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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l Jul 24. 2018

글쟁이

어쩌겠어.. 여기까지 왔는데... 

제 취미는 진짜 정말 독서입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 였더라. 생각을 더듬어보면 요이 땅! 하고 글쟁이를 꿈꿨던 것 같지는 않다. 자연스럽게 책을 많이 읽어서,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유치원 때부터 디자이너, 변호사, 가수 같은 꿈을 꾸다가 언젠가부터 장래희망을 묻는 설문조사에 ‘작가’라는 두 글자를 눌러 써내기 시작했다.  


중학교 1학년 때 교내 백일장이 있었다. ‘미래과학글짓기’라는 주제로 진행된 백일장에서 1학년 때 최우수상을 탔다. 지금 생각해보면 글을 진짜 잘썼다기 보다는, 기획 의도나 소재가 독특해서 뽑혔던 것 같다. 기승전결이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승전결이 없었는데, 재미가 있었을리가. 그 뒤로 장려상 정도의 상을 받으며 글쟁이를 꿈꿨다. 


하지만 꿈이 산산조각난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때문이었다.  "향수"를 읽고 너무 충격받았다. 아직도 책을 다 읽은 후 새벽 두시 반의 형광등이 기억날 정도면 말 다했다. 평소에는 잘 읽지도 않던 책 서두에 있는 작가 소개를 읽었는데, 그는 흔히 말하는 "히키코 모리"였다.  


와!  존나 잘썼다. 집에만 있다는 사람이 이렇게 글을 잘쓰다니 충격이었다. 나는 댈 것도 아니었다. 스무살만 넘으면 뭐가 될 것 같았던 그 당시에는 일단 대학부터 가자고 생각했다. 대학교 가면 뭔가 될 것 같아서 대학부터 가자고 생각했다. 


그래도 책은 잘 읽었다. 남들보다 활자를 많이 읽어 수능 언어 공부도 따로 안했다. 언외수 중 언어 점수가 제일 높았다. 점수에 맞춰 대학을 선택했는데, 운명처럼 국문과로 진학했다.  


그리고 또 다시 좌절하게 된다. 그 이유는 1) 나보다 글 잘쓰는 애들은 쎄고 쎘고, 2) 우리나라에서 글로 밥벌어 먹고 살기엔 힘들며 3) 결론적으로 나는 그럴 깜냥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내 뒤보다 앞이 더 많은 것 같았다.  


다른 과의 대학시절은 어땠을지 모르겠다. 나는 매주 에세이 하나, 자칫하다간 기말 과제로 소논문 하나 뭐 이런 식이었다. 남들은 A4 한장 에세이면 아싸! 한다지만 우리 과애들은 어어.. 이런 반응이 많았다. "한장 너무 짧아서 넘어갈 것 같은데"였다. 글을 많이 썼다는 얘기다.  


지금의 나는 예전 꿈과 비슷한 일은 하고 있다. 글을 쓰며 산다 비록 꿈꿔왔던 예술은 아니지만, 경제적 대가를 받아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는 것은 좋다. 가끔 숨을 쉬기 위해서 이렇게 내 글도 쓰며 산다. 예전에 썼던 글을 돌아보면서 "크... 잘썼네, 나" 하면서 자기위로도 한다. 


어렸을 때부터 글 읽는게 좋았고, 지금은 쓰는 것도 좋다. 어쩌다보니 이렇게 된게 아니라 지금 보면 이렇게 될 팔자였겠다. 지금도 멋진 예술 하나 쓰고 싶은데, 내가 단명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천재가 아니라서 쓸 수는 없겠다. 하지만 그래도 계속, 꾸준히, 열심히 쓰고 있다. 글 쓰는게 좋아서. 내가 좋아하는 어떤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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