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에 기대되는 브랜드로 소개했던 브랜드 '낼나'를 기억하시나요? 소소한 일상을 다꾸할 수 있는 디지털 다이어리를 주력 상품으로 하는 이 브랜드의 매출은 결코 소소하지 않습니다. 낼나는 창업 3년 만에 27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 브랜드인데요. 고등학교 동창 세 명이 모여 만든 낼나는 어떻게 이런 놀라운 수치를 빠르게 만들 수 있었을까요?
내가 쓰고 싶은 더 예쁘고 편리한 플래너를 만들고자 했던 집착이 어떻게 시장의 반응을 만들어냈는지, 요즘 자주 쓰이는 '나다움'이라는 키워드를 낼나는 어떻게 담아낸 것인지를 들어봤습니다.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지만, 선택의 순간마다 나다움에 집중한 브랜드의 노력이 어떻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는지 확인하실 수 있을거예요.
매출을 포기하고 전체 제품의 90%를 모두 내렸지만, 오히려 매출은 1.4배가 늘었다고 해요. 첫 해에는 3억, 9억, 27억, 그야말로 300%씩 성장하게 한 선택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어요.
너도나도 유튜브 계정 하나쯤 운영하는 시대이지만, 꾸준히 하기는 너무 어렵죠. 낼나의 공동 창업가 중 한 명이 대학생 시절부터 개인적으로 운영하던 유튜브가 낼나의 첫 바이럴을 일으켰다고 해요. 낼나는 고객의 반응이 적을 때에도 어떻게 꾸준히 양질의 콘텐츠를 기획했는지 들려드릴게요.
동업에 관심있으실 스몰레터 구독자분들을 위해, 공동 대표 체계에 대해 여쭤봤어요. 개성이 강한 여러 명이 한 뜻으로 속도를 낼 수 있는 조직문화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Sam (대표) 늘 창업에 관심이 많던 저희 셋은 졸업 후 그야말고 각자 '나다운'인생을 살아가며 커리어 경험을 쌓았어요. 그러던 어는 날부턴가 Vita (운영 총괄)와 Lizzy (콘텐츠 총괄)가 당시 창업을 위해 마련했던 사무실 한켠에 제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창업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아졌죠.
평소 계획과 다이어리에 관심이 많던 제가 지금의 '낼나다'의 시초가 된 태블릿용 디지털 플래너를 만들었는데, 이 아이템을 기반으로 세 명이서 사업을 하면 분명 재미있는 시너지가 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나다운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많던 Vita, 유튜브에서 아이패드 콘텐츠를 다루던 Lizzy와 다이어리를 만들던 제가 함께 손을 잡은거죠. 저희 셋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동의했고, 그렇게 낼나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Sam (대표) 디자이너 출신인 제가 디지털 플래너 제품을 기획, 제작, 디자인을 하고 있고요. 콘텐츠 총괄인 Lizzy는 제품을 스토리로 콘텐츠화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그리고, 운영 총괄인 Vita가 전반적인 경영 업무와 조직 문화를 담당하고 있죠.
Vita (운영 총괄) 저희 셋은 강점과 전문성이 달라 시너지를 크게 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각자의 업무를 어느 누구도 전혀 못하는 수준이 아니게끔 꽤나 촘촘하게 서로의 업무를 팔로업하고 있어요. 그래야만, 각 분야에 대해 서로 수준 높은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을 뿐더러, 누군가 잠시 자리를 비우더라도 다른 사람이 그 빈자리를 대체할 수 있죠.
Sam (대표) 만들고 있던 다이어리의 이름을 고민하던 중 당시 함께 쓰던 사무실에 크게 붙어있던 "내/일/을/나/답/게"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어요. 이 문구를 바탕으로 ‘내일을 나답게 다이어리’가 탄생했고, 이를 줄여 '낼나'라는 브랜드로 만들었죠. 그리고, 함께 붙어 있던 문구 중 "양질, 유니크, 진정성"은 지금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는 키워드이기도 합니다.
