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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차니피디 Mar 03. 2021

육아휴직 정리와 복직 준비-2 ; 끝과 시작 1

육아휴직을 돌아봅니다

2021.2.28(일) 2월의 마지막 밤


아침 6시, 자혁캠 동기인 조안님과 테드님의 <원씽> 독서모임에 참여했다. 한 달간 원씽을 읽고 삶에 적용했던 이야기를 나누며 책으로 친해졌다. 독서모임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색다른 생각을 듣는 것이 즐겁다. 물론 읽고 배우고 적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 독서모임이 끝나고 이윤실 대표님과 2시간 가족독서법 코칭을 했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책으로 만나는 인연이 참 좋다.


생각이 많은 날이다. 2월의 마지막이 유난히 남다른 기분이다. 매년 시월의 마지막 날에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부르며 가을밤을 달래곤 했는데, 겨울이 끝나는 오늘이 왜 나의 마음이 애달픈지 모르겠다. 휴직이 그만큼 즐거웠고 행복했고 아쉽기만 하기 때문 아닐까?


당콘의 이름으로 1년 육아휴직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를 위한 강연을 준비했고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 몇 명이 입장할까 기대도 걱정도 되지 않는다. 혼자 강연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강연자료를 만들면서 돌아보니 많은 활동을 했고 내가 살 수 있는 버팀목이 되었다. 이 날이 오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린다.


아내가 사준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앉았다. 막상 끝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리다. 열두 명이 입장해 주셨다. 몇 분과 이야기를 나눴다. 육아휴직을 계획한 직장인부터 당콘의 열혈팬도 오셨다. 처음 오신 분도 있었다. 응원의 말씀도 해주셨다. 정해진 시간보다 10분 일찍 마쳤다. 일요일 밤을 편히 보내시라고... 사실은 내가 울컥할까 봐 빨리 마쳤다.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드렸다. 그렇게 감사한 밤이 지났다. 아내와 아이도 그동안 수고 많았다고 안아주었다.

홀가분하다.

1년간의 여정이 막을 내린다.

나이 듦을 느끼며 가족의 소중함과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된 나날들이었다.


"피디님, 타임머신이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나요?"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면 막상 대답하기 어렵겠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으니까.


그래도 갈 수 있다면,

울릉도와 독도에서 보낸 밤이 참 좋았다. 고립되었지만 가족이 함께 푸른 바다 위에서 긴 밤을 함께 했으니까.

태풍이 지나간 다음날 영덕 괴시리 마을의 고택 마루에서 처마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는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 지난 생에 그 집에서 살았던 것 같은 기분. 시니차니도 똘똘한 도련님이고 아내도 신사임당처럼 현모양처였을 것이다.

먼 나라로 가면,

스위스 로잔 레만 호수 위에 떠있는 백조를 보고 싶다. 알프스 산맥의 만년설이 눈앞에 선하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잘츠부르크로 자동차 여행을 하던 날 아내의 노래를 듣고 싶다. 아내와의 유럽에서 보낸 신혼이 그립다.


20대로 간다면,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처럼 잠실 종합경기장 트랙을 돌며 완주할 때 들려오던 영화 불의 전차 주제곡을 다시 듣고 싶다.

CH-47 치누크에서 낙하산을 타던 날로 가고 싶다. 하늘에서 바라본 8월의 우리 산하는 참 아름다웠다.


어릴 때로 간다면,

초등학교 5학년 즈음, 오늘처럼 비가 내리던 밤에 형과 함께 제도기를 사러 문방구에 걸어가던 날이 그립다. 낡은 우산으로 물방물이 튀어 들어와 얼굴에 부딪히는 순간에도 형은 내가 무서워할까 봐 노래를 흥얼거렸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형들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던 하던 날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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