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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뫼 Jul 07. 2023

파김치

맛있게 먹고 땀나게 운동하기



몇 주 전부터 파김치가 먹고 싶어 쿠팡에 들어갈 때마다 쪽파를 검색했었다. 깐 쪽파 200g을 1,980원에 샀던 기억이 있어 두 묶음을 사서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가격이 배 이상으로 뛰어 살 엄두가 생기지가 않았다. 쪽파는 다음 날이면 더 비싸졌고, 그다음 날이면 또 더 비쌌다. 그렇다고 흙쪽파를 사서 다듬는 건 너무나도 귀찮은 일. 예전에 구청 여성대학에서 김치 만들기 강좌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갈 때마다 가장 먼저 한 일이 쪽파를 다듬는 일이었다. 그때의 기억이 있어 쪽파 까는 일은 절대 피하고 싶었다.

     

사실 깐 쪽파만 있으면 파김치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 믿는 구석 새미네부엌이 있기 때문(내돈내산). 새미네부엌 부추파김치용 양념에 생수, 고춧가루만 섞으면 입맛 돋우는 파김치를 만들 수 있다. 전에도 한 번 만들어 봤는데 남편도, 집들이에 왔던 조카도, 물론 나도 정말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 양념은 미리 준비해 둔 터였다. 쪽파 가격만 떨어지길 기다렸지만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또 다른 믿는 구석 로컬 푸드에 갔다.

     

그런데 그날 오후 늦게 간 것도 아니었는데 쪽파가 없었다. “아, 쪽파 다 나갔어요?” 물으니 안 들어왔단다. “지금은 쪽파가 안 나와요. 마트에서도 요만큼 갖다 놓고 엄청 비싸.” 아하, 매번 갈 때마다 보였던 것 같아 언제라도 늦지 않게만 가면 살 수 있을 것 같은 쪽파였는데. 재배가 안 될 때가 있다는 걸 미처 몰랐다. 주부의 짬밥은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구나 깨달았다.    

 

그러다 어제는 참을 수가 없었다. 라디오 퀴즈를 풀고 경품으로 받은 짜파게티에 내가 산 것까지, 지금 우리 집에 짜파게티가 풍년이라 얼른 짜파게티에 파김치를 올려 먹고 싶어졌다. 하는 수 없이 대파를 다듬어 파김치를 했다. 운동 가기 전에 담근 파김치는 늦은 오후가 되자 벌써 숨이 죽어 있었다. 알맞게 절여져 있는 파김치를 보니 라면을 끓이는 시간도 기다릴 수가 없었다. 사실 김치는 밥이랑 먹을 때가 제일 맛있다. 발레 간 아이를 기다리며 일단 밥부터 펐다. 따뜻한 밥에 파김치를 먹으니 꿀맛이었다. 저녁에는 집에서 만든 지코바 치킨을 먹고 배가 부른 상태에서 남편과 신라면 하나를 끓여 파김치를 또 먹었다. 서로 배부르다고 하면서도 엄지 척까지 하며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방금 또, 파김치를 먹었다. 이번에는 제일 기대했던 조합인 짜파게티와 함께. 이렇게 아침을 먹고 운동을 가면 몸도 무겁고 살도 빠지지 않는단 걸 알면서도 그냥 먹고 싶었다. 먹고 싶어서 만든 건데 내가 제일 맛있게 먹어줘야지. , 그래야지! 먹기 전이랑 완전히 같을 순 없고, 줄넘기 한 타임 더 하면 한 세 젓가락쯤은 빠지지 않을까? 맛있게 먹고 땀나게 운동하기. 단순하게 생각하고 살자고 스스로를 달래 본다.




     

/23.07.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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