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slife Nov 08. 2020

VC는 왜 싸가지가 없나요?

스타트업 생태계에 보내는 편지 feat. 한지평

저는 VC에서 투자를 하다가 창업을 해서 맨날 투자자에게 까이는 스타트업 대표입니다.

하지만 이 글은 VC를 조금 더 이해하고 스타트업 업계를 평화롭게 하기 위해

VC와 창업 두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스타트업

내가 있는 곳이 스타트업씬이다 보니, 지난 몇주간 SNS 타임라인이 스타트업 드라마 이야기로 뜨겁다.

전체적으로 초기에는 '손발이 오그라든다'에서 '점점 재미있다'로 바뀌는 느낌이다.


수지도 예쁘고 강한나도 예쁘니,

까칠한 능력남 한지평 이야기를 해보자.

(의식의 흐름은 왜이런가)

점점 한지평을 응원하는 사람도 많아지는 것 같고

VC중에는 못봤다 이런놈


#VC는 왜 싸가지가 없는가?

한지평은 왜 맨날 화가 가득차 있을까?

VC라는 업의 특성을 이해해야한다.

한줄로 정리하면

"정말 너무 많은 팀을 만난다."

이 한줄에 많은 뜻이 포함되어 있는데,

1. 심사역은 어쩔 수 없이 똑똑해진다.
똑똑하고 열정적인 창업자들과 계속 이야기 하는 것 만으로도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아진다.
(지금 만나는 분은 안똑똑해 보인다면... 뭐 그럴수도 있지뭐...)

2. 결국 거절이 직업이다.
하루에 몇 팀을 만나지만 투자는 일년에 5~6개도 못한다.
(아니다 싶으면 미팅을 빨리 끝내기 위한 자기만의 방법이 하나쯤은 있다.)

3. 생각보다 어처구니 없는 팀들도 만난다.
많은 팀중엔 정말 깜짝 놀랄 만큼 말도 안되고 무례한 팀도 반드시 포함된다.
(아이디어가 너무 좋아 이야기 하지 않는분도 계셨...가시라니 가진 않음... 대치 상황)

4. 원하면 어떤 팀이든 불쑥 들이대고 미팅을 요청할 수 있다.
어지간해서는 돈 들고 있는 사람이 커피마시러 온다는걸 오지도 마세요 하긴 쉽지 않다.
(갑은 갑이라는 걸 인정하자)

5. 그러니 모든 사람들이 자기에게 잘해준다.
SNS에 글 하나만 올려도 우수수 몰려가서 좋아요를 누른다.
(연예인 병 조심..)


이러니 매번 거절을 하다 보면

개인차가 있겠지만, 모든 거절을 일관되게 예의바르게 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거절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웃음며 하면 웃어서 기분나쁘고, 냉냉하게 하면 싸가지 없어 보이기 마련이다.


#나의 경험에 비춰보면

나는 VC에서 투자를 하다 창업을 한 경우인데,

VC에 있을때는 늘 친절하게 하려고 노력 했다.

(라고 난 생각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창업을 하고 평소에 알고 지내던 VC에게 투자 피칭을 하니

심사역이 웃으며 친절하게 피드백을 준다.

그런데,

상냥한 미소의 의미를 알기에 미묘한 짜증이 올라온적도 있다.


한번은

자기는 이런 사업은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는데,

(얼마나 나이스하고 반박의 여지가 없는 답변인가)

이렇게 명백하게 큰 시장을 모른다니!!! 하며 짜증이 났고,


또 한번은

이번에는 너무 얼리라 어렵고 다음에 하겠다고 이야기하는데,

왜 좋으면 빨리 하지 늦게하냐!!! 하고 짜증이 났다.


결국 모든 거절은 짜증이 나고,

친하던 예의가 바르던 예의가 바르지 않던 짜증이 난다.


그러니 위에 내가 얘기한 내가 친절했다는것도 나의 착각이고,

나의 거절을 들은 대다수는 짜증이 나셨을 거고,

때론 늦게 답을 드려 짜증이 더 나셨을 거고

절대 그러면 안되지만 때론 답변을 안드려서 더욱 짜증이 나셨을 거다.

아마 투자를 받아도 과정이 X랄 같다고 짜증나셨을 수도 있다.


#VC가 싸가지 없는게 아니다

개개인이 싸가지 없는건 병이니 제외하면,

VC라서 싸가지 없는건 아니다.


단지 대다수가 기분 나쁘게 만남을 마무리하니,

싸가지 없는 모습으로 남기 좋은 직업군인건 사실일 것 같다.


#그런갑다하자

복수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굳이 하나 꼽자면,

내가 성공해서 다음에 투자받으러 오면 정중히 거절하는 정도랄까?

그것도 쉽지 않다.

유니콘도 모두 줄서서 투자 하지 않는다.

한~두개 하우스와의 사랑으로 결국 유니콘을 만들어 내는 거다.

준다면... 어지간하면 받는게 맞다.


그러니 신경쓰지 말고 하던 사업 열심히 하자

투자 받으려고 사업하는 거 아니지 않나.

(물론 살기위해 투자 받는 모든 대표님들을 존경합니다. 저도 그런 1인이니까)


하지만 이미 스타트업의 길에 들어온 이상

남에게 인정 받고 투자 받는건 부수적이다.
자기가 정한 목표를 함께 이루어 가는 것이 창업가의 길이다.


훌훌 털어버리고 사업에 본질에 집중하자


한지평처럼 상여로 15억 받는 사람은...국내에는 없을거니 너무 배아파 말고.

그리고 최근 회자되는 사이트를 통해 익명으로 실명을 욕을 하는건 좀 짜치지 않나.


#그래도 진짜 싸가지 없는 곳이 있다면...

정말 달미 아버지에게 한 정도는 아니지만,

말도 안되는 타이밍과 시간차를 두고 미팅을 요청하는 곳들도 있다.


결국에는 사람이고 한국은 특히 좁은 세상이다.

한다리 건너면 대부분 아는 사람인데,

예의는 늘 중요하다.

거절이 직업이면 예절이 더욱 중요하다.

똑똑하다고 싸가지 없어도 되는건 절대 아니다.


그리고 VC를 둘러싼 사람들

도와주는대가로 무언가를 바라는 사람들

정말 그러지 말자.

얄팍한 인맥과 정보로 어린 친구들 꼬시지 말자.


한지평처럼 비싼 차와 집은 없지만

엔젤리그 에서 소액이나마 스타트업 주주가 되어 빙의해서 써본 글입니다.


저는 오늘도 열심히 엔젤리그를 성장시켜,

보다 평화로운 스타트업 씬을 만들고 싶어요.

(뒷 광고가 아니라 제 본업이 엔젤리그인거 아시죠?)

https://angelleague.io/


그리고 달미가 어떻게 모쏠일 수 있단 말인가!!!

작가의 이전글 잠시 이사를 갑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