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치하늬커 Dec 13. 2019

삶을 돌보는 밀레니얼 여성들의 베이스캠프

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

"하이킹이나 캠프파이어처럼 ‘캠핑 다운’ 활동도 좋지만 뜨개질, 드로잉, 우드 카빙, 책 읽기, 요리 등 일상 속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을 캠핑 가서 하기를 좋아해요. 늘 해왔던 일인데도 낯선 풍경 속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많은 감각이 생생히 살아있는 기분이 들어요. 폭신한 털실의 촉감, 사각사각 나무를 깎는 소리, 달그락거리며 색연필을 고를 때의 느낌 같은 것들이요."

- 녀미


"다들 일거리를 손에 놓고 여행을 가지만, 디지털 노마드인 저는 일을 하러 여행을 가요. 특히 글을 써야 하거나 기획을 해야 할 때, 새로운 환경이 신선한 자극을 주는지 오히려 일에 집중이 잘 되더라고요."

- 하늬


음악 없이 춤추는 걸 좋아해요. 남들 눈에는 이상하기만 한 이 행동을 함께 해주는 친구가 있는 건 행복한 일이죠. 그 친구와 함께 한 가을 캠핑은 행복 그 자체였어요. 자연 온천에서 드넓은 자연을 보며 이야기 나누고, 밤에는 장작불에 구워 먹는 고기와 파인애플이 너무 맛있어 음악 없이 춤을 추고, 타오르는 장작불을 바라보며 딥한 이야기도 했어요. 오랫동안 못 본 친구지만 역시나 어제 만난 것처럼 편하더라구요."

- 지은




저희 셋은 LA에서 볼더링(클라이밍의 한 종류로, 로프 없이 맨 손으로 암벽을 탄다)을 하다 만났습니다. LA로 이사간지 얼마 안 된, 볼더링을 시작한 지도 얼마 안 된 2018년 봄이었습니다. 녀미와 지은은 제가 LA에서 처음 사귄 친구들이 됐죠. 비슷한 나이 또래에 셋 다 결혼까지 한 상태였고, 알고 보니 인생의 한 챕터에 "교육"이라는 업계에 종사했다는 (저는 지금도!)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가끔씩 만나 (주로 실내 암장에서) 운동을 같이 하고, 때로는 아웃도어 볼더링 트립을 가며 제 인생에서는 가장 규칙적으로 건강을 돌보는 시간을 보내게 됐어요. 딱 맞는 운동을 찾기도 했고, 같이 자신의 페이스대로 삶을 가꾸며 취향을 공유하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었죠. 볼더링을 무리해서 했더니 근육이 좋지 않다며 요가를 시작한 친구를 따라가기도 하고, 사막으로 겨울 캠핑을 가기도 하고, 자연 온천 정보를 주고받기도 했어요. 


그렇게 서로의 삶을 엿보며, 제가 하고 있는 이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알고 보면 녀미와 지은이 같은 친구들이 내 옆에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사진: 수빈 직접 촬영



삶을 돌보는 밀레니얼 여성들의 베이스캠프, 

WOMEN'S BASECAMP를 시작합니다.


베이스캠프. '등산이나 탐험을 할 때 도와줄 근거지로 삼는 고정 천막'이라는 뜻인데요. 장거리 인생을 살면서 언제든 돌아와 나를 충전하고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는 장소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WOMEN'S BASECAMP라는 이름을 지어봤어요. 우리 모두에게는 나만의 방법으로 삶을 돌보는 각자의 베이스캠프가 필요해요. 그런 베이스캠프들이 모여 더 큰 베이스캠프를 칠 수 있다면, 충전소가 필요한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말 그대로 '캠핑'을 같이 하고 싶어요. 좋고 예쁜 장비를 들고 찍는 사진을 위한 캠핑 말고, 진짜 캠핑이요. 저에게 '진짜 캠핑'은 모든 인위적인 것들을 뒤로하고 자연 속에서 자보는 거예요. 24시간을 온전히 대자연 안에서 보내는 경험을 하면 우리 몸이 가지고 있던 본래의 감각이 살아나는 것 같아요. 원래 갖고 있던 감각인데, 다른 외부 자극에 갇혀 있다 보니 새로운 감각처럼 느껴지는 거죠. 이 감각들이 살아나면 당연하던 것들에 더 감사하게 되고, 생각이 정리되고, 내 인생을 또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게 돼요.



사진: 수빈 직접 촬영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신 적 있으신가요?
언제 마지막으로 아무도 없는 숲이나 바위 아래 누워 오감을 깨워 보셨나요?



WBC에서 2020년 첫 라이프 리트릿을 보낼 캠퍼들을 모집합니다. 

'진짜 캠핑'을 '라이프 리트릿'으로 이름 붙이고 싶습니다. 대자연에 푹 빠져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라이프 리트릿. 첫 장소는 데스밸리(Death Valley) 국립공원이에요. LA 주변에 캠핑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사람이 많이 없고 대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을 골랐습니다. 무엇보다 작년 12월에 녀미의 제안에 "한겨울에 무슨 캠핑이야?" 하는 마음으로 한번 가봤는데 사막 겨울 캠핑의 매력에 푹 빠졌답니다. 여름에는 오히려 너무 더워서 못 들어간다고 해요. 따뜻한 오후 햇살과 캠프파이어의 나무 타는 소리, 그리고 겨울밤 별자리가 기다리고 있어요.


일에 치여 살거나, 외부의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거나, 결혼과 육아에 자신을 잃어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기획한 ‘라이프 리트릿’. 자신의 방식으로 삶을 챙기고 돌보는 법을 공유하고 나누는 커뮤니티가 있으면, 조금은 든든하지 않을까요?



라이프 리트릿 장소, 데스밸리



글. 김하늬




WBC '라이프 리트릿'에 대한 자세한 설명 및 신청은 http://bit.ly/WBC_LifeRetreat_1를 참고하세요. 인스타그램 @womensbasecamp를 팔로우하시면 녀미, 하늬, 지은의 스토리를 매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