Q. 낼나에 꽤 다양한 제품이 있던데, 어떤 방식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계시나요?
Vita (운영 총괄) 당시 저희 셋이 모두 아이패드를 처음 구매하게 됐는데, 유튜브를 찾아보니 저희 맘에 쏙 드는 다이어리가 없는거예요. 그래서, 다이어리 디자인에 관심이 많던 Sam이 직접 만들어보게 됐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저희가 직면한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싶은 마음으로 만든 제품이기 때문에, 더욱 몰입하여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디지털 플래너 이후에 출시한 제품들은 반드시 낼나의 미션과 맞닿아 있도록 의도하고 있어요. 낼나는 '사용자가 기록하고 기획하는 경험을 통해서 성장하도록 돕는' 브랜드가 되고자 하거든요. 따라서, 사용자가 기록하고 기획하는 순간을 돕는 제품인 종이질감 필름, 메탈 펜촉 등으로 제품 개발이 이어졌죠.
특히 종이질감 필름을 개발했을 때가 유독 떠오르는데요. 다이어리 아이템 특성 상 연말연시에 매출이 몰리다보니 매출의 보릿고개 시기가 있었고, 꾸준히 매출을 만들 방법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종이질감 필름의 화질이 무척 낮다는 것을 발견했고 바로 종이질감 필름 제품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저희 셋 모두 '최상화'라는 강점이 있기 때문에 최대로 몰입하여 화질과 질감 모두를 살린 낼나의 종이필름을 탄생시켰습니다.
Sam (대표) 낼나의 성장 과정에서 저희도 다른 회사의 성장 방식을 따라해보려고 했을 때가 있었어요. 예컨대, 제품의 종류가 많으면 고객이 더 많이 들어올 것이라고 판단하여 외부 작가님들의 제품을 입점시키는 방식으로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기 시작했죠. 그러다보니, 저희가 어느새 본질을 고민하기보다 제품을 업로드 하는데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더라고요.
금새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리고, 나답게 사는 것에 도움이 되는 도구를 제공하고 이를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리고 싶어서 시작한 낼나의 처음을 다시 한 번 곰곰히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를 가장 제대로 실현하는 방법은 우리가 만든 제품에 우리의 철학을 녹이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게 됐죠.
하지만, 이를 깨달은 순간 저희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았어요. 업로드 된 작가님들의 제품을 당장 내려야 하는데, 작가님들의 귀여운 스티커를 좋아하는 고객도 있었거든요. 작가님들과 고객님들께 모두 양해를 구하고 90%의 제품을 모두 내렸습니다. 매출을 포기하더라도 우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는데에 집중하기로 한 결정이었죠. 그런데 놀랍게도 제품을 내리는 결정을 한 후, 오히려 매출이 1.4배 정도 늘었고 객단가 또한 증가했습니다. 저희 고객님들이신 '낼나러'도 사실은 이 것을 원한게 아닐까 느끼는 순간이었죠.
Lizzy (콘텐츠 총괄) 제가 대학 시절부터 개인적으로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이 있었는데요. 구독자가 10,000명 정도일 때, 낼나 다이어리를 소개하는 영상을 올렸어요. 해당 채널에는 제가 일본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할 때 만들었던 브이로그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다이어리' 콘텐츠에 큰 관심이 없는 분들이 대다수였죠.
그래서, 처음에는 반응이 없었지만 개의치 않고 제가 다이어리 쓰는 영상을 계속 올렸어요. 그리고 4개월을 꾸준히 한 결과, 기존 영상들과의 시너지가 나서 다이어리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게 됐어요. 기존 영상의 동시간 평균 조회 수가 500회 정도였다면, 그 영상만 12,000회였거든요. 해당 영상은 12월까지 계속 조회 수가 상승해서 130,000회 정도의 조회 수를 달성했어요. 초반에는 그 덕분에 다이어리를 많이 홍보할 수 있었습니다.
