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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바람처럼 Sep 21. 2018

마흔의 임신_13

뭐 하나 쉽게 넘어가는게 없을까

임신 16주가 넘어 20주가 지나고 있다.

안정기라 해외로 태교여행도 갈 수 있다고 하는 시기.

18주부터는 태동도 느껴지기 시작하고 움직임이 활발해지기까지 해서 마음을 놓고 있었다.


컨디션이 좋지는 않았지만 피곤해 죽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밤부터 통증이 시작되었다. 통증이 아래쪽 허리부터 시작되어 아랫배까지 딱딱해지며 쥐어짜는 듯하게 아파오더니 3~40초 계속되었다. 그러다 잠깐 괜찮아지고 아프기가 3, 4분 간격으로 지속되었다. 처음엔 이런게 누구나 겪는 배뭉침인줄 알았는데 새벽 2시까지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고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응급실로 향했다.


태동검사기계로 자궁 수축검사를 20분 정도 하고 난 후 초음파 검사를 했다. 태반이 약간 아래쪽이 위치해있고 자궁왼쪽에 지름 5센티미터의 근종이 자궁수축을 유발하는 걸수도 있다고 한다. 다행히 아기는 심장 박동도 정상이고 그 새벽에도 안 자고 움직이며 잘있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자궁경부길이가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수액을 맞으며 통증이 가라앉길 기다려 보란다. 수액을 다 맞고 집으로 오는 길.. 뭐 하나 쉽게 넘어가는 일이 하나도 없냐며 눈물이 흘렀다.


심한 두통도 참고 넘겼는데 결국 타이레놀 한 알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통증은 그대로였다. 결국 외래 진료를 보았다. 12시간만에 하는 동일한 검사의 반복. 의사의 같은 이야기. 진통제 밖에 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한다.

로페낙 이라는 엉덩이 주사를 맞았고 타이레놀을 또 한 알 복용했다. 지나고보니 주사의 부작용을 묻지도 않았다. 자책감이 밀려 들어왔다.


밤에 간신히 잠이 들었고 새벽 5시까지 깨지 않았다. 다행히 일어난후엔 주기적 수축은 사라졌다. 아랫배와 근종 위치는 윗몸 일으키기를 세게 한 것처럼 아팠지만 살 것 같았다. 밀린 청소를 하고 저녁 준비를 했다. 저녁부터 또 통증이 시작되었다. 또 죄책감과 타이레놀을 한 알 복용하고 잠을 설쳤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자궁수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있다고 반가운 태동을 보내는 아기와 타이레놀과 약을 먹었다는 죄책감과 함께 보내는 21주의 첫날이다. 뭐 이렇게 어렵냐고 누군지 모를 사람을 원망하다가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또 찾아올지 모르겠다고 두려워하다가 그래도 잘 견뎌주는 아기에게 고마워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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