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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l Jun 11. 2018

이슬아, 하고 불렀다

아이고 설레라 

이슈리는 마케터가 되었습니다


이름을 잃은 지는 꼬박 9년이 된다. 이슈리라는 별명을 시작한게 스무살 때부터 였으니 그만치 됐을 거다. 본인의 이름을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만, 나는 그 중에서도 유독 내 이름이 싫었다. 싫다기 보다는 좋지 않았다. 살아가면서 내가 선택할 수 없는 몇 가지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나의 성, 나의 생김새 그리고 나의 이름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이었는데, 그 중 이름만큼은 바꿀 수 있는 허들이 낮아 더 반발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내 이름은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셨다. 첫번째 손자로 태어난 나를 유독 아끼셨다고 했다. (저는 잘모르겠지만요.) ‘이슬’처럼 맑게 살라고 지어주신 이름 그대로 맑게 살았으면 좋았겠지만, 어쩌다 글을 쓰게 되서는.. 죄송합니다. 


내 첫 별명은 ‘참이슬’이었다. 누구든 예상 가능한 별명이겠지? 처음 들었을 때부터 별 생각 없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른들과 첫 만남에서 농담으로 던질 만큼 의미 없어졌다. 그렇게 뻔해서, 20대 초반엔 더더욱 이름이 좋지 않았다. 특성 없는 이름, 기억에 남기보다는 희미해지는 이름. 내가 선택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한 무조건 적인 거부감이었다. 


‘이슈리’는.. 스무살 때 답사 가서 만들었다. 누구 작가의 생가였다. 만우절이었던 당일, 친구와 장난 치다가 만든 ‘이쁜 이스리’를 육성으로 내 뱉다가 ‘이슈리’가 나왔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 때 이름 써넣는 란에 썼다. 어중떠중 나를 아는 애들이 내 이름을 치고 내 계정을 찾아오는 게 싫었다. 다들 처음에는 웃었다. 누군가 했네, 하며 말을 붙이기도 했다. 근데, 이제는 이슬이보다 이슈리, 이슈라, 슈리야 하고 먼저 부른다. 아예 ‘이슈리’로 나를 알게 된 애들도 많아졌다. 


일하다 보면 페북 계정을 써야될 때가 있는데 그때 민망한 것 빼고는 좋다. 이름이 아닌 공식 애칭이 생긴 것이니 누구라도 날 편히 불러줘서 좋았다. 나 역시 기본 폴더에 '이슈리'라고 이름을 쓸 정도. 이젠 제2의 이름이 된 기분이다. 외국으로 치자면 미들 네임 정도 아니냐. 


그래서 간혹 불러주는 ‘이슬아‘가 설렌다. 하다못해 연애를 할 때도 이름보다는 ‘자기’, ‘슈리’로 불리다 보니 이젠 이름이 설레는 포인트가 되었다. 지금은 그래서 이름이 좋아졌다. 한글자 꾹꾹 눌러 불러주는 그 이름이 두근거린다. 예전에는 ‘슈리’가 특별한 이름이었지만, 이젠 ‘이슬이’가 특별해졌다. 그러니 불러주세요, 간혹. 제 이름. 아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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