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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jaewon Jan 22. 2020

그 많은 중고차들은 어디로 갈까요?

요르단으로 갑니다

전국에 굴러다니는 수많은 차들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난 저 자동차들만 사라져도 서울은 참 조용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찾아보니 국내에서만 연간 400만 대가 생산되고 150만 대가 신규로 판매된다고 한다. 이렇게 차가 많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6년 전 했던 드라마 '미생'을 보면 장그래가 속한 영업 3팀이 요르단 중고차 수출 건을 다루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때만 해도 이 내용은 드라마 전개를 위한 설정인 줄 알았다. 하지만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 도착하자마자 설정이 아닌 진짜임을 알았다.



소나타다



알고 보니 리비아, 캄보디아, 가나, 칠레와 요르단으로 많은 중고차를 수출한다고 한다. 대게 중동이라고 하면 석유를 떠올리기 쉽고 오일머니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도시들이 먼저 떠오른다. 예를 들어 두바이나 아부다비 같은. 중고차보다는 람보르기니가 어울리는 도시들이다. 이들과 다르게 요르단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다. 그 덕에 이 도시랑 조금은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현대차다


아벤떼다



요르단에 중고차 시장 조사하러 온 것은 아니다. 세계 8대 불가사의인 "페트라"를 보기 위해 왔다. 감히 '요르단 = 페트라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만큼 압도적이며 강력한 인상이 남아있다. 페트라는 요르단 남부 와디무사라는 도시에 있고 그곳에 가기 위해 암만으로 들어왔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데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컸던 것 같다. 혼자 여행하는 첫 나라였고 물가도 비싸고 길거리도 무서웠다. 심지어 예약한 게스트 하우스는 간판도 없고 10년은 사람 손을 타지 않은 것 같았다. 항상 부킹닷컴에서 "낮은 가격 순으로" 검색하는 나에게는 익숙하지만 평소보다 좀 더 무서웠다.



대우버스다



요르단은 페트라만 바라보고 왔기 때문에 암만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터미널에 가서 페트라로 가는 버스 티켓을 사야겠단 생각뿐이었다. 마침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터미널이 있어 걸어서 터미널에 갈 수 있었다. 들어가니 한국인 부부 같은 사람이 창구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사실 그때부터 뭔가 느낌이 싸했다. 내 차례가 되어 "one way ticket to Petra please" 했더니 매진이란다. 가장 빠른 티켓은 그다음 날이라고 한다. 우선은 가야 하니까 가장 빠른 티켓으로 구매했다. 아까 서성거리던 한국인 부부가 말을 건다. 



"티켓 없죠?"

 "네, 갑자기 시간이 붕 떠버렸어요"

"저희도 내일 가려했는데 티켓이 없어서 모레 가게 됐어요. 그래서 내일 사해 가보려고요! 택시 빌려서 갈 건데 같이 가실래요?"


사실 사해도 가보고 싶었지만 프라이빗 택시가 너무 비싸 포기했었다. 가난한 배낭 여행자에게 혼자 타는 택시는 사치였다. 사치 이상으로 며칠 뒤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제안은 너무너무 소중하고 감사하다. 여행하다 보면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정말 많다. 물론 난 계획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그나마 세운 계획들도 맘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그럴 때 항상 좋은 기회가 왔던 것 같다. 그때의 경험이 내 여행을 더 풍요롭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2020년 지금 나의 상황도 계획에 없던 상황이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불과 몇 년 전이지만 그때는 이런 상황들이 마냥 즐겁고 힘이 났는데 요즘은 왜 이리 불안하기만 한지 모르겠다. 먹고사는 문제라 그런가 싶다가도 점점 겁쟁이가 되어가고 있는 내가 부끄러울 때가 많다.



로마시대 원형극장



아침 비행기로 도착해 할 일을 다했는데 해는 중천에 있었다. 돌아다니기 살짝 겁이 났지만 그지 같은 숙소보다는 뭐든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만은 내 생각보다 유서가 깊은 도시였다. 대표적인 관광지인 암만 시타델은 기원전 12년에 조성되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현재는 로마와 비잔틴 시대의 유적들이 많이 남아있다. 참고로 시타델(Citadel)은 요새나 성을 뜻한다. 고대 도시 정도로 이해하면 나 같은 배낭여행자에게는 충분할 것 같다!



헤라클레스 신전



썩 궁금했던 공간이 아니라서 그런지 큰 감흥은 없었다. 으레 그 도시에 들리면 방문해야 할 것 같은 그런 곳으로 나에게는 기억된다. 역시 땡길때 땡기는 곳으로 가야 한다. 사실 내가 무지해서 그렇다. 공부하고 보면 놀라운 유적임에 틀림없다.



낯설어서 무서워 보이는 거다
    


저 네모네모한 집들은 딱 봐도 누가 봐도 중동이다. 참고로 난 겁내 하면서도 이슬람을 중동을 매우 좋아한다. 내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묘한 매력이 있다. 다음은 사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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