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need a beautiful release.
어디선가 마주친 영화 대사.
I need some distraction or a beautiful release. 일상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해방이 필요해요.
이 문장 한 줄이 지난 한 달간 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처음엔 그 문장 하나가 나를 자유케했다. 그냥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졌달까... 하지만 이내 현실의 나는 상실감에 사로잡혀 바쁜 와중에도 머릿속에서 그 문장이 왜 나를 이토록 오르락내리락하게 하는가 연구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나에게 '아름다운 해방'이란 무엇일까.
그냥 해방도 아니고 'Beautiful' 해방이라니, 아름답게 자유 해지는 것은 어떤 형태일까.
단지 바쁘고 벅찬 지금의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를 위해 휴식하고, 잃었던 나를 찾는 낭만적인 여행일까. 가만히 시뮬레이션해보았지만 성격상 슬프게도, 주어진 일이 있는 이상 그 시간을 한가로이 누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러면 주어진 일이 끝나는 도대체 어느 시간에 나는 그 아름다운 해방을 누릴 수 있는 것인가.
괜찮아 보였던, 괜한 단어가 내 마음에 들어와 나를 들쑤셔 놓았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헤매고 있을 때쯤, 남편과 같이 운영하고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와 숙소 앞을 가린 공사장은 하늘 위로 치솟고 있었고, 드디어 공사장 때문에 아쉽다는 후기가 달리기 시작했다. 그토록 피하고 싶던 후기가 세상에 기록되기 시작했는데 그 순간, 뜻밖의 '아름다운 해방'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이미 세상에 기록된바 지울 수도, 가서 따져 물을 수도 없는 상황 앞에 나는 다시 살기 위해 손님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다른 방법들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손님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손편지를 썼다. 진심이었다. 많이 고심하고 고른 숙소일 텐데, 작거나 혹은 큰 실망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진심으로 미안했다. 그리고 우리는 평소보다 더 신경 써서 기본적인 사항들을 체크했고, 오고 가는 길에 진심을 다해 인사를 전했다.
얼마 후 실망스러운 후기들 위에 다시 빛을 발하는 후기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후기들이 정말 ‘Beautiful’ 그 자체였다. 결국 새롭게 쌓이는 기록들이 나를 속상하게 했던 후기들을 덮기 시작했고, 우리 건물 앞에 들어선 기괴한 공사장도 꽤 봐줄 만해 보였다.
그 일을 겪고 나서 나에게 기적같이 이뤄졌던 지난 수많은 해방들이 생각났다.
부당하고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당당하게 전 직장에서 사표를 던지고 나왔던 일, 뚜렷한 롤과 성과가 없었던 위치에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대표님께 제안해서 새로운 일을 벌였던 일들, 불안과 고립의 심연을 떠돌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안정감 있는 해방을 누리고 있는 지금까지.
‘해방’이라는 단어가 가져다준 반감과 무력감이 잠시 내 어깨를 짓눌렀지만 단단해진 내 어깨가 쿨하게 받아쳤다. 내 어깨 뒤로 날개마저 달린 기분이다.
고상해 보이고 괜찮아 보였던 이 문장이 나에게 무겁게 다가왔지만 결국 나를 가볍게 했다.
고상하고 괜찮은 문장이다.
"I need a beautiful relea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