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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박성진 Oct 22. 2021

실수를 대하는 자세

니체와 함께 애자일을 (8화)

 “오늘은 안녕하신지요?”
 여러분의 오늘 속에 살고 있는 니체입니다.


 지난 만남에서는, 우리의 삶을 보다 충만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메타인지적 활동인 ‘성찰(reflection)’과 ‘회고(retrospective)’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앞서 언급드렸 듯, 성찰과 회고를 별개의 의미로 구분하여 사용하기보다는 이 둘을 유사한 의미로 혼용하여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합니다. 다만 성찰과 회고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잘한 점보다는 개선해야 할 점에 초점을 두게 되는데, 이게 너무 잦아지다 보면 바쁜 업무와 관성으로 인해 변화와 개선이 더딘 스스로를 마주하며, 이상과 현실과의 괴리감으로 인한 자괴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성찰과 회고를 각각 다른 목적으로 구분하고자 하였습니다. 우선 자주 실행하는 것(일일/주간/월간 단위)을 ‘성찰(reflection)’이라 구분하고 이 때에는 의지(-심!)를 담아 아쉬운 점보다는 ‘잘한 점’에 보다 초점을 두어 스스로를 칭찬하고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것에 집중하기를 제안 드렸고, 다른 한편으로 성찰보다는 다소 뜸하게 회고를 진행하며(분기간/반기간/년간)을 본격적으로 ‘성장’에 초점을 두어 성과(content)와 과정(process)을 더욱 개선할 수 있는 지를 살피고, 더 근본적으로는 목적(방향성)과 가치, 정신모형을 갱신해 볼 것을 제안 드렸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성찰과 회고를 바탕으로 하여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애자일적 삶의 여정에 있어 몇 가지 유의할 점에 대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그 첫번째는 바로 ‘실수’ 또는 ‘실패’에 대한 관점입니다.

 2006년 미국의 한 유명한 병원에서 신생아 6명에게 헤파린(혈액 항응고제)을 기준치의 1,000배나 투여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안타깝게도 이 사고로 아이 3명이 죽고 나머지 3명도 심각한 중상을 입게 됩니다.  사실 이 병원에서는 5년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으나, 다행히 그때는 후속 조치가 적절히 진행되어 환자가 사망하지는 않았습니다. 두 사고는 유사한 듯 보이지만 그 속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실수를 대하는 방식으로, 실수 ‘예방’과 실수 ‘관리’의 차이입니다. 첫번째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에는 실수 ‘관리’에 가까웠습니다. 헤파린을 투여할 때 실수가 발생할 여지가 있음을 전제하고 있었고, 이에 간호사들은 헤파린 투여 후에도 이상 여부를 수시로 확인하여 실수를 조기에 발견하고 빠른 조치를 취할 수 있었습니다. 허나 이 첫번째 사고를 계기로 병원에서는 의료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프로그램을 도입 운영하였고, 특히 헤파린에 대해서는 실수를 사전에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상당히 안전한 절차를 마련하여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이 것이 화근이 된 것입니다. 이 병원의 안전 프로세스가 너무 신뢰할 만 했기 때문에, 헤파린 투약을 준비할 때 실수할 여지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믿은 간호사들은 더 이상 헤파린 투여와 관련한 확인을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되었던 것입니다. 



 프레제(Frese)와 케이스(Keith)[1]의 연구에 따르면, ‘실수 예방’은 행동에서 실수로 가는 경로를 사전에 차단하려고 합니다. 즉,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고 요구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하기에 차라리 실수는 어떻게든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전제하고, 그 대신 실수를 조기에 발견하고 빠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early detection & quick recovery)을 ‘실수 관리’라고 합니다. 물론, 이분법적으로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이냐의 문제는 아니고 이 둘을 적절히 조화시켜야 하겠지만, 그 무게를 어디에 더 둘 것이냐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실수 예방’ 중심 문화에서는 실수한 사람을 비난하고 처벌하고, 따라서 실수를 감추게 되고, 그에 대해 논의하기를 꺼리며, 문제가 생겼을 때에도 협력을 덜하게 됩니다. 반대로, ‘실수 관리’ 중심 문화에서는 실수가 나쁜 결과를 초래하기 전에 빨리 회복하는 것을 돕고, 실수를 공개하고, 실수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이로부터 배우는 분위기가 생깁니다.

 그러하기에 회고를 하는 과정에서 ‘실수’나 ‘실패’가 발견되었을 때, 이를 원천적으로 완벽하게 방지하려는 개선책을 만드는데 힘을 쏟기보다는, 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어떻게 하면 이를 보다 빠르게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지를 좀 더 고민하는 자세를 견지했으면 합니다. 


 두 번째로는, 회고를 혼자 하지 않고 여러 사람과 함께 할 때, 스스로의 부족한 점을 드러내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흔히들 개선과 발전을 위해서는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하고 이를 타인에게도 기꺼이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다고들 합니다. 헌데 여기서 말하는 '취약성(vulnerability)'이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는 자신의 '약점'을 드러낸다는 것과 같은 의미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설명 드리기 위해 ‘약점(weakness)’, ‘나약성(debility)’, ‘취약성(vulnerability)’의 용어 구분부터 해보죠. 먼저, ‘약점(weakness)’은 미흡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객관적 사실로 가치 중립적인 용어입니다. 한편, ‘나약성’과 ‘취약성’은 이러한 약점을 대하고 다루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이 중 ‘나약성(debility)’은 약점을 극복할 능력과 의지가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부정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를 나타냅니다. 반면 ‘취약성 (vulnerability)’은 비록 미흡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어 두렵고 불안하지만 이러한 약점을 극복해 보고자 하는 용기를 갖는 것으로, 다시 말해 두려움과 용기의 감정이 공존하며 이 둘 모두를 타인들에게 솔직하게 공유하는, 약점에 대한 긍정적이며 적극적인 태도를 나타냅니다.

 이러한 구분에서 볼 때, 우리가 회고 과정에서 타인에게 드러내 보여줘야 할 것은 약점일까요, 나약성일까요, 취약성일까요? 나약성을 보여주는 것은 악수, 약점만을 보여주는 것은 하수, 취약성을 보여주는 리더는 중수, 그리고 취약성을 바탕으로 자신 스스로나 또는 타인들과 함께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용기를 내어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한발 더 나아가도록 도모하는 것이 고수이지 않을까요? 


 오늘은 우리의 삶을 보다 충만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메타인지적 활동인 ‘성찰’과 ‘회고’를 수행하는 과정에 있어  발견되는 실수나 실패에 대해 원천적인 예방을 위한 노력보다는 빠른 발견과 대응을 위한 노력에 좀 더 힘을 실었으면 하는 당부와 함께, 이러한 실수/실패를 드러내는데 있어서의 자세인 ‘취약성’의 의미에 대해서도 살펴보았습니다. 


 부디 여러분의 성찰과 회고가 여러분 스스로를 짓누르는 평가와 후회가 아닌, 보다 충만한 삶으로 이어지는데 도움이 되는 유용한 피드백 수단이 되길 응원 드리며 다음의 만남을 기약해 봅니다.


 이상, 과거에 살았던 니체가 아닌 여러분들의 오늘 속에 살고 있는 니체였습니다. 

 늘 그렇듯이 여러분의 행복과 안녕을 빕니다!  




[1]  Frese, M., & Keith, N. (2015). Action errors, error management, and learning in organizations. Annual Review of Psychology, 66, 661–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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