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과 소설가>와 함께하는 1년 결산
브런치를 하니 이런 글도 써보게 된다.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나는 결산이나 계획에 당최 흥미가 없는 인간인데, 왠지 며칠 전부터 올해 뭘 했지? 하고 속으로 읊어보게 됐다. 발전하고 싶은가 보다, 하는 욕구가 읽혀 부응해주기로 했다. 별로 적을 것도 없지만 기억을 털어내서 나열해보자면...
올해 잘한 것
운동을 시작했다 : 6개월 동안 비교적 끊김 없이 꾸준히 했다. 덕분에 몇 년 만에 몸무게가 요동치지 않고 안정을 유지했고, 숨어 있던 어깨도 찾았다! 난 어좁이가 아니었어, 그저 구부정했을 뿐...ㅠ
드로잉을 배웠다 : 아주 기초적인 과정만 듣고 지금은 그마저 정체 상태이지만, 그래도 뭔가를 그리는 재미와 시작을 도와줄 기초적인 것들을 알게 되었다. 어릴 때 미술학원 다니지 못한 아쉬움을 이제야 풀어낸 듯
캘리그라피 입문과정을 수료했다 : 이건 사실 작년의 일이지만, 올 초에 겨우겨우 수료전을 하는 데 성공했다. 스트레스가 거의 창업 때 수준이었던 ㅡㅡ 그러나 고달픔은 옛일이고, 지금은 뭔가 떠오르거나 마음을 다스려야 할 때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생겼다는 게 좋다.
브런치를 시작했다 : 직업적 정체성이 많이 드러나는 글쓰기는 처음이다.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게 쉽지 않고, 무엇보다 뭐라도 꾸준히 쓰는 것 자체가 도전과제이지만, 그래도 시작이 반이랬다.
회사가 조금씩 자라고 있다 : 이건 내가 잘한 게 아니라 동료들이 잘한 몫이 크지만, 여튼 회사가 자라고 있다. 먼저 크고 뒤늦게 자라는 게 아니라서 더 다행. 회사도 사람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렇다면 회사도 사람처럼 세월 따라 자라고 성숙해야 한다. 언제까지고 창업 단계에 머물 수는 없다. 작년까지도 굳이 회사를 키워야 하는가 하고 생각이 복잡했는데, 올해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 듯하다. 덩치는 키우지 않아도 되지만, 성장은 해야 한다.
책을 읽는 범위가 아주 조금 넓어진 ‘느낌’이 든다 : 한 권을 끝까지 붙잡고 있는 습관도 고쳤다. 이건 순전히 <책 잘 읽는 방법> 덕분이다. 일하면서 배우는 보람으로는 이 직업을 따라올 게 많지 않은 듯.
아이들과 여전히 사이가 좋다 : 적어도, 지금까지는, 아직은 ㅋㅋ 역시 아이들 덕분이다.
음... 역시 새롭게 배우고 넓혀간 게 기억에 남는구나. 올해 잘 못한 것은 굳이 적지 않으련다.. 대신 내년에 해보고 싶은 것을 나열해보면
운전연수(여행지에서 렌트를 하고야 만다!)
영어공부(이 나이에 굳이? 싶지만 난생 처음으로 든 생각이니 일단 적어놓기)
사이즈 큰 책과 작고 뾰족한 책 양쪽으로 넓혀가기
말수 늘리기ㅡㅡ
감기 덜 걸리기ㅠㅠ
뭐든 계속 쓰기, 계속 그리기
새 옷 사기(내년의 나에게 맞는 게 뭔지 생각 좀 해보기)
아이들의 독립지수 조금 더 높이기(둘 다 예민하고 힘든 시기이지만, 이제는 몇 년에 걸쳐 독립을 연습할 때. 엄마가 찰싹 붙어 잔소리하면 성장할 수 없다는 것 잊지 말기)
마침 1월 한 달은 리프레시 기간이다. 주로 노느라 위의 결심은 별로 실천하지 못할 테지만(아이들의 독립지수는 크게 올라갈 것으로 사료됨 ㅋㅋ), 그래도 한 템포 쉬어가며 생각의 매듭도 지어보는 기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물론 고작 한 달 갖고 뭐가 크게 달라지겠나 싶기도 하다. 내 깜냥에는 읽을 수 있는 책이 5권도 안 된다. 그런 생각을 하던 어젯밤, 이런 나를 독려하듯 민숙초이 님의 신작 고민상담 에세이에서 다음 구절을 발견했다.
잘 다녀오십시오. 1년의 경험으로 갑자기 인생이 바뀌진 않겠지만, 이제 긴 여행길에 첫발을 내디뎠다 생각하고 그 과정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세상에 단기간에 얻을 수 있는 건 체중밖에 없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니 역설적으로 말하면, 시간이 걸리니 기왕할 것 어서 열심히 하는 게 낫습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생은 차차, 조금씩, 서서히 풍성해지고 대채로워질 것입니다.
아, 맥주만 주문하면 되는데, 왜 필요 이상으로 공부를 하느냐고요? 재미있어서요. 모르는 세계를 조금씩 알아가고, ‘무지의 대상인 세계를 이해의 대상으로’ 매일 조금씩 전환하는 게 즐겁습니다. 가장 큰 유익은 바로 이 시간 자체입니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 결심을 해보는 시점에 이처럼 적절한 동기부여가 또 있을까 싶다. (작가님 감사해요!) 인스턴트만 넘쳐나는 세상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체중과 질병밖에 없다. 건강한 시도라면, 뭐가 됐든 해보는 게 내게 남는 장사다.
올 한 해 모두모두 애쓰셨습니다. 내년에도 재미있게 살아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