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마음에 가득 찬 욕심이나 집착으로 힘들 때 부득불 찾아가는 곳이 있어요. 볼거리 먹거리가 풍성하거나 근사한 숙소가 있는 관광지는 아니고요. 연천에 자리한 책방 '오늘과 내일', 그리고 태백 철암에 자리한 철암도서관이예요. 오늘은 '오늘과 내일'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해요.
오늘과 내일 사장님은 어린이집 교사였어요. 7일 중 5일간 빵을 굽는 인턴님은 목사님이었고요. 두 분은 공동체와 평화에 대해 오래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오직 그 두 가지를 위해 연천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 책방을 열게 되었죠. 인턴님은 빵을 굽는 날 새벽 네시에 기상을 해요. 하루 종일 손님을 맞이하다 저녁 일곱 시면 책방을 마감하죠. 부지런히 5일을 살고, 쉬는 날엔 가족과 병원을 가거나 영업일에 하지 못한 밀린 일들을 처리해요.
인턴님은 제가 합숙하며 전수를 받고 싶을 정도로 소금 빵 굽는 솜씨가 좋아요. 하루에 한정된 만큼만 빵을 굽기에 사람들이 빵을 더 구워 돈을 더 버는 것이 어떠냐고, 판매단가를 높이라고 애정 어린 참견을 하기도 하나 봐요. 그럴 때면 인턴님과 사장님은 그저 빙그레 웃으며 말해요. 지금보다 빵을 더 많이 만들게 되면 돈을 더 벌 수는 있지만 몸은 힘들어지고, 필요한 곳에 마음을 쓰지 못할 거라고요. 그 이야기를 나눈 다음 날 서가를 서성이다 <형제의 숲>이라는 판형이 큰, 너무나도 아름다운 책을 발견했어요. 오른쪽과 왼쪽으로 페이지를 나누어 각자 다른 삶을 사는 형제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지금 있는 그대로에 만족하는,
매번 다음을 생각하느라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는...
작은 보금자리를 만드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드넓은 보금자리를 만드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느끼는,
원하는 것을 위해 자연을 훼손하는...
먹고사는 정도로도 충만한,
더 많이 가지기를 바라는...
과연 어느 쪽이 더 행복할까요? 책방 오늘과 내일에 어울리는 이 책을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했어요. 내가 가진 욕심, 집착을 조금씩 내려놓아야겠다고. 이곳에 다녀오면 곧 빨간불이 되어 울어버리고 말 것 같았던 마음의 신호등에 깜빡이며 녹색불이 들어와요. 또 세상 속에 섞여 지내다 보면 불빛은 어느새 주황색, 빨간색으로 차츰 변해가는데 당장 오늘과 내일로 떠날 수 없을 땐 <형제의 숲>을 펼쳐 봐야겠어요. 그러면 마음을 뒤흔드는 파동이 조금이나마 진정될 테니까요.
지금 무언가로 더 채워지고 싶은 욕심으로 인해 마음이 힘들다면 이 책을 펼쳐 보세요. 드넓은 숲이 눈앞에 펼쳐지며 두 형제가 어떻게 살아가는 게 좋을지 답이 훤히 보이는 힌트를 드릴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