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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뫼 Jun 12. 2024

마음에 무언가를 품어도 되는 걸까

시 읽는 모임에 다녀와서


오늘 처음 독서 모임에 갔다. 『시 읽는 법』을 읽다 시에 재미를 느끼고 시를 읽는 독서 모임까지 찾아간 것이었다. 모임 장소는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섯 정거장 가야 하는 동네의 북 카페. 책과 책모임을 너무나 좋아해 운영자 부부는 올해 마침내 북 카페를 차렸다고 했다. 마음이 맞는 독서 모임 아니, 독서 모임 자체를 찾는 건 꽤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천에서 오신 분도 있었다. 나도 동네에서 찾다 찾다 없어서 독서 모임 자체를 포기하고 있었는데 정말 우연히 발견해 찾아간 것이었다.      


첫 모임의 지정 도서는 『시를 잊은 그대에게』였다. 이 책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이번 모임이 아니라면 나 혼자 이 책을 골라 읽지는 못 했을 것이다. 책에 실린 시는 정말 좋았고, 저자의 해설도 나름 재미가 있어 첫 책을 무사히 읽었다는 점이 기뻤다. 각자 인상 깊었던 부분을 소개하고 이유를 얘기했다. 자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시간과 자리를 내가 얼마나 고대했던가. 나는 저자가 ‘별’을 주제로 한 시들을 해설한 부분이 좋았다고 얘기했다.     

 

“왜 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걸까. 외롭기 때문이다. 외로운 자들은 하늘을 본다. 거기서 그들은 별을 만나고 대화를 하며 위로를 구한다. (...) 알퐁스 도데의 목동도, 윤동주도 하나같이 외로운 사람들이다. 외롭지 않다면 굳이 밤하늘 별을 헤아릴 이유가 없다.”     


나는, 작년에 나의 외로움을 발견했다고 고백했다. 친한 친구에게 이 말을 털어놓았을 때도 이상한 희열을 느꼈는데 나를 전혀 모르는, 오늘 처음 본 사람들에게 나를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나의 외로움에 공감해 주는 이들이 많았다. 난 또 박노해의 「다시」도 낭송했다. 제목보다 시구가 유명해 들으면 누구나 아하, 하는 시다.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게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누군가가 품고 있는 꿈, 희망, 가치가 소중하고 귀하다는 걸 요즘 깨닫고 있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내 옆에 앉은 ‘하늘〇〇’님은 좋아하는 시를 숨 쉬듯 술술 외는 분이었는데, 그런 장면을 처음 목격한 나는 약간 소름이 돋았다. 그래서 나도 이 시를 외워야겠다고 충동적으로 말해 버렸다. 사람들이 격하게 호응해 주었다. 집에 오면서 내일 바로 두 번째 시집을 사러 중고 서점에 갈 계획을 세웠다.      


점심을 먹고 서효인의 『좋음과 싫음 사이』를 펼쳤다. 작년 서울국제도서전을 앞두고 쓴 글을 읽었다. 야심과 뚝심으로 만든 책 초판 1,500부가 800부에서 출고를 멈추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팔리지 않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는지 스스로를 책망하는 어조로 자문했다. 자신이 나무, 약한 짐승 혹은 고양이가 아니라 나무를 파괴하면서까지 팔리지 않는 책을 내는 인간이라는 사실에 진절머리를 내는 것 같았다. 좋아하는 시를 날숨 내뱉듯 술술 읊어대는 하늘〇〇님을 보고 부럽고 멋있다는 생각에 가슴 벅차 있던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글을 쓴다고, 언젠간 책을 내겠다고 마음속에 품고 있던 내 반짝이는 꿈도 순간 바람이 피익- 빠지며 납작해져 버렸다. 나는 글을 쓰고 싶을 뿐이었고, 쓴 글을 언젠간 추리고 모아 묶어내고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누군가의 수고와 희생으로 만든 책이 다른 존재에게 가 닿지 않는다면 어떤 심정일까. 시인의 고까움이 고스란히 느껴져 내가 마치 글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었다.   

   

저녁을 준비하고 있을 때 선배에게서 톡이 왔다. 선배가 관심 있는 분야의 출판 공모전 정보였다. 기간이 좀 촉박하긴 하지만 오랫동안 생각해 온 만큼 도전하겠다는 희망에 찬 목소리가 핸드폰을 뚫고 나올 듯했다. 나도 “그럼 그럼, 도전해야지,” 하며 응원했다. 선배를 응원하며 내 꿈도 기운을 조금 차린 듯했다. 서효인 시인의 말대로 우리가 처음부터 “하늘의 별을 세며 길을 찾는 존재”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건가, 아이의 식사를 준비하며 잠시 생각했다.         


  

/24.06.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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