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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몰브랜더 시내 Feb 22. 2021

'네 잘못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것

우리 삶의 조수석에서 괜찮다고 해줄 사람이 있다면

제주 여행에서 처음으로 조수석에 타게 됐다. 운전을 시작하고 친구들과 가는 여행에서 언제나 운전석은 내 차지였는데 면허증을 잃어버린 김에 친구의 운전 연수를 도왔다. 손을 덜덜 떨면서 처음 운전을 시작했던 기억을 상기하며 친절한 선생님이 되어 부드러운 목소리로 ‘잘하고 있어’를 연신 반복했다. 브레이크를 너무 세게 밟아서 당황하거나 신호를 보느라 내비게이션을 못 볼 때마다 ‘괜찮아!’라고 해주었다. 특히나 어디선가 ‘빵’하는 경적 소리가 들리면 “나한테 그러는 거야?”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럴 때마다 ‘우리 아니야~’라고 말해준다. 내가 조수석에서 도와준 일은 그게 다였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우리 아니야~’ 우리 삶에서도 조수석에서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나는 운전한 지 이제 1년이 지났지만, 가끔 과속방지턱에서 브레이크 밟을 타이밍을 놓치곤 한다. 하지만 ‘으앗~’ 하고 숨을 한번 참은 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길을 잘못 보면 돌아가는 길과 늘어나는 시간을 받아들이면 된다. 또, 뒷 차가 내게 ‘빵!’하고 신경질을 내면 ‘뭐 어쩌라고! 되게 성격 급하네!’라고 한 마디가 튀어나온다. 도로 위의 현상은 똑같지만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이다. 사회생활에 있어서도 이제 누가 빵빵대도 내 잘못이 아니라면 개의치 않는 단단한 마음이 생긴 것 같다.  

사회 초년생은 대부분 조수석이 빈 채로 운전을 시작한다. 내 선택에 의한 사고나, 내 잘못으로 길을 돌아가는 것은 시간이 지나니 받아들이게 되었다. 하지만 누군가 자꾸 뒤에서 빵빵거릴 때에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역주행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고, 나 빼고 다 빵빵대고 있으면 빠르게 우회하는 것이 맞다. 근데 이 차선은 직진과 우회전이 다 되는 차선인데 왜 빵빵대냐고! “우회전하라고 하지 말고 좀 기다려 이 (@^@&^@#(@()$&야. 나는 네가 아무리 빵빵대도 직진할 거야.” 속으로 말한다. 결국 조수석에 앉혀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나는 퇴사를 하고 내 사업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회사에 다니는 동안에는 그저 다른 사람들이 가는 길을 쫓아가기에 급급했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차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앞에 뭐가 있는지는 몰라도 브레이크를 따라 밟는 삶을 살았다. 사업은 마치 비포장도로처럼 가본 적 없는 길을 가는 것과 같다. 내 앞에 따라갈 차가 많이 없는 것을 보니 불안하면서도 어떤 길이 나올지 두근두근 거린다. 도시처럼 내 뒤에 빵빵대는 사람은 없는 건 좋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조수석에서 ‘괜찮아~ 잘 가고 있어’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들이 다 익숙해져서 운전 초보이던 내 친구도 금세 익숙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운전 자체가 싫어지면 운전석에서 내려오지 않을까. 다들 자신만의 길이 있다. 그 길을 찾는 과정에서 겪는 크고 작은 사고들, 그리고 우회해가는 것도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결국 목적지는 같으나 과정에서 보이는 풍경이 얼마나 즐거운지에서 인생의 가치가 결정되는 것일 테니. 나의 친구가 운전대를 놓지 않고 꼭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모두들 빵빵대지 말고, 매너 운전합니다.! 사회에서도~ 도로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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