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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밝음 Sep 19. 2023

나는 상담실 안에서 아이를 키우지 않는다.


사진: Unsplash의Hillshire Farm


나의 육아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 있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끼니를 때우고, 출근 준비를 해 집을 나서는 일련의 과정 속에 아이를 깨우고, 씻기고, 뭐라도 챙겨 먹인 후 옷을 입혀 기관에 보내는 일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어디 등원 준비뿐일까,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실은 양육자에겐 자신의 시간을 보내는 모든 일에 육아에서의 과업이 혼재한다. 이 둘을 굳이 떼어놓고 생각해야 할 이유가 없을 만큼. 이 당연한 이야기를 굳이 꺼내어 곱씹는 것은, 막상 육아에서 무언가 문제가 생겼을 때 '일상이라는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제시되는 해결책을 접하는 일이 꽤나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등원 거부로 문제를 겪는 상황에서 아이가 충분히 휴식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거나, 등원 시간을 늦추고 아이와 노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거나 하는 방법들은 워킹맘인 나의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 정해진 시간 안에 등원을 끝마치고 제시간에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알람 시계를 맞춰두고 시간 안에 집을 나서면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하나 준다든지, 단호하게 둘러업고 제시간에 들여보내기를 반복해 단념(?)하게 만든다든지 하는 방식이 더 적합하다. 이상적이고 바른 육아의 세계에서는 전자의 방법이 옳은 것으로 제시될지라도, 현실 육아에서는 내가 처한 맥락을 고려해 후자를 택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 Unsplash의Pickawood


현재 육아 및 부모교육 관련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전문가들 중 상당수는 심리상담 및 치료 현장에서 아이들, 또는 부모들을 만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육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 상황에 대해서도 상담 및 치료 관점에서 활용할 법한 솔루션이 제시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솔루션은 세 가지의 상황을 전제하고 있다. 1. '상담 전문가'가, 2. '상담실' 내에서, 3. '장기간'에 걸쳐 적용하는 방식이라는 것.


그러나 우리는 상담 전문가가 아니며, 상담실 안에서 아이를 키우지도 않는다. 육아서에서는 마치 상담실 안에 있는 것처럼 하나의 문제 상황에 집중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들을 제시하지만, 우리가 처한 현장에서는 그 상황 전후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맥락들이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단기간 내에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식당에서 아이가 소란스러운 행동을 할 때마다 가게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대신 스마트폰을 손에 쥐어주는 것이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며 공감적 반응을 보이는 대신 지시적이고 명령적인 방식의 훈육을 행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의미가 없다거나 쓸모없는 정보라는 뜻은 아니다. 지금껏 검증되어 온 여러 이론과 수많은 사례를 통해 뽑아낸 육아법이므로 그 나름의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은 분명하다. 다만 이 글을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은, '책에서 말하는 방법을 실전 육아에서 적용했을 때 어렵고, 뜻대로 잘 안 되고,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것'은 매우 당연일이라는 것이다.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엄마로서의 자질이 없어서, 혹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진: Unsplash의Nik



나는 양육자로서의 임무를 부여받은 지 이제 경우 5년 차가 된 엄마다. 심지어 아이들은 계속해서 변화하며 성장하므로, 익숙해질 만하면 새로운 발달 단계에 맞는 양육자의 역할을 또 새롭게 수행해야만 한다. 당연하게도 늘 초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전문가들이 쉽게 하는 이야기가 내게 어렵게 느껴지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들은 수년간 연구하고 적용하고 개선해 온, 그들에겐 너무나 익숙한 방법을 전하는 것다. 이로 인해 좌절하고 자책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나아가야 할 곳으로 방향을 잡고, 할 수 있는 선에서 내가 처한 상황에 맞게 적절히 적용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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