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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jaewon Apr 14. 2019

나는 왜 여행을 하는가?

2017.06.13


Cappadocia, Turkey


오늘은 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 사진을 찍어준 그 친구는 잘 지내고 있을까요



죽기 전에 한 나라만 여행할 수 있다면?

이 진부한 질문에 전 고민 없어 터키라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제가 가장 가벼울 때이며, 가진 것이 없던 시기였습니다. 돈도 계획도 목적도 없던, 그저 싼 티켓을 찾아 떠나던 하루하루였습니다. 식비를 아끼기 위해 한 끼를 굶고, 숙박비가 없어 야간 버스를 타고, 투어비가 부족해 애써 열기구는 위험하다 합리화하며 타지 않았습니다. 몇 번의 긴 여행에서 느낀 건 단 한 가지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그렇게 많은 건 필요하지 않다. 백팩이 가벼울수록 더 멀리 떠날 수 있고,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다는 사실이요.



지금의 저는 전혀 행복하지 않습니다. 남들보다 가진 게 많아서도 아니고, 남들보다 불행해서도 아닌 것 같습니다. 방금 이야기한 그 문장에도 고스란히 묻어나듯 "남들보다"라는 말이 어느덧 제 머릿속에, 모든 문장 앞에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행을 좋아하니 그 여행이 나에게 다시 힘을 다시 줄 수 있을까요? 아니요. 절대 아니라고 확신에 차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얻겠다고 떠났던 작년의 인도와 올해의 제주도는 최악의 여행이었으니까요.



5달러짜리 스쿠터 하나에 둘이 타서 돌아다니던 카파도키아는 너무 추웠습니다. 때로는 앞선 트럭에서 돌이 튀어 얼굴에 상처를 내기도 했습니다. 조금 느리긴 했지만 못 갈 곳이 없었고 동네 구석구석 들여다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화된 기억에서 조금 행복을 덜어낸다 해도 정말 행복했습니다.



소유를 추구하는 인간이 될 것인가, 존재를 경험하는 인간이 될 것인가. 그때의 저는 존재의 경험을 택했던 것 같습니다. 언젠가 제가 썼던 글을 읽으며 지금의 저를 돌아다보니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소유를 추구하는 인간이 될 것인가

존재를 경험하는 인간이 될 것인가


우리가 가진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수만 가지가 되지만 위의 두 질문으로 양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행은 후자에 속하겠죠.


저는 인간의 모든 행동은 궁극적으로 행복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유와 존재 속에서 우리는 존재를 경험하는 인간이 될 때 더욱 행복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존재의 경험은 끝없는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이끌어 냅니다.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지갑도 가벼워지지만

점점 내 배낭도 가볍게 만들기 위해 고민합니다.

소유하기보다는 그곳에서 만의 존재를 느끼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일상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 입니다만

여행은 존재의 경험을 위한 최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저는 초록색 40L 배낭을 메고 여행을 다닙니다.

몇 번의 여행을 통해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한 인간이 살아가는 데는 그렇게 대단한 물건도, 

그렇게 많은 소유물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만 오늘의 여기는 어떠한 곳인지

오늘의 나는 어떠한지


2017.06,13 à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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