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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 정 Jan 18. 2024

This is 겨울산

청룡의 해, 나를 찾아 떠난 겨울 소백산 산행기 24.01.14. 

청룡의 해, CJ 산악회의 첫 정기 산행은 오대산, 첫 산행인지라 28인승 우등 버스가 만차다. 

새벽 5시 천안 출발, 진부의 부림식당 산채정식으로 배를 채웠다. 먼저 월정사 전나무 숲길에서 워밍업을 하고, 정오쯤 예보된 '강한 눈'을 정상에서 맞이할 욕심에 산행을 서둘렀다.  



애인과 걸어야 했을 전나무 숲길
간만에 이해되는 선문답


지난주 내린 폭설로 산 곳곳이 얼어 있다. 신고 벗기가 번거롭긴 하지만 아이젠은 참 신통한 물건이다. 두텁게 쌓인 눈 위를 아이젠으로 걷는 것은 겨울 산행의 숨은 묘미이자 별미다. 겨울 휴가 겸 학회로 푸껫서 돌아온 지 이틀만의 산행이니, 그야말로 건강에 좋다는 '온탕-냉탕'이다. 




적멸보궁은 부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건물로, 불사리 자체가 신앙의 대상이므로 내부에 불상을 모시지 않는 공통적인 형식을 지닌다. 우리나라에는 경상남도 양산의 통도사(), 강원도특별자치도 인제의 봉정암(), 영월의 법흥사(), 정선의 정암사(), 오대산 월정사 등 5대 적멸보궁이 전해온다. 다른 적멸보궁의 경우는 사리를 안치한 장소가 분명하여 방등계단()이나 사리탑()이 조성되어 있지만, 오대산의 경우는 어느 곳에 불사리가 안치되어 있는지 그 정확한 장소가 알려지지 않아 신비감을 더해주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무협지에서 본 듯한 명칭인 적멸보궁에 닿았다. 여기서부터 비로봉까지는 '묻지마 오르막'이다. 다행히 컨디션이 좋아 치고 올랐다. 꽃이 없는 계절이라 Y대장을 따라붙지 않아도 되었다. 

문득 주변이 적막하다. 

흰 눈 위에 내 그림자만 오롯하기에 잠시 멈추고 사진을 찍어 주었다. 


'알베르트 폰 사미소'의 출세작인 [그림자를 판 사나이]의 스토리가 가물하다. 파우스트 비슷한 '사랑얘기'였던 것 같은데... 나희덕의 시 '그림자는 어디로 갔을까'도 제목만 아련하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그림자를 작가들은 남과 다르게 보았다. 칼 융은 내 안의 '어두운 면'으로, 나희덕은 '최후의 자존심'으로, 사미소는 바로 '나 자신(myself)'으로!  


'올 한 해도 잘 견뎌보자고... ' 한 마디 보탠다.  


   

누구냐 넌~


그룹으로 산행을 하다 보면 앞 서거니 뒤 서거니 때론 2-3명이 때론 홀로 걷게 된다.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같이 걸으면 시간 가는 줄도 힘든 줄도 모른다. 하지만, 가끔은 오롯이 혼자 걷고 싶을 때가 있다. 목소리는 사라지고 대신 바람소리, 새소리, 나뭇잎들 재잘대는 소리가 그득하다. 때론 내 발걸음과 숨소리가 오랜 친구처럼 다가온다. 신년 산행 중 '고독 연습'은 좀 폼이 나는 듯. 


* 옥에 티 하나. 등산로 곳곳에 숨겨진 스피커로부터 흘러나오는 스님들의 독경소리, 앙증맞은 돌 속에 감쪽같이 숨겨 둔 것은 좋았는데 넘 시끄러웠음. 스피커가 중국산인 듯~ 


아 안의 스피커 바꿔야 함 하만카돈으로



정오쯤 위풍당당 비로봉(1,565m) 정상에 올랐다. 맑은 하늘 아래 제각기 뽐내는 봉우리들과 주변의 산군들이 장관이다. 한 폭의 산수화가 따로 없다. 이런 위로를 어디서 받누... 



이때만 해도 하늘이 맑았음
한 폭의 수묵화


갑자기 모자가 날아가고 몸이 흔들릴 정도의 강풍이 몰아친다. 

순식간에 하늘에 시커먼 먹구름이 덮이고 눈발이 날린다. 비로봉-상왕봉-북대미륵암-상원사인 원래 계획을 접고 비로봉에서 바로 하산을 결심했다. 28명이라는 적지 않은 규모의 멤버 중 한 명이라도 안전사고가 있으면 안 되겠기에, 이번에도 Y 대장은 중탈을 결정했다.  더 걷고 싶은 욕심이 없는 멤버도 당연히 있겠으나, 역시 아무도 군소리가 없다. 그래도 이러다 중탈전문산악회로 명칭이 바뀔까 살짝 걱정은 된다. 


순식간에 시커메진 하늘


하산길이 만만치 않다. 무릎이 시큰거리는 내리막도 문제지만, 좁은 길에 사람이 끝없이 올라온다. 전국의 산악회들이 즐겨 찾는 명산인지라 신년 산행객들로 인산인해다. 


"서울에 지하철 개통시간 고려해서 부러 1시간 먼저 출발한 거예요"

이번에도 Y대장의 경륜은 놀랍다. 


조금 서두른 덕에 아침도 먹고, 전나무숲길을 걷고도 남들보다 여유롭게 정상을 찍고 안전 산행이 가능했다는 것. 


하산길 잠시 들른 암자의 단청과 풍경에 마음 한 조각 남겨 두고 내려왔다.  


루이뷔통이 울고 갈 한국의 미
언제 봐도 정겨운 풍경


눈이 넘 이쁘게 내린다. 신년 산행과 눈, 너무 잘 어울리지 않는가? 천안은 비가 온다니 건진 데다 또 건졌다. 


막국수와 수육 명가 두일막국수에서 감자전과 수육, 그리고 시원한 막국수로 배를 채웠다. 밖에 나가 보니 주변이 온통 눈세상이다. 


누군가 그리운 이를 떠 올리며 "오겡기데쓰까~"를 외치고 싶은. 



사람과 자연이 하나


https://youtu.be/qSYzEvjfbIc?si=LB-nizwhsetzAIcU




오대산- 강원도 강릉시 평창군과 홍천군에 걸쳐 있는 산이다(고도:1565.4m). 『신 증동국여지승람』에 "강릉부 서쪽 140리에 있다. 동쪽이 만월봉(滿月峯), 남쪽이 기린봉(麒麟峯), 서쪽이 장령봉(長嶺峯), 북쪽이 상왕봉(象王峯), 가운데가 지로봉(智爐峯)인데, 다섯 봉우리가 고리처럼 벌려 섰고, 크기가 고른 까닭에 오대라 이름 하였다. 우리 세조 대왕께서 12년(1466)에 관동에 행차하다가 이 동구에 보연(寶輦)을 머물고 과거를 베풀어 진지(陳祉) 등 18명을 뽑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 기록에서 오대산은 하나의 봉우리를 지칭하기보다 다섯 봉우리를 아우르는 이름이었고, 그 다섯 봉우리의 모양에서 이름이 유래했음을 알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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