전 헤어진 남자친구가 꿈에 나와서 악을 쓰면서 싸우고 나면 그 다음날엔 무조건 안좋은 일이 생겼다. 잘풀리던 일이 안풀리고, 생전 없던 실수를 하는 일. 제일 무서워하는 꿈은 게가 나오는 꿈인데, 한 두마리가 아니라 버글버글한 시커먼 게들이 내 주변을 에워싸는 꿈을 꾸고 나면 또 최악의 하루다. 신기라도 있는 건가, 꿈자리가 뒤숭숭하다는 말의 뜻을 나는 정확하게 알겠다. 




괴상한 꿈을 꾸고 나면 꼭 하는 루틴. 네이버에 꿈해몽 검색하기. 화산이 폭발하는 꿈은 내가 본 현상에 따라 길몽이기도 하고 흉몽이기도 했다. 화산이 폭발하는 것을 직접 보거나, 용암이 흐르는 것을 직접 보거나, 화산 폭발로 내가 죽거나, 용암에 빠지거나, 화산폭발 현장에서 구출되는 내용의 꿈이었다면 길몽이고, 흘러내리는 용암에 쫒기거나, 화산재를 뒤집어 쓰거나, 세상이 잿빛이거나, 화산 아래를 걷거나, 화산폭발이 마을을 덮치거나 하는 꿈은 또 흉몽이라고 한다. 옳다구나 길몽인가 했는데 흉몽이었다. 그래서인가 정신없는 일들이 지금 저녁 7시 이시간까지 나를 괴롭혔다. 


하루종일 긴급 재난문자가 온다. 호우 경보까지 내린 폭우가 내리는 밤, 나는 오늘 한 발자국도 밖에 나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집에서 몸을 사려야겠다. 




안좋은 꿈은 귀신같이 내 일상에 이렇게나 영향을 주는데, 좋은 꿈을 꾸고 나서 이 꿈이 바로 그 꿈이다,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로 가서 로또 찍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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