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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영 Aug 28. 2021

자존감 적금이 만기 되었습니다

무기력 속 홈트 생존기

코로나 이전부터 홈트를 해왔다.

처음 운동을 시작한 건 수능을 마치고 친구랑 헬스장에서 2달간 PT를 배울 때였다.
수험생 기간 동안 찌웠던 살을 10kg을 뺐고,
이후로는 혼자서 주기적으로 헬스장에 다녔다.

2년 정도를 다녔지만 중량운동이 내 신체 특성이나 생활패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점점 느끼기 시작했고, 그래서 운동 효과도 갈수록 미미해져 갔다.

이후로는 턱걸이를 시작하면서 맨몸 운동 위주의 홈트에 재미를 붙였고, 군대 가기 전까지 풀업 5개를 달성했다.


전역 후로는 본격적으로 나만의 홈트 운동 루틴을 만들어갔다.
풀업은 11개까지 늘릴 수 있었다.
군대에서의 체중 증량+운동으로 옷 사이즈가 한 치수 커졌다.

그렇게 1년 정도를 운동해왔지만 정확하게는 반년짜리 운동이었다.
대학을 다니는 동안 평시에는 운동을 꾸준히 했지만
시험기간이나 바쁜 일정이 생겨버리면 한두 달은 통째로 운동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일보 전진 일보 후퇴를 반복한 1년이었다.
그래서 정말 제대로 된 운동을 시작한 건 불과 몇 달 전부터다.


코로나가 시작된 이래로 기회이자 동시에 위기가 찾아왔다.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공간적 여유가 생긴 동시에
의지를 갖고 일부러 밖에 나갈 일이 줄어들자 근손실이 여실히 느껴지고 걱정됐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은
점진적 증량이었다.

기존에 지켜오던 루틴은 그대로 유지하되 세트와 중량을 늘려갔다.
운동 루틴이 거의 맨몸 운동 위주이기에 최선은 세트 늘리기였고, 덤벨 역시 보유한 무게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세트 늘리기로 점차 나아갔다.

다만 운동을 하는 목적이 "건강하게 먹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저녁에 닭가슴살 챙겨 먹는 것 외에는 완전히 자유 식단이다.(자연스럽게 운동하면서 음주가 줄어들긴 했다)



이러나저러나 어쨌든 요즘은 운동 효과를 느끼고 있다.


큰 근육을 키우는 헬스가 아니라 맨몸 운동의 루틴을 지켜오기 때문에 드라마틱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지만,

계단식으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 느껴지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성취감이 크다.


그래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눈치 받지 않고,

내 의지가 운동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좋고

나를 이기고 넘어설 때 안겨주는 쾌감을 근래 자주 느끼고 있다.


그래서 기존에 사용하던 매트가 많이 헤지기 했고,

내게 좀 더 투자한다는 의미로 홈트용 요가매트를 구매했다.


나 자신에게 좀 더 투자를 하는 만큼 나 스스로를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요즘은 매일 나와의 대결을 한다.

운동을 한 날과 하지 않은 날을 체크해가며 이번 달의 퍼센티지를 계산한다. 지난달의 나를 이겨내는 게 매일의 목표가 된다. 매일을 이겨내야 지난달의 나를 이겨낼 수 있다.


그렇게 작은 성취에서 나를 존중하는 방법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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