Vita (운영 총괄) 낼나는 커뮤니티가 탄탄하게 형성되어 있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요즘에는 고객의 '재구매'를 일으킬만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어요. 22%였던 디지털 플래너의 재구매율이 올해는 28%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요. 굉장히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종이필름이나 메탈 펜촉도 구매한지 3개월 후에 '재구매 쿠폰'을 넣어 드리는데 이 쿠폰을 10%의 고객분들이 사용하시죠. 아마 직접 써보시고 아이패드를 쓰는 지인 분들께 선물하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쿠폰 발행이나 할인 행사를 거의 안했는데, 요즘에는 프로모션도 기획해보고 오프라인에서의 접점도 만들어보고 있습니다. 고객 분들을 만족시키면서도 효율적으로 고객분들과의 접점을 만드는 적정 비율을 찾아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Lizzy (콘텐츠 총괄) 유튜브 채널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콘텐츠가 누적되면 효과가 복리처럼 커지는 원리를 이해했기 때문에, 요즘에도 무조건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낼나러들이 좋아할만한, 그리고 우리만의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고민하고 체득하게 되었죠.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발행할 때는 어떤 사람들이 낼나의 인스타그램을 볼지, 낼나 계정에서 어떤 것을 기대할지, 그 이유는 무엇일지, 팔로워들의 다른 관심사는 무엇인지, 우리는 그 내용을 어떻게 다르게 보여줄지를 분석하고 적절히 분류해서 발행합니다.
또한, 어떤 채널에 배포하는 콘텐츠든 일관된 톤앤매너를 담을 수 있도록 '콘텐츠 매뉴얼'도 만들게 되었는데요. 이 매뉴얼은 저와 함께 일하는 콘텐츠 팀원들이 모두 같은 메시지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하는 '바이블'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한 번 매뉴얼을 만들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매뉴얼도 계속해서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점이죠. 콘텐츠는 시간이 지나면서 늘 변하는 '유기체'이기 때문입니다.
Vita (운영 총괄) 창업 첫 해에 디자이너를 채용했고, 그 다음에는 개발자를 채용해서 다섯 명으로 운영하다가 현재는 총 14명이 되었어요. 의외로 팀원이 많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저희는 저희가 하는 일에 비해 컴팩트한 팀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Sam (대표) 저희는 최대한 작은 팀으로 운영하려고 해요.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로 해본 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더 잘 하기 위해서 사람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면 그 때 채용을 고려합니다.
Lizzy (콘텐츠 총괄) 저희는 채용할 때 직무 적합도도 중요하게 보지만, '낼나다운' 팀원인지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해요. 저희가 커뮤니티 매니저를 채용한 과정은 조금 긴 이야기가 있는데요. 아마 스몰레터 구독자 분들 중 채용을 고민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좋은 사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공유해드려요.
낼나에는 낼나러를 위한 커뮤니티가 있는데, 해당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열심히 하셔서 최우수 크루로 선발되셨던 분이 계셨어요. 그런데, 그분이 낼나의 CX 매니저 직무로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사실 그 분은 CX 직무가 처음이셨기 때문에 저희가 작성했던 JD에 100% 부합하지는 않았지만, 그 분의 낼나다움이 저희에게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채용하게 됐는데요. 막상 채용을 해보니 그 분은 CX보다 커뮤니티 매니저 역할에 더 잘 맞더라고요. 그래서 현재는 커뮤니티 매니저로 커리어 전환을 하여 너무나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작은 브랜드의 경우, 이렇게 팀원들의 커리어 전환이 종종 발생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찾고 있는 직군에 꼭 맞는 후보가 없다고 너무 좌절하지 마시고, 후보자 분들이 얼마나 우리 브랜드에 진심일지도 살펴보며 함께 맞춰가시는 것은 어떨까요?
Sam (대표) 낼나의 개발팀은 단순히 제품 개발에 그치지 않고 낼나가 더욱 데이터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특히 사업 초기에 어떤 수치가 중요한 수치이고, 중요하지 않은 수치인지를 개발팀에서 분류해주셨기 때문에 더 나은 결정을 하는 데에 큰 도움을 받았는데요. 다행히 낼나의 1호 개발자가 데이터를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잘 설명하는 분이었기 때문에 더욱 크게 도움이 됐어요. 현재 저희는 2호 개발자를 채용 중에 있는데요. 이 분 또한 낼나의 데이터 분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이어야겠죠!
Sam (대표) 낼나는 창업 후 첫 해에 7억 원, 그 다음 해에 9억 원, 작년에 27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니 정확하게 300%씩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창업 초반에 시행착오를 덜 거쳤다면 지금처럼 성장하기는 어려웠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찌보면 저희 셋 모두 팔다리가 찢어질 것 같은 성장통을 느끼면서 더 나아가는 것을 즐기는 것이 가장 큰 성장 동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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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낼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