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단길에서 운영하던 공방의 이야기
독립은 아니고, 작업과 판매와 클래스를 하기 위해 공방 자리를 알아보던 때가 떠오른다. 그때가 2017년 4-5월쯤,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한창 배우고 있었을 때였다. 손이란 건 쓰지 않으면 그대로 굳어버리고 만다고 그대로 사회로 나가길 간절했던 나는 좋은 자리가 없을까, 피터팬을 계속 들락날락거렸다.
내가 생각한 좋은 자리의 조건은 이러했다. 나의 작업실은 사람들이 밥을 먹고 카페를 가는, 본격적인 만남과 놀이를 하기 전에 워밍업을 하는 장소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주 놀러 오는 곳, 데이트를 하러 오는 곳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동네 진입만 하면 걸어서 오가는 건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일단 동네 선점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추려진 게 첫 번째, 홍대에서 망원동 가는 길목에 있던 공유 작업실과 두 번째, 이태원 경리단길에 있던 공유 작업실이었고, 최종적으로는 이태원 경리단길에 처음 자리를 잡는 것으로 했다. (망원동에 가지 못했던 이유는 공유 작업실 운영 담당자가 커뮤니케이션을 잘하지 못했다는 건데, 혼자 오해해서 이상하게 말을 하는 사람이라면 사사건건 부딪힐 게 뻔해서 그냥 멀리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 그 사람 때문에 두 번이나 입주의 기회를 날렸다.)
입주를 결정짓고 어떤 스타일로 내 공간을 꾸며야 할까 고민했을 때 어차피 오로지 나만 쓰는 곳도 아니니 크게 뭔가를 하려고 하지 말자, 모든 건 있는 걸로만 하자, 세입자의 입장에선 욕심 내고 싶어도 오로지 내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괜히 투자했다가는 낭비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이미 지역적으로 특색이 있었던 곳이라 일반 꽃집처럼 꾸미지 않아도 '이 정도만 해둬도 용인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컸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꽃집이 아니고 작업실이 주축이 되는 공간을 필요로 했다. 예산 또한 굉장히 적은 상태였기 때문에 무엇을 더 신경 쓸 수가 없었다. 그래도 한정된 자산과 환경 안에서 최선을 다했고, (내 꽃들만이라도 보관해둘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곳에서 2년 9개월을 버텼다.
2년 9개월의 경험으로 얻게 된 것 중 좋은 점은, 내가 맡고 있는 영역에 대해 경리단길 일대에서는 포지셔닝이 됐다는 거다. (실제로 네이버에 검색하면 아주 잘 나왔다.) 나머지는 이건 조심해야의 부분인데, 반지하는 가지 말자는 것과 (지하 같지만 동네 지대 높이 때문에 지하라고 느껴지지 않는 곳도 포함) 역시 내가 쓰는 공간엔 오로지 나만 있어야 한다는 것과 쓸고 닦고 철저하게 관리할 거 아니면 일반 주택보다는 오피스텔 복층에서 작업실 겸 독립을 하는 게 낫겠다는 것과 기타 등등. 나열하면 끝도 없겠지만 전부 나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속으로만 쭉 늘어뜨려놓을 거다.
만약에 부모님의 집에서 벗어나 독립을 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작업실을 찾아 나섰던 2017년의 그때처럼 비슷한 고민과 비슷한 결정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와 다른 부분이 있다면, 이번에는 작업실이 아니라 내 삶을 새롭게 이어나가는 곳이 될 테니까 나의 손때가 묻은 '따뜻한 공간'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거다. 왜냐하면, 첫 번째 작업실은 너무 차가웠기 때문이다. (궁금증을 자아낼 수 있는 공간이었지만 친절하지는 않았다.) 이것만큼은 꼭 있어야 해! 하는 포인트가 분명 있을 것도 같은데, 정해진 예산이 있고 절대 예산을 초과할 생각이 없다면 나는 타협을 하고도 남을 거다. 하지만 나중에 어떻게든 마련을 하겠지. 미련이 남아있다면 말이다.
"공간 잘 꾸미실 것 같은데요?"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가 얘기하는 '잘'의 기준에 부합할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구색을 맞추고 살지 않을까 라는 건 내심 기대해도 좋을 거